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표현의자유 2013-06-28   8032

[논평] 아쉬움이 남는 모욕죄 합헌결정

아쉬움이 남는 모욕죄(형법 제311조) 합헌결정

모욕죄가 표현의자유를 침해한다는 3인의 소수의견에 주목해야

 

헌법재판소가 어제(6/27), 형법 제311조(모욕죄)에 대하여 합헌결정을 내렸다. 지난 2011년에 이어 재차 모욕죄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아쉬움이 남는 결정이지만,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결정에서 “모욕죄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본 세 명 재판관들의 소수의견에 주목한다.

 

소수의견을 낸 세 명의 헌법재판관은 모욕죄 조항이 위헌이라는 근거로
①‘모욕’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부정적 언어나 예민한 표현들까지 모욕으로 규제될 수 있다는 점
② 광범위한 규제에 따라 공동체에서의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까지 제한된다는 점
③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행위는 시민사회의 자기 교정기능에 맡기거나 민사적 책임을 지우는 것으로 규제할 수 있다는 점
④ 모욕죄에 대한 형사처벌은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고, 많은 나라가 모욕죄를 폐지하는 흐름에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와 달리 다수의견은 모욕적 표현행위를 금지시킬 필요성이 분명히 있을 뿐 아니라 어떤 행위가 모욕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일반인의 기준에서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으며, 모욕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하고 법정형도 무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다수의견과 달리 어떤 표현이 모욕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는 사실이다. 모욕죄로 기소된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들을 보면,

 

① “막무가내로 학교를 파국으로 몰고 간다”, “추태를 부렸다”,
②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쳤냐”,
③ “개똥철학”,
④ “인과응보, 사필귀정”과 같은 표현들은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판단된 반면,

 

⑤ “말도 안 되는 소리 씨부리고 있네. 들고 차버릴라”,
⑥ “도대체 몇 명을 바보로 만드는 거야? 지만 똑똑하네… 참 나…”,
⑦ “너는 부모도 없냐”와 같은 표현들은 무죄로 판단되었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①, ②, ③, ④와 ⑤, ⑥, ⑦을 가르는 객관적 기준을 떠올리기란 어렵다. 물론 법원의 판결은 표현 자체 외에도 사건을 둘러싼 여러 상황을 고려한 결과이다. 그럼에도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의 입장에서 모욕적 언사와 그렇지 않은 언사를 구별하기가 이토록 어렵다면, 이는 표현행위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욕죄 여부에 대한 판단이 이처럼 어려운 것은, 애당초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감정의 문제에 형벌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이다. 우리 형법이 모욕죄를 유지하는 한, 국민의 자유로운 견해 표명은 원천적으로 위축을 피할 수 없다. 참여연대는 이번 결정에서 3인 재판관이 내린 소수의견이 빠른 시일 내에 다수의견이 되기를 기대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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