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공익소송 2002-04-26   1444

“제조물책임법, 소비자 보호하고 기업경쟁력 높일 것”

7월 1일 시행예정, 법 시행 의의와 현안 토론회

오는 7월 1일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제조물책임법(Products Liability, PL법) 시행된다. 이로써 제조물에 의해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제조회사로부터 피해보상을 받는 것이 한결 쉬워질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소비자가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해 피해를 입으면 민법 제750조를 인용하여 제조자가 제조·설계과정에서 고의나 과실이 있었음을 증명해야 했지만,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되면 소비자는 제품에 결함이 있다는 것만 증명하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즉 소비자의 입증책임이 한결 가벼워진 셈이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제조물책임법 시행을 앞두고 그 의의와 현안을 짚어보는 토론회 가졌다. 종로 YMCA 호텔 6층 회의실에서 오후 2시부터 4시 50 까지 열린 이번 토론회에서는 황승흠 교수(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부소장)가 사회를 보고 박경신 한동대 법학과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그리고 강창경 한국소비자보호원 연구위원, 김성진 변호사. 김형원 재경부 소비자정책과 사무관, 양금승 전경련 경제법령팀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제조물법 시행으로 소비자가 결함만 증명하면 피해보상

▲ 박경신 한동대 교수
발제자로 나선 박경신 교수는 주로 미국의 판례들을 들어 제조물 책임법의 개념을 설명하고 시행시에 문제될 수 있는 논점들을 제시했다.

기존에 제조물에 대한 책임은 해당 제조물의 제조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증명해야 했지만(민법 제750조), 제조물 책임법이 시행되면 무과책주의, 엄격책임주의를 따르게 되어 소비자는 제조물의 결함만을 증명하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박 교수는 이러한 제조물 책임법이 반독점법 못지 않게 시장경제의 근본적인 룰을 바꾸는 소득재분배 역할을 담당할 것임 강조하며 이러한 취지를 사법부가 잘 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조물의 구매자나 사용자 뿐 아니라 제3자도 제조물에 의해 피해를 입었을 경우 손해배상을 할 수 있고 제조업자, 부품 생산·조립업자, 수입품의 경우 수입업자 등이 그 피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물책임법에서는 결함을 제조·설계·표시상 결함과 기타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의 결여 등 네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박 교수는 제조물 책임법 시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이러한 결함을 정의하는 기준에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설계상 결함을 규정함에 있어 소비자의 기대 기준과 위험대비효용기준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제조물책임’ 기업에 새롭게 부과되는 책임 아니다

▲ 소비자 보호원 강창경 박사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한국소비자 보호원 연구위원 강창경 박사는 그동안의 우리나라 판례가 이미 소비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제조물책임법이 기업에 새롭게 부과되는 책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다만 소비자의 피해보상에 대한 청구가 쉽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제조물책임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제조물 책임이 정착되면 기업의 책임이 무거워 지므로 기업에게 부담이 될 것은 틀림없지만, 결과적으로 기업이 제품의 품질과 안전에 신경 쓴다면 기업의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진 변호사는 제조물책임법에 있어서 입증책임 관련 규정이 존재하지 않음을 지적했다. 또 그는 제조업자로 하여금 이미 공급된 제조물에 대해서도 계속적인 주의, 관찰을 통하여 손해방지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고, 그와 같은 의무부담기간에 대하여도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제조업자에게는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김성진 변호사는 “제조업자의 항변사항을 좁게 인정하고, 결함을 폭넓게 인정하며, 위험효용분석에서 제품의 효용이 기여하는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면, 기업은 지나친 생산비용의 투입으로 수익성 약화 및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고, 창의적 제품 출시의 의욕이 무시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재경부 소비자정책과 김형원 사무관은 제조물책임법의 정착을 위해 재경부 차원에서 기업에 대한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PL소송으로 인하여 기업의 도산을 막기 위한 PL보험 가입의 활성화, 소비자와 생산장간의 분쟁을 알선, 조정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PL센터를 설립하고, PL전문가를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전경련측, ‘PL분쟁조정센터’의 조정결과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부여 요구

▲ 전경련 경제법령팀 양금승 팀장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전경련 경제법령팀 양금승 팀장은 제조물책임법에 대한 소비자와 기업들의 이해가 낮다는 것을 지적하며, 시행에 따른 문제점과 보완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소비자의 권리신장측면만 강조하고 소비자의 책임의식은 등한시하고 있다며, 소비자의식의 고취를 위해 소비자단체와 시민단체들이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리고 그는 제조물 책임법 시행과 함께 마련 될 ‘PL분쟁조정센터’의 조정결과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여 조정결과에 불응하고 소비자가 다시 소송에 걸지 못하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그는 “인터넷의 확대, PL법 시행 등으로 악의적인 피해보상 청구가 늘어날 것이 예상되며, 자칫 이를 방치할 경우 해당기업으로서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발생이 우려되므로, 최종적인 중재결정이 날 때까지 중재내용을 외부에 유출할 수 없도록 제도화하는 것 도 참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패널 토의에 이어 진행된 전체토론과 질의 응답시간에 한 참가자는 “분쟁조정센터의 조정결과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것은 소비자의 정당한 재판권을 제한하려는 기업측의 논리가 아니냐?”며 양금승 팀장에게 따져 물었다. 또한 항승흠 교수는 “중재결정이 날 때까지 내용을 외부에 유출할 수 없도록 제도화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토론에 참가한 법률소비자 연맹소속의 신태성 씨는 “중소기업이 PL법에 대한 준비가 안돼있다”면서 “재경부가 이에 대한 홍보와 대책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조물 책임법 도입 경쟁력 향상 기회로 삼아야

제조물책임법 입법과정

  • 1982 김순규의원 외 26인이 의원입법 발의, 일본의 제조물 책임법 요강 시안과 같은 내용의 제조물 책임법을 의회에 상정했으나 폐기됨

  • 1989 한국소비자보호원 역점사업으로 추진했으나 입법에 이르지 못함

  • 1994 한국소비자보호원 세미나 개최하고 입법방향 제시

  • 1998 국민의정부 100대 과제로 선정

  • 1996 소비자보호단체 협의회, 민변 공동시안 작성·건의

  • 1999 3. 소비자 정책심의위원회에서 국회상정 결정

  • 1999 11. 추미애의원 등 91인 의원입법 국회에 제출

  • 1999 12. 16 국회본회의 통과

  • 2000 1. 12 제조물책임법 공포

  • 2002 7. 1 제조물책임법 시행예정

  • 제품의 결함으로 인해 소비자가 손해를 입었을 경우, 그동안 소비자는 민법 제 750조을 인용해 생산자가 제품의 제조과정에서 고의 및 과실로 인해 결함이 발생하고, 이러한 결함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을 입증해야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판례는 전문가가 아닌 소비자측이 제품의 결함 및 손해와의 인과관계를 완벽하게 입증하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는 점을 인정, 소비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2000년 2월 발생한 TV폭발 사건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에서, 법원이 제조업자가 사고발생의 원인이 제조상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응당 제조업체가 손해배상을 해야한다고 판시한 것은 이러한 최근의 경향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판례의 태도와 제조물 책임법의 입법취지는 차이가 없다고 보여진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의 시행으로 인해 소비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명백한 근거가 생겨 제조업체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거나 소송을 진행할 때 한결 쉬워졌다고 판단된다.

    전경련 양금승 팀장이 주장한 ‘PL분쟁조정위원회’에 법원의 판결에 준하는 법적 구속력을 부여해 이에 불응하고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하자는 주장은 헌법에 보장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고, 민간조정기구에 그 같은 권한을 주는 것은 타당치 않다고 보여진다. 분쟁조정기구의 조정결정은 쌍방이 받아들이는 조건에 한해 ‘민법적 계약’내지는 ‘민법적 화해’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분쟁조정기구에서 조정중인 사안에 대해서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하자는 주장 역시 지나치게 기업논리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 분쟁조정기구에 회부된 제품은 안전상 결함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은 제품이고, 소비자는 당연히 이러한 제품의 정보에 대해 ‘알권리’를 가진다. 오히려 분쟁조정기구의 모든 절차를 투명하게 하고 가감 없이 소비자에게 공개하는 것이 악의적인 소비자에 의해 기업체가 억울한 피해를 당하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일 것이다.

    기업체가 소비자들의 소송증가로 인해 생산비용이 증가할 것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대기업들은 오랜 수출경험으로 제조물책임법에 대한 대응을 마련하고 있고, 자체적인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데 비해 중소기업들은 대책마련이 안 된 형편이다.

    중소기업청이 2002년 4월에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통계조사에 의하면 제조물 책임법에 대한 숙지도는 74.5%로 비교적 높은데 비해 대책이 마련하고 있다고 밝힌 기업은 18.9%에 그쳤다.

    기업들의 제조물책임법에 대한 대책은 PL보험가입, PL전문가 양성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결국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설계, 제조과정에서 철저한 검증을 거친 안전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선진국을 비롯한 다수의 국가가 이미 제조물책임법을 시행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기준을 갖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국가경쟁력을 확보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다.

    또한 무분별한 소비자의 손해배상청구로 인해 기업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중립적이고 공정한 분쟁조정기구가 마련되야 하고, 제품의 안정성과 결함원인분석을 위한 시험시설이 확충되야 할 것이다. 소비자의 책임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노력 또한 병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외국의 제조물 책임법 동향

    현재 미국과 EU(유럽공동체), 일본, 그리고 기타 여러국가에서 제품결함피해에 대한 대책으로 안전행정의 강화와 엄격책임과 무과실책임을 인정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의 제조물책임 법리는 판례에 의해 형성, 발전되었으며 과실책임, 보증책임, 엄격책임으로 그 법리가 발전되어왔다.

    1963년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이 엄격책임이론을 채택함으로써 나타나기 시작하여 1970년대 각 주에서 제조물책임법의 법리를 채택함으로서 소비자보호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대형, 고액의 제조물책임법 소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데 이는 저렴한 소송비용, 수많은 변호사 수, 패소의 경우에 원고가 변호사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성공부수제도, 배심원제도, 손해액 이상의 배상을 과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등 미국 법제도의 특징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EU의 경우 1968년 제조물책임에 관한 통일입법 검토를 시작한 이래 약 15년간의 논의를 거쳐 1985년 제조물책임에 관한 EC지침이 채택되었다. EC지침은 제 19조에서 각 회원국에 대하여 국내법을 정비하여 제조물책임을 시행하도록 의무지우고 있다.

    일본은 1973년에 정부위 국민생활심의회가 제조물책임제도를 포함하여 소비자폐해구제에 대한 심의를 시작했으나 진전이 없다가 1994년에 이르러서야 입법이 이루어졌다. 일본의 제조물책임법은 미국의 그것에 비해 제조업체에 다소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 외 오스트리아 벨기에 핀란드 등 유럽국가와 중국 등이 제조물책임법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의 주요 교역국들이 이미 제조물책임법을 시행하고 있음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에 걸맞는 안전규격을 갖추는 것이 요구되어왔고, 대기업이나 수출기업 등은 이에 대한 대책이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는 상태이다.

    한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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