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표현의자유 2011-09-15   6270

[판결비평] PD수첩 광우병 판결문, 제대로 읽기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는 결론은 환영,

구체적 사실판단에 있어서 일부 소극적인 해석은 아쉬움.

 

 

[PD수첩 광우병 방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자, MBC는 허위보도로 인한 MBC의 책임을 통감한다는 사과방송 및 사과광고를 하였다. 과연, MBC는 사과하여야 하는가? 광우병 방송 판결은 무엇을 판단하였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 사건 판결을 꼼꼼히 짚어 보고, 판결의 취지를 확인해본다. – 편집자 주]

 

 

  2008. 4. 29.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프로그램 방송 후 3년이 지난 2011. 9. 2. 드디어 이 사건 방송에 대한 2개의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 하나는 PD수첩 광우병 방송을 제작한 PD들이 이 사건 방송으로 우리나라 협상단 대표와 주무부처 장관 등의 명예를 훼손하고, 쇠고기 수입업자들의 업무를 방해하였다고 기소된 형사사건에서 PD들의 무죄를 선고한 것(대법원 2011. 9. 2. 선고 2010도17237)이고, 다른 하나는 농림수산식품부가 MBC를 상대로 한 정정보도 및 반론보도 청구에서, MBC에게 일부 정정보도를 명한 고등법원 판결을 일부 파기하여, 고등법원으로 환송한 것(대법원 2011. 9. 2. 선고 2009다52649(전원합의체))이다.

  

 

  두 판결의 결론은 정부정책에 관한 언론보도의 한계를 확장하였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고, 특히 형사판결에서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하고,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결정 또는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언론보도”의 경우, “그 보도의 내용이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 한” 공직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정부정책에 대한 언론보도의 경우 명예훼손죄 성립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정정보도 및 반론보도 사건에 있어서, 광우병 방송의 주된 내용이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수입 협상과정에 관한 여러 가지 의혹과 문제점들을 언급하고 문제제기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방송내용 중 일부를 “허위의 사실적 주장”에 해당한다고 보아서 정정보도청구를 일부인용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그런데, 정정보도 및 반론보도 판결에 대하여 우선 알아두어야 할 점은, 언론중재법상의 정정보도청구권과 반론보도청구권은 언론사의 고의, 과실이나 위법성을 요하지 아니하는(언론중재법 제14조 제2항, 제16조 제2항), 다시 말하면, 귀책사유를 묻지 않는 청구권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언론사가 정정보도 청구에 대하여 보도에 고의, 과실이 없음을 주장, 입증하거나 위법성 조각사유가 있다고 주장, 입증하여도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PD수첩 광우병 보도와 관련한 제작진의 고의, 과실이나 위법성에 대해서, 반론보도 및 정정보도 사건에서는 청구의 법률상 요건이 아니기 때문에 아예 판단하지 아니하였으나, 대법원이 같은 날 같은 사안에 대한 형사사건 판결에서 “피고인들의 명예훼손에 관한 범의를 인정할 수 없어”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이상, 대법원의 최종판단은 “PD수첩 광우병 보도와 관련하여 제작진의 귀책사유는 없다.”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귀책사유 없는 보도와 관련하여 정정보도 및 반론보도를 인정하려면 방송과 다른 진실 또는 반론을 보도해야 할 실체적 정의의 요청이 강력한 경우여야 할텐데, 이 사건의 방송내용이 과연 그러한 경우인지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하에서는 법원에서 “허위”보도라고 판단된 방송내용을 각각 살펴본다.

 

 

(1)“주저앉은 소가 도축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내보내면서, 주저앉은 소들이 광우병에 걸린 소라는 취지의 보도”는 “허위”보도이다(서울고등법원 판결)

 

  

  이 부분에 대해서 판결의 결론부분이 심히 모순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법원이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문제된 주저앉은 소들의 광우병 발병 여부에 관하여 증명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과학적 증명이나 명백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주저앉은 소들이 광우병이 걸렸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광우병에 걸렸거나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는 허위”라고 성급한 결론을 내린 것이 과연 논리적으로 타당한 것인가.

 

 

  오히려 이 사건 방송에서도 나온 것처럼, 다우너 소에 대한 동일한 동영상을 보고, 미국 소비자들과 미국 의회는 “광우병 걸린 소가 도축될 위험성”을 인식하고 광범위한 리콜조치를 취하고 “광우병 등으로부터 안전성 여부”에 대한 수차례의 청문회를 열면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판국인데, 이 동영상에 대한 우리나라 법원의 판단은 “이 사건 동영상 속에 등장하는 주저앉은 소들이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보이며”, 심지어 광우병에 관하여 문제제기를 한 PD수첩 방송이 “허위보도”라는 것인가? 도대체 이 사건 동영상을 보는 어떤 시각이 더 합리적이며 진지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명백하게 결론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렇게 중대한 사안에 대한 의혹제기 보도를 허위보도로 평가한다면, 언론의 기능은 현저히 축소될 수 밖에 없고, 이런 점에서도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은 아쉬움이 남는다.

 

 

(2)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에 걸려 사망하였다는 취지의 보도”는 “허위”보도이다(서울고등법원 판결)

 

 

  그런데, 법원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보면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에 관한 중간발표 시점은 이 사건 방송일(2008. 4. 29.) 이후인 2008. 5. 5.이고, 사망원인에 관한 최종발표일은 방송일로부터 1달이 지난 2008. 6. 12.임을 알 수 있다. 즉, 이 사건 방송 당시에는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에 관해서는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미국의 언론들조차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에 관하여 인간광우병 여부를 문제제기하고 염려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미국에서 2008. 4.초 인간광우병 의심진단으로 사망한 환자가 발생하고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미국에서도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2008. 4. 18.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었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PD수첩이 아레사 빈슨의 인간광우병 발병 가능성에 대하여 의혹을 제기한 보도내용을 과연 “허위보도”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 사건 방송을 보면, 어디에서도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이 인간광우병이라고 단정적으로 방송한 사실은 없고, 모두 인간광우병이 의심된다는 내용에 불과하다. 사안에 대한 과학적이고 명백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의혹을 제기한 보도가 “허위보도”라면, 언론은 과학적이고 명백한 결론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어떠한 의혹제기 보도도 삼가야 한다는 것인가? 더구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다는 결정이 내려진 시점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존재할지도 모르는 위험성은 우리나라 국민의 생명, 신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가져올 수도 있는 사안이고 따라서 신속한 보도의 필요성도 존재한다고 하겠다. 이런 점에서, 인간광우병 관련 의혹제기 보도내용을 “허위의 사실적 보도”라고 본 고등법원 판결은 심히 유감스럽다.

 

  한편, 서울고등법원이 결론적으로 PD수첩의 후속보도에서 (1)항과 (2)항 내용에 관한 정정보도가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보고 정정보도 청구를 기각한 것은 일응 합리적이기는 하나, 정정보도 청구가 기각되어 MBC가 승소하였으므로 상고를 할 수 없어, 대법원에서 (1), (2)항 부분을 다시 판단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3) 한국인의 유전자형과 인간광우병 발병 위험성 부분에 관하여 “과학적 사실의 진위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허위”보도임 (대법원 판결)

 

 

  과학적 사실의 진위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경우라면, 과연 허위보도라고 볼 수 있을까? 대법원 판결은 인간광우병과 유전자와의 관계에 대한 보도가 허위보도라는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과학적 이론은 언제나 정당한 것이거나 증명이 가능한 것이 아니고, 과학은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므로 불확실성은 과학의 정상적이고 필수적인 특성이다… 언론은 보도과정에서 그 과학적 연구의 한계를 언급하지 아니하거나 근거 없이 그 의미를 확대하여 보도하는 것을 경계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과학의 정상적이고 필수적인 특성이고 모든 과학적 연구는 변화가능성이 있으므로 신중하게 보도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은 일견 수긍이 간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전개 과정에 따라서 “과학적 사실의 진위가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허위”라는 결론이 내려진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대법원이 판시하는 논리에 따르면, 모든 과학적 이론과 연구는 불확실성을 필수적인 특성으로 하고 있는 것이고 진위가 밝혀지기 어려운 것이므로, 과학적 연구결과와 관련된 보도는 어떠한 경우에도 허위보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내리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은가. 지금까지 입증된 모든 과학적 결과도 그 불확실성을 한계로 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과학적 이론과 관련된 보도는 언제나 “허위보도”라고 보아야 하나. 오히려 이렇게 과학적 이론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라면 보도를 장려하고, 이에 대한 충분한 반론과 입증과정을 통해서 검증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진위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어떤 주장도 명백히 입증되지 않은 사안이라면, 이와 다른 견해에 대한 반론보도를 인정하면 족할 것이지, “과학적 사실의 진위가 아직 밝혀지지 않아 허위보도”라고 보아 정정보도 청구를 인용한 것은 (정정보도 청구를 전부 기각할 경우의 부담 때문에) 무리한 끼워맞추기 식의 결론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결론적으로, PD수첩 광우병 방송에 관한 대법원의 판결은 공적 사안에 관한 언론 보도의 한계를 확장하면서 이 사건 방송을 제작한 제작진이 귀책사유가 없음을 명백히 하고, 이를 통하여 검찰의 공소제기가 정치적이고 무리한 것이었음을 공연히 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정정보도 및 반론보도 사건의 일부 쟁점에 있어서 의혹제기 보도나 과학적 연구와 관련된 보도를 “허위보도”에 해당한다고 본 점은 논리전개의 흐름이나 구체적인 사실관계, 보도의 전체취지 등을 고려할 때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또한 정정보도 청구가 언론사의 고의, 과실, 위법성 등 귀책사유를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다는 점, 형사판결에서 PD수첩 제작진의 귀책사유가 없음을 명백히 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정보도 일부인용판결을 (제작진의 보도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식으로) 과장해석하는 것은 판결의 취지를 몰각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 판결을 기화로, 정부정책에 관한 언론의 비판적 보도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라며 끝을 맺는다.

 

 

김남희 (변호사,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필자 주: 위 판례비평은 내용을 일부 축약한 것으로, 판례비평 원본은 첨부파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PD수첩 판결비평.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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