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집회시위 2009-06-23   1526

<경찰, 너 이러면 안돼!②> “폭력전력 있다고 집회 금지해선 안돼”

<경찰 너 이러면 안돼!②> “폭력전력 있다고 집회 금지해선 안돼” 

경찰이 집회를 금지하는 사유로 집회가 불법·폭력으로 흐를 수 있다며 ‘공공질서 위협’을 이유로 금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로 과거에 폭력집회를 개최한 ‘전력’이 있으므로 이번에도 폭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을 때에만 적용해야 한다는 원칙이 확립되어 있는 우리 사법부의 입장에도 반하는 것이다.

한번 찍히면 영원히 찍힌다?

지난 5월 23일 대전 지역 민주노총이 대전역광장에서 열려고 했던 ‘고 박종태 열사 추모 및 노동탄압 규탄 결의대회’에 대해 경찰은 금지통보 하였다. “민주노총과 화물연대에서 주최해온 집회가 지난 6일과 9일 두 차례에 이어 지난 16일에도 폭력성을 띠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대전 지역 집회를 금지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에 앞선 지난 1월말 용산 철거민 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도 용산 참사 촛불문화제 등을 열기 위해 10여차례 집회 신고를 했지만 모두 `공공질서 위협’이라는 이유로 불허 통보를 받았다. 또한 지난 4월 30일과 5월 1일 노동절 행사와 2일 촛불 1주년 행사도 같은 이유로 불허되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광우병대책국민회의나 용산범대위 등은 모두 불법폭력 집회시위를 한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들이 이전에 폭력시위를 했으므로 불법폭력 시위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노동절 이틀 전 4월 29일 브리핑에서 “불법폭력 시위로 변질될 우려 있는 집회는 금지통고하고 강행하면 원천 차단한다. 검거하지 못한 시위자는 끝까지 추적해 사법조치와 민사상 책임을 묻겠다”고도 했다. 이는 과거 전력이 있는 단체들이 하는 집회는 무조건 불허하겠다는 엄포나 다름없었다.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나

그러나 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불법폭력 시위 변질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 통고하는 것은 명백히 위법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이미 1995년 5월30일 판결을 통해 이전의 불법집회 전력이 현재의 집회를 금지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이 판결은 1995년 2월 18일 서울역 광장에서 ‘주한미군범죄근절을 위한 운동본부(운동본부)’가 “세모녀 폭행미군 소환 및 한미행정협정 개정을 위한 시민대회” 집회에 대해 이전에 폭력시위를 주도한 한총련이 대거 참여하기 때문에 집단적인 폭력행사로 변질될 것이 명백하다며 서울 경찰청이 집회 금지통고처분에 대한 것이었다.

당시 한총련은 집회개최를 신고한 ‘주한미군범죄근절을 위한 운동본부’의 소속단체였다. 판결문의 관련 부분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피고(서울지방경찰청)는 원고(‘운동본부’)가 신고한 위 집회참가인원 중 60 70%를 차지하는 ○○대학총학생회연합(이하 한총련이라고 한다)이 1994년도에 총 27회의 폭력시위를 주도하였고, 다른 시도의 학생들까지 동원하여 집회에 합류시킬 예정인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옥외집회가 집단적인 폭력행사로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이 사건 옥외집회를 금지”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 제6특별부 재판부는 서울경찰청의 집회금지가 잘못이라고 판결하였다.
다시 판결문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이 사건 옥외집회가 집단적인 폭력행사로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하다는 금지사유에 관하여 살피건대”,  “원고의 회원단체인 한총련이나 서총련이 종전에 개최한 집회에서 수차 집단적인 폭력행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주최하는 이 사건 옥외집회에서 집단적인 폭력행사가 있을 개연성이 명백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 사건 옥외집회가 집단적인 폭력행사로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하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으므로, 이 점을 내세우는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즉 ‘명백하게’ 폭력시위가 될 것이 분명하지 않으면 집회시위를 금지통고해서는 안된다고 법원은 판결했다. 그리고 주최자 또는 주최자의 구성원이 과거에 폭력시위를 한 바 있다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새로 열려는 집회시위가 폭력행사가 될 것으로 단정해서는 안되는 만큼 집회시위를 금지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이 판결을 최근 경찰의 최근 집회시위에 대한 태도와 강희락 경찰청장의 발언에 대비해보면, 경찰의 행태는 최종 법해석 기관인 사법부의 판단을 무시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판결을 최근 경찰의 최근 집회시위에 대한 태도와 강희락 경찰청장의 발언에 대비해보면, 경찰의 행태는 최종 법해석 기관인 사법부의 판단을 무시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판결에서 또 하나 눈여겨 볼 것은, 집회 또는 시위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도로를 행진하는 경우는 교통소통의 장애를 이유로도 옥외집회를 금지할 수 없다고 한 점이다. “당시 질서유지인을 두고 도로를 행진하겠다고 신고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위 규정에 의하여 피고는 원고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도로를 행진하는 이상 교통소통의 장애를 이유로 이 사건 옥외집회를 금지할 수 없”다고 하였다.

평화시위를 폭력화 하는 것은 오히려 경찰의 과잉대응

최근 경찰의 집회시위에 임하는 태도를 보면 집회와 시위의 자유에 대해 자신의 권한과 의무를 잘못 알고 있는 듯하다. 경찰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헌법에 보장된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최대한 실현될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실은 오히려 경찰이 앞에 나서서 평화적인 집회와 심지어 추모제와 같은 집시법의 신고대상조차 아닌 관혼상제에까지 경찰권을 마구 휘둘러 평화로운 진행을 막고 있다.

이런 경찰의 행태야말로 위법적이며 나아가 평화롭게 집회를 하려는 시민들의 분노를 자극하여 오히려 “폭력집회로 변질되게”하는 주요 원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서울고등법원95구6146.hwp
1995.5.18.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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