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집회시위 2010-03-25   1802

“교통이 사람보다 우위에 있다고?” 실망이야 헌재!

헌재 「일반교통방해죄 합헌」결정은 기본권 보호 포기 결정

– 집회의 자유는 교통 흐름보다 월등히 우월한 가치 

– 자의적 법적용과 과잉처벌 우려, 반드시 개정되어야  

오늘(25일)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가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를 물은 위헌심판에서 합헌결정을 내렸다.

 
참여연대(공동대표 임종대․정현백․청화)는 이번 헌재의 합헌결정은 기본권 보루로서 최대한 기본권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는 헌재가 헌법상 기본권의 하나인 집회의 자유를 교통 흐름이라는 막연한 이유로 자의적으로 통제하고 나아가 이를 처벌근거로 삼는 현실을 정당화함으로써 헌재가 자신의 책무를 방기한 것으로 매우 실망스럽다.

이번 헌재결정은 지난 2009년 5월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8부(이민영 부장판사)가 2007년 6월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하는 집회에 참석하고 거리를 행진해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된 강성준(34)씨가 낸 위헌심판제청을 받아들여 헌재에 그 위헌여부를 물은 것에 따른 것이다. 현행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는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도 도는 1천 5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법률 자체만 보면 인위적으로 도로, 수로, 다리 등을 파괴하는 것을 방지하고 교통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한 조항이다.

하지만 그동안 일반교통방해죄는 주로 집회·시위 참석자들을 처벌하는 데 적용되어 왔다. 이 때문에 이 법률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특히 정확한 행위를 규정하지 않고 ‘기타 방법’이라는 모호한 규정이 집행자의 자의적 판단을 무한정 허용할 수 있어 죄형법정주의에 반하고, 최고 10년 이하의 징역까지 처벌이 가능한 것은 교통방해 행위에 대한 처벌로 도로교통법상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를, 집시법은 50만 원 이하의 벌금과 구류 또는 6개월 이하의 징역 등을 규정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지나치게 무거워, 비례의 원칙 및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것이다.

일반교통방해죄는 독일에서 만들어져 일본을 통해 우리 형법에 도입되었는데, 독일과 일본에서는 도로를 손괴하거나 장애물을 도로에 설치하는 행위 외에 그 처벌행위의 범위가 확대되지 않도록 “이와 유사하고 동일한 정도의 위험한 공격”, “교통로의 표지 기타 부속물의 손괴, 제거 또는 변경행위”라고 구체적인 입법을 하여 재판실무에서 도로에서 집회나 시위를 하는 행위를 도로를 파괴하거난 장애물을 설치하는 행위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상황은 전혀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일본을 통하여 일반교통방해죄를 형법에 도입하면서 단지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라고만 기술하여 ‘기타 방법’이 무한히 확대해석될 여지를 만들었고, 이를 근거로 공안기관에서는 도로에서 집회.시위를 하는 행위를 도로를 파괴하거나 도로에 장애물을 설치하여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와 동일한 것으로 보고 형사처벌을 해 왔다.

도로를 물리적으로 파괴하거나 도로에 장애물을 설치하는 행위와 도로에서 사람이 집회와 시위를 하면서 움직이는 행위가 동일한 것으로 평가될 수 없다. 손괴나 불통(장애물 설치) 등의 행위는 형법 여러 조항에서 범죄행위로 금지하는 행위이고 집회나 시위는 우리 헌법에서 기본권 실현행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이루는 행위로 헌법재판소도 최대한 보장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행위인데, 두 행위가 교통방해를 하는 점은 같으니, 그것도 10년이라는 중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도 일반인의 상식이나 기본적인 법리에서 한참 벗어나는 법해석과 법운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도로교통법이나 집시법에서도 도로에서 집회나 시위를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일반교통방해죄는 그 형량이 앞서 두 법의 10배가 넘어 더욱 더 법해석과 운용에 엄격해야 한다. 그런데 입법 기술방식에서 계승한 독일이나 일본에서는 찾아 볼 수 없이 상식을 뛰어 넘는 처벌규정의 확대해석이 일어나는 것은 결국, 전근대적인 입법 기술방식과 집행자가 그에 따른 처벌행위를 확대해석하는데 있다.

이러한 점을 법무부도 잘 알고 있어 이미 법무부가 준비하고 있는 형법개정안에서는 일반교통방해죄가 무한히 확대해석되지 않도록 일본과 같이 현행의 ‘기타 방법’ 대신 ‘교통로의 표지 기타 부속물을 손괴, 제거, 변경하거나 허위의 표지나 신호를 하여’라고 명확한 규정방식을 취하여 도로에서의 집회나 시위를 하는 행위를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할 수는 없도록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합헌결정은 그 동안 일반교통방해죄의 입법적 문제나 이를 운용하는 공안기관의 확대운용의 문제 등에 대한 반성적 고려가 전혀 담겨져 있지 않다. 오히려 이번 결정으로 전근대적인 형벌규정에 대한의 입법적 정비노력이 크게 후퇴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형법법규의 내용이 애매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국민이 알 수 없으면 법을 지키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범죄의 성립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서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주의의 이념은 실현될 수 없다.

국민들이 자신들의 행위가 불명확한 형벌조항들로 처벌받을 수 있다면 일상생활은 살얼음판을 딛고 다니는 불안한 삶의 연속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헌법에서는 국민들이 누구나 자신의 행위가 범죄행위가 된다는 점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규정된 형벌조항에 의해서만 형사처벌을 받게 하도록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세계 어느 나라의 입법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집회․시위 처벌규정으로 악용되는 전근대적 일반교통방해죄에 대한 위헌시비는 계속될 것이다. 단순히 도로에서의 집회나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도로를 파괴하는 행위나 도로를 장애물로 불통시키는 행위와 동일하게 중형으로 처벌되는 것을 납득하지 못하는 국민들은 여전히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법무부의 형법개정안을 중심으로 조속히 위와 같은 전대근적인 일반교통방해죄 법률을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의 입법례에 맞게 올바로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다시 공은 국회로 넘어간 셈이다.

PIe2010032500.hwp논평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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