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집회시위 2009-06-18   1940

<경찰, 너 이러면 안돼!①>시위진압도 최대한 안전하게 하지 않으면 위법

<경찰, 너 이러면 안돼!>  연재를 시작하며

경찰의 집회시위 방해(금지통고 남발, 차벽설치, 강제해산, 폭력행사 등)가 참을 수 없는 지경입니다. 그러나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경찰의 이같은 행동들은 불법이라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참여연대가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의 반헌법적인 행태를 고발하고 집회시위의 자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기 위해 <경찰, 너 이래서는 안돼!>를 기획했습니다. 집회시위에 대응하는 경찰의 행동기준을 제시한 판결(결정)들을 몇 차례에 나눠 소개합니다.

<경찰, 너 이래서는 안돼!>①”시위진압도 최대한 안전하게 하지 않으면 위법“

지난 6월 10일 '6·10 민주회복 범국민대회'가 끝난 뒤 남은 시민들과 경찰이 대치했다. 이 날 경찰은 시민들을 해산시키는 작전을 펼치면서 시민의 목을 방패로 내리 찍고, 호신용경봉(이른바 3단봉)으로 시민과 기자를 내리쳤다. 이 영상이 각각 민중의 소리와 칼라TV에 잡혀 많은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작년 촛불집회 때, 이른바 ‘여대생 군홧발 진압사건’ 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민중의 소리 기자에 따르면, 시민들이 경찰의 진압작전에 의해 대부분 인도로 올라간 상태였고, 얼마 남지 않은 시민이 인도로 막 올라가려는 무렵 한 전경 중대가 방향을 바꿔 이들 쪽으로 뛰어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이내 한 시민의 목 뒷부분을 방패로 내리쳤고, 다른 시민도 뒷목을 맞아 미끄러지듯이 앞으로 넘어졌다는 것이다.

당시 장면을 보면 사람이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인 정도다. 지난 5월 2일 시민에게 무차별적으로 곤봉을 휘둘러 ‘사무라이 조’로 널리 악명을 떨친 조삼환 경감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와 비난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다시 무방비의 시민들을 향해 경찰봉과 방패를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은 경찰이 전혀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다.

대법원이 밝힌 경찰의 시위진압 기준은?

경찰이 시위를 진압한다는 명분으로 이렇게 행동하면 안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오히려 대한민국 사법부는 “시위진압도 최대한 안전하게”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1991년 경찰의 무자비하고 폭력적인 진압으로 생명을 잃은 시위 참여자의 가족들에게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하라고 한 대법원의 판결(대법원 1995.11.10. 선고 95다23897 판결/서울고등법원 1995.4.25. 선고, 94나33622)을 살펴보자

1991년 5월 대학생들과 재야단체 등이 개최한 집회에 전투경찰이 투입되어 최루탄, 다연발탄 등을 쏘며 진압하자 이를 피해 좁은 골목길로 도망가던 시위 참여자들 중 성균관대 학생 김귀정 씨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사인은 흉부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밝혀졌다. 당시 경찰은 ‘토끼몰이식 진압’ 작전을 펼친 것이다. 숨진 대학생의 부모 등은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으로 사망하였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하였다.

법원은 이에 대해, “전투경찰들은 시위진압을 함에 있어서 합리적이고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정도로 가능한 한 최루탄의 사용을 억제하고 또한 최대한 안전하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시위진압을 하여 그 시위진압 과정에서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한 채 위와 같이 합리적이고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정도에 비하여 지나치게 과도한 방법으로 시위진압을 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을 명백히 하였으며 따라서 국가는 이에 대해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하였다.

이 판결에서 눈여겨 볼 점은, 시위진압중 폭력행사로 사람을 다치게 한 것이 위법한 행위라는 결론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대목은 “최대한 안전하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시위진압을 하여 그 시위진압 과정에서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함” 이라는 부분이다. 대법원은 경찰의 시위진압에 관한 행동기준을 제시했다. “최대한 안전하고 평화로운 방법”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 경찰의 행동은 대법원이 선언한 기준을 명백히 위반한 것

대법원이 제시한 이 행동기준에 따르면 현재 자행되고 있는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은 명백히 불법이다. 뒤를 보이며 인도로 뛰어가는 시민을 향해 방패로 가격하고, 기자와 시민에게 쇠몽둥이를 휘두르는 것은 ‘최대한 안전하고 평화로운 방법’도, ‘합리적이고 상당(정당한 이유가 있음)하다고 인정’되는 방법도 아니다.

두 손에 겨우 촛불 하나 든 시민을 향해 무차별 방패와 곤봉을 휘두르는 경찰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최고 법해석 기관인 대법원의 이 판결을 찬찬히 그리고 꼼꼼히 읽어볼 것을 권고한다.

이 대법원 판결은 14년 전인 1995년 11월 10일 선고되었다. 현 이용훈 대법원장이 대법관으로 이 판결에 이름을 올린 것도 눈에 띈다. 그리고 이 판결을 이끌어낸 변호사중에는 현재 민주당 국회의원인 천정배 변호사와 17대 국회의원이었던 임종인 변호사도 포함되어 있다.

대법원95다23897.hwp대법원 1995.11.10. 선고

서울고등법원94나33622.hwp 서울고등법원 1995.4.25. 선고
 

경찰 장비 사용에 관한 규정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의2,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3조, 제6조, 제7조에 따르면, ① 현행범인인 경우, ②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범인의 체포·도주의 방지, ③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에 대한 방호, ④공무집행에 대한 항거의 억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등 4가지 경우에 ‘그 사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경찰장구를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봉이나 경찰방패가 방어용이 아니라 오히려 시민을 공격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는 명백히 경찰권행사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고 경찰관직무집행법을 어긴 위법한 공무집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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