공익법센터 집회시위 2009-03-13   1750

[방청기] 집시법위헌 여부 공개변론 그 역사적 순간을 보고

집시법10조의 “야간옥외 집회 금지” 조항의 위헌법률심판 공개변론을 보고

* 왼쪽부터 송두환,이동흡,김종대,이공현,이강국,조대현,민영기,목영준 재판관

역사를 바꾸는 사람들

정확히 2시가 되자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자주색 법복을 입고 등장하였다. 곧 역사적인 공개 변론이 시작되는 것이다.

14년 전 합헌 결정이 났던 야간옥외집회 금지 규정이 이번에는 위헌으로 판명날 지, 아니면 또 다시 때를 기다려야 할지가 판가름나는 중요한 순간이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종철 교수와 위헌법률제청인측 김남근 변호사, 박주민 변호사의 뒷모습을 보면서, 아 저들이 역사를 바꾸는 산 증인들인가 싶은, 나도 모를 어떤 격한 감동이 밀려왔다.
 이강국헌법재판소장의 변론 시작 선언에 100명 규모의 심판정은 일순간 고요해진다.

야간집회금지는 기본권 행사 자체를 막는 것

먼저 변론에 나선 위헌법률제청인측 김남근 변호사는,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실제 5월초에서 5월 26일까지는 문화제였는데 모두 야간이라는 이유로 기소돼 있다. 우리사회에서 금지되어야 하는 것은 폭력 불법집회이지 폭력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해서 평화적 합법적으로 행사하는 개인의 기본권 행사 자체를 막는 것은 명백한 기본권 침해다.”라는 말로 위헌 의견을 압축하였다.

김 변호사는 특히 현대인의 생활특성상 주간에는 학업과 생업에 종사하고 주로 퇴근 시간 이후에라야 정치적 의사표현을 할 수밖에 없으며, 야간이기 때문에 더욱 위험할 수 있다는 추측적인 이유만으로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기본권 실현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므로 위헌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위헌심판 제청인측 박주민 변호사는, 집회는 다수의 위협으로 불편을 주는 내재적 속성이 있으며 이를 무조건 죄악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실제 물리적 충돌은 경찰의 강제해산 과정에서 발생하였고 전체 야간 집회 중 물리적 충돌이 있었던 것은 0.5%라는 경찰 측 통계를 인용하였다. 이는 외국의 2.7%에 비해서도 오히려 낮은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우리나라의 집회는 더 격렬하고 폭력적?

그러나 법무부의 이귀남 차관은, 집회의 자유도 역시 상대적 기본권이기 때문에 제한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외국에도 차이가 있으나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고 야간은 폭력적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고 일반 국민의 평온한 생활을 침해할 수 있으며, 집회시위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고 야간옥외집회만 예외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단서규정의 형식을 문제삼아 위헌이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의 집회 문화를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데, 더 격렬하고 폭력이 과하며 야간 옥외집회는 더욱 더 심하다고 강조했다. 이 차관은 지난 여름 촛불참가자가 전경버스를 전복시킨다거나 청와대로 진격을 시도한 것, 또 최근 용산 집회에서처럼 경찰관을 폭행하고 무전기를 빼앗는 등 다 야간집회가 문제였다고 주장했다.하지만 이는 다른 절대 다수의 시민들이 평화적인 집회를 누릴 권리가 있는데, 야간옥외라는 이유만으로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 자체가 기본권 행사를 아예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과연 적절한 반박일지는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이 차관의 뇌리속에는 최근 일부 폭력시위의 경험이 너무 깊이 각인되어 “모든 야간집회=폭력”이라는 공식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듯한 발언이었다. 더 나아가 최근 우리나라의 인터넷 여건이 좋아져 과거와 달리 사회적 약자들도 강력한 표현수단을 획득하고 있으므로 집회의 자유는 종래의 헌법상 우월적 지위는 다르게 해석되어야 한다면서 전면적 금지가 아니라 요건을 충족하면 허가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고 한 종래의 헌재의 입장을 반복하였다. 즉, 사회적 변화는 인정하면서도 그에 따른 법적 제도적 변화는 인정하지 않는 모순적 태도를 보여주었다.

경찰측도 지난 촛불집회의 기억이 너무도 생생한 듯, 촛불집회가 폭력불법시위로 변질된 것을 야간옥외집회 금지 규정의 대표적 사례로 언급하였다. 그러나 제청인측 주장대로 문제는 “모든 시민”의 야간집회를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폭력집회는 모두가 원하지 않는다. 일부의 예를 확대 증폭시켜 일반화하는 것이야말로 공권력이 경계해야 할 제일의 태도가 아니겠는가?

야간집회의 폭력위험성에 대한 실증적 근거는 있는가?

또한 법무부측은 송두환 재판관의 “야간집회는 폭력의 위험성이 높다는 실증적인 근거”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노동자대회나 최근 용산집회에서의 경찰관 폭력 등을 사례로 들었는데, 솔직히 이런 예들이 평화적 비폭력을 외치는 대다수 시민들의 집회의 자유를 제한해야 하는 논거로 들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결국 경찰측은 “야간 집회에서 폭력이 일어났더라도 이게 야간 집회이기 때문인지, 야간 집회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경찰 단속에 따라 폭력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인과관계가 불명확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 분명한 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또한 앞으로 시간대를 세분화하고 장소도 구분하고 주변상황 등 세부조건을 고려해서 법률에 반영할 수 있느냐는 송 재판관의 질문에, 평화집회에 한해서 그럴 수 있다고 긍정함으로써 현재의 집시법 10조가 모호하고 광범위한 제한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하였다.

이 점은 야간옥외집회의 허용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있느냐는 조대현재판관의 질문에 대해서 경찰측이 명확한 지침이 없다고 답변하는 것에서도 잘 드러났다.

87년 헌법제정의 취지를 다시 묻다

김종대 재판관은, 87년 민주화를 이룬 당시 21조 2항이 추가된 특별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질문하였다. 검찰 측은 집회의 자유를 보다 강하게 보장하기 위해서가 아니겠냐고 답변하였으나, 김 재판관은 행정기관이 사전에 집회를 허용하거나 안할 수 있는 여지를 원칙적을 규제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없는지 재차 물었고 검찰측도 행정기관에서 집회허용을 하지 못하도록 한 취지라는 점을 부인하지는 못했다.

이동흡 재판관은, 집회의 사전허가는 위헌이지만 시간 장소 방법을 갖고 제한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하였던 미국연방대법원의 해석을 우리 헌법제정자가 도입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냐고 하면서, 미국에서 야간집회제한이 위헌이라는 판례가 있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김남근 변호사는 허가제라는 것은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미국은 아예 허가금지조항자체가 없다고 답변하였다.

민영기 재판관은, 경찰측에, 94년 합헌결정을 내린 당시 상황과 지금은 집회의 태양과 양상이 상당히 변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폭력적 요인으로 야간집회를 불허한 자료가 있는지 달라고 주문하였다.

이공현재판관은, 호텔이나 주상복합 등 주거상황이 달라진 상황에서 주거권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 질문했다. 이에 대해 김남근 변호사는, 소음규제를 야간에 더욱 강화한다거나 다른 세부적인 조건 등을 통해 주거권과 집회의 자유를 조화시킬 필요가 있는데, 야간 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기본권의 실현 자체를 형해화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오늘 공개변론의 주요 절차 중 하나인 김종철교수와 김승대 교수의 참고인 진술이 이어졌다.

김종철 교수는, 야간옥외집회의 금지가 집회의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는 우리 헌법에 위반되는지와 허가제가 아니라면, 37조에서 금하고 있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가 이번 사안의 쟁점임을 상기시켰다. 

김 종철 교수는, 관할경찰서장이라는 행정기관의 재량에 집회의 허용여부를 맡긴 것과, 시간, 장소 및 방법에 대한 제한은 규제범위가 광범위하고 사실상 집회의 자유를 극도로 위축시키므로 허가제금지를 위반한다고 주장하였다

결론적으로 평화적으로 집회를 하고자 하는 대다수의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입법적으로 원천적으로 막으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집회의 자유는 타인의 권리에 불이익한 피해를 주는 것이 내재된 속성이고 우리 헌법21조 2항은 소수자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자 하는 헌법제정자의 취지가 발휘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진술이 끝나고 재판관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장소와 시간, 방법의 제한은 집회내용의 제한

집회의 장소와 시간 및 방법에 대한 금지와 표현 내용의 사전심사금지의 차이에 대한 조대현 재판관의 질문에 대해, 김 종철 교수는 집회의 장소와 시간, 방법은 집회행위를 구성하는 표현내용이므로 이를 행정기관이 모호한 규정으로 과도한 재량권을 행사한다면 내용에 대한 허가제로 보아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에 반해 이동흡 재판관은, 미국도 시간, 장소, 방법상 규제가 있고, 독일도 옥외집회 경우 규정을 두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의 경우는 야간이라고 예외적 규정을 둔 것이니 미국이나 독일보다 더 넓게 보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김종철 교수는 다른 나라는 야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전면 금지한 것은 아닐 뿐 아니라 미국도 모든 장소에 대해 규제하는 것이 아니고 일부 주거지역이나 심야대에 한해서라며 동의하지 않았다.

김종철 교수는, 특히 일몰 후부터 일출 전까지의 금지는 과도하게 광범위한 제한이고 사실상 허가제이며 특히 이는 주로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해서 행정기관이 제한해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은 헌법 21조 2항이 특별히 집회에 대해서만 허가 금지규정하고 있는데 집시법10조는 집회와 시위를 나란히 규정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묻자, 김종철 교수는 세계 어느나라도 시위를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에서 배제하지 않으며 이동함으로써 위력을 사용하는 시위의 경우도 시간 장소 방법 특별한 조건에 의해 더 허용하고자 구분한, 즉 헌법을 더욱 구체화한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합헌 측 참고인으로 나온 김승대 교수의 진술 중 특이할 점은, 우리나라는 아직 다수결에 의한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구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나라와 같이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전제였다. 즉 그는 이런 한국적 상황에서는 집회의 자유의 우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시각이었다. 이 대목에서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제대로 확립되지 않고 독재가 횡행하던 시대야말로 집회의 자유가 정치적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었던 역사적 경험을 법학자인 김 교수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후진국?

이어지는 김 교수의 진술을 요약하자면, 집시법 10조가 허가제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은 시간, 장소 방법에 대한 제한만으로는 허가제라고 볼 수 없으며,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느냐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집회문화에서는 제3자인 다수국민의 기본권과 함께 규율하는 것으로 보아, 제3자의 기본권 과소보호금지원칙을 적용하여야 하는 것이고, 따라서 야간집회가 완전히 봉쇄되지 않는 한 과잉금지도 아니라는 것이다.

진술이 끝난 후 21조2항의 입법취지가 행정권에 의한 사전허가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김종대 재판관의 질문에 김승대 교수는, 그렇기는 하지만 해석은 따져봐야 한다고 답했다. 이 규정은 내용에 대한 규제를 금지한 것으로 검열과 같이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인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명확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어야 하는데, 야간집회가 폭력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금지한다는 것은 이 원칙과 괴리가 있다는 송두환 재판관의 지적에 대해서는, 집회시위자뿐 아니라 피해를 받는 사람들의 기본권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다소 질문내용에 어긋나는 답변을 내놓기도 하였다.

이 질문과 답변에 곧이어 이동흡 재판관은, 미국의 판례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라는 개념이 집회의 자유에서 언급된 적이 없는 것 같다고 하면서, 일몰 후와 일몰 전에는 재량권에 의해 집회가 허용되기도 하는 뜻이지 않겠냐는 김승대 교수의 진술에 동조하는 듯한 질문을 하기도 하였다.

이번 공개변론에서 경찰과 법부부측은, 시종일관 심야의 집회의 폭력 가능성을 강조하였으며 집시법 15조에서 문화제나 종교행사 등의 야간집회는 전면 허용하고 있는 점만 보아도 과잉위배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최근의 집회양상이 주간보다 야간에 더욱 폭력성의 가능성이 있고 집시법 10조 단서조항은 요건이 되면 허용하는 것이니 주간에는 생계 종사 때문에 못하는 부득이한 사정을 신고하면 허용하고 있다고 강변하였다.

그러나 과연 집회의 신고 건수가 지난 7년 간 겨우 50여건 밖에 안되고 그 중 12건만 불허했다는 사실이, 신고만 하면 거의 허용된다는 논거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오히려 이는 역설적이게도 대개의 경우 집회를 허용해 주지 않기 때문에 아예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차벽으로 아예 집회의 실현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리는 현실이야말로 행정기관에 대한 신뢰의 상실을 야기한 것이고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소위 “폭력시위”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란 사실을 모른단 말인가?

야간집회의 허용여부에 대한 기준도 없지만 무엇보다 그들에게는 야간집회라서 안돼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 비판적이라서 안돼는 것이다.

모든 시민적 기본권 중에서도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우월적 지위로 두는 것은 바로 민주주의 사회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변론은 끝났다. 사람들은 흩어지고 심판정에는 다시 침묵이 찾아올 것이다. 최근 신영철 대법관의 법원장 시절 재판개입의혹으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 상황에서, 헌재 재판관들 개개인이 과연 어떤 판단을 할지가 자못 궁금하다. 그들은 이미 ‘위헌’과 ‘합헌’의 경계를 확정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이번 변론이 결정적 계기가 되어 최종 결정으로 이어지는 것일까?

바야흐로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이 엄숙한 헌법재판소의 심판정에도 올지, 아니면 여전히 시대의 변화가 헌법재판소만은 비켜갈지는 최종 선고일까지 기다려 볼 일이다.

작성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이지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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