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집회시위 2022-06-22   2190

[논평] 절대적 집회 금지 장소 확대하는 집시법 개정 안돼

특정장소, 특정표현을 이유로 집회자유 제한하는 집시법 개정 안돼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집회 제한 가능 등 오남용 소지 커

 

경찰이 지난 20일, 장애인이동권 보장 지하철 시위와 대통령 사저 앞 집회 등에 대해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집시법의 소음규정을 검토하는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엄격히 관리할 수 있도록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 금지가 집시법에 위반된다는 점이 법원에 의해 여러차례 확인되었음에도, 현재 국회에는 집무실 앞 100미터 인근 집회 금지 근거 규정을 만들기 위한 개정안들도 발의되어 있다. 집회의 자유는 민주적 공동체가 기능하는데 불가결한 필수 요건이다. 집회는 원칙적으로 신고하면 개최할 수 있어야 하고 금지는 예외적으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이것이 헌법 제21조의 기본정신이다. 그러나 최근 발의된 다수의 집시법 개정안들은 특정장소, 표현내용 등을 이유로 집회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제한하는 법안들이라는 점에서 우려된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허진민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현재까지 발의된 집시법 개정안 중 대통령집무실 앞 집회금지 및 전직대통령 사저앞 집회금지 등 법개정안 7개를 살펴보았다. 이들 법안 중, 절대적 집회금지 장소를 정하고 있는 집시법 제11조를 삭제하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의 발의안을 제외하고 6개 법안들은 집회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우리 헌법 정신에 반한다. 이 뿐 아니라 집회 개최자가 집회의 장소, 시간, 방법을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는 집회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집회 금지 및 제한 대상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개정 조항의 내용이 명확성 원칙에 부합하지 않아 위축효과를 야기할 우려가 있어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과 박대출 의원이 대표발의한 집시법 개정안은 대통령 집무실 앞 100미터 인근 집회 금지에 대한 근거 규정 신설을 목적으로 발의된 안들이다. 최근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경찰의 대통령 집무실 집회금지통고에 대해 집행정지를 신청하여, 최소 8차례 법문상으로 대통령관저와 집무실은 구분된다는 법원 확인이 있었다.이들 개정안은 절대적 집회금지 장소 규정에 집무실을 포함하였는데, 이는 특정 장소의 집회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는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결정취지에도 위배될 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국정철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국회의사당, 법원 앞 경계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 모든 집회 금지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2018년 5월과 8월에 각각 내린 바 있다. 대통령관저 앞 100미터 집회금지에 대해서는 현재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지의 헌재 결정에 비춰보면, 그 어떤 예외도 허용하지 않고 특정장소에 대한 전면적 집회 금지에 대해 위헌임을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통령은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와 고충을 직접 듣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를 증진하는 국가 정책을 수립하여야 하는 직책임을 고려한다면,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국민의 다양한 표현 행위를 막아서는 안될 것이다.

 

민주당 의원 4인이 낸 집시법 개정안은 특정 장소 또는 특정 표현내용을 금지하기 위한 법안들이다. 정청래의원안은 전임 대통령의 사저 앞을 절대적 집회 금지 장소에 추가하는 것인데, 집회금지장소를 추가하는 입법방향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을 뿐더러, 현행 집회금지장소가 대체로 국가기관의 공적기능 수행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는 점에 비추어보더라도 현재 국가 공적기능 수행과 무관한 전직 대통령 사저는 집회금지장소로 보호할 공적 목적을 인정하기 어렵다.

 

박광온 의원안은 “타인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모욕 등으로 사생활의 평온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집회를 사전금지할 수 있게 하고, 정치적 의견 등을 이유로 반복적으로 혐오와 증오를 조장·유발하는 행위를 집회개최자의 준수사항으로 추가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차별과 적의의 대상이 되었던 고유한 정체성을 가진 집단에 대한 혐오와 선동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논의가 필요하지만, ‘정치적 의견’이 그런 정체성의 요건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권력자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 적대적이거나 증오감정의 표현을 어느정도 수반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정치적 의견에 따른 증오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구분되어야 할 것인데 이러한 요건들을 일괄 묶어서 금지하는 것은 체계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 특히 모욕이나 폭력행위는 이미 형법이나 집시법에서 규율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한병도 의원안도 집회개최자 및 집회참가자의 의무사항으로 비방할 목적으로, 모욕, 명예훼손 행위 등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를 이유로 경찰이 집회의 해산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어떤 표현행위가 모욕이나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는 구체적인 발언의 내용, 발언의 전후 맥락, 발언 동기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하는데, 경찰이 현장에서 판단하여 집회 해산까지 명할 수 있게 할 경우 일관된 법집행이 어렵거나 자의적 판단에 따른 오남용의 위험이 있다.

 

또 윤영찬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서는 “혐오표현”을 “개인 혹은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 멸시, 모욕, 위협 등 부정적인 편견에 기반한 선동적이고 적대적인 표현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이는 그간 사회적 논의를 통해 형성된 혐오표현의 개념에도 맞지 않고 그 범위가 포괄적이라 결국 집회 금지 및 제한 대상을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야 하여 오남용 소지가 크다. 또한 윤영찬안은 1인 시위조차 집시법의 규제를 받도록 함으로써 현행보다 더욱 집회의 자유를 후퇴시키고 있다. 상업적 목적의 집회도 금지하도록 하고 있지만 영리적 목적을 위한 집회시위라 해서 헌법상 보호되지 않는 표현이라고 볼 수도 없고, 상업적 목적만을 위한 집회시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라 그 실효성도 높지 않아보인다.

 

헌법은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인정하며, 이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집시법상 신고의무는 주최자가 선택한 장소와 시간에 자유롭게 집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경찰은 협력의무를 지는 것일 뿐이다. 법에도 없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 신고에 대해 금지통고를 남발하면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발생시키고 있는 점은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의원안과 같이 절대적 집회금지 구역 설정이 헌법에 위반되고 이를 교정하기 위해서 집시법 제11조를 삭제하여 기본적으로 신고하면 원칙적으로 집회 개최자가 스스로 결정한 장소와 시간에 집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근 발의된 6건의 집시법 개정안과 같이 장소 규제를 확대하거나 특정 표현을 이유로 집회의 자유를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한 입법 방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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