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표현의자유 2022-05-03   2278

표현의 자유와 언론 생태계 위협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철회하라

민주당은 표현의 자유와 언론 생태계 위협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철회하라

 

 

더불어민주당은 4월 27일, ① 허위조작정보 규제 근거 마련, 타인 비판적 표현물에 대한 임시조치, 사실확인 및 반박내용 게재 의무화,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에 강제성을 부여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하 김종민 의원안, 의안번호: 2115428)과, ② 포털의 자체적 뉴스 배열, 추천 서비스를 금지하고, 포털이 뉴스 서비스 내에 유통할 정보나 주체를 선별할 권한을 박탈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하 김의겸 의원안, 의안번호: 2115419)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들은 일반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하고 언론 생태계를 위협할 우려가 높은 위헌적 조항들을 포함하고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허위조작정보’ 규제, 과도한 표현의 자유 침해로 이어져 

김종민 의원안은 허위조작정보를 “정치·경제적 이익 또는 음해, 혐오 조장, 협박, 선전선동 등의 목적으로 부호·문자·음성·화상 또는 영상 등을 본질적인 내용이나 사실과 다르게 생성·변형·조합하여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로 허위사실의 입증이 가능한 정보”로 정의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허위조작정보로 인하여 발생하는 권리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경제적 이익 목적”, “음해, 혐오 조장, 선전선동 등의 목적”, “본질적인 내용이나 사실과 다르게”란 매우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개념으로, 이를 규제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헌법상의 명확성 원칙을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잉규제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예를 들면 부분편집을 한 정보도 본질적인 부분을 왜곡했다는 이유로, 패러디물, 풍자물 등도 사실로 오인하는 독자들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현재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정보는 불법정보로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삭제, 차단 시정요구 제도 및 포털의 임시조치(게시중단) 제도로 유통이 차단되고 있다. 이 역시 사법부에 의해 명백히 허위성 및 명예훼손의 불법성이 판단되기 전에 표현의 자유를 선제적으로 침해하는 규제라는 점에서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와 별개로 ‘허위조작정보’를 독립적인 규제 대상 정보로 정의한 것은 결국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 허위정보까지 규제 대상을 확대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있다. 그러나 정보의 허위성만을 이유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제인권기준이며, 우리 헌법재판소 역시 같은 취지로 ‘허위사실유포죄’를 위헌으로 선언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10. 12. 28. 결정 2008헌바157, 2009헌바88).

 

임시조치와 반박내용의 게재 의무화와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강제성을 부여한 부분은 표현의 자유 침해   

김종민 의원안에서 게시자(정보게재자) 및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삭제 등의 요청에 대해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의 심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 부분은 그동안 시민사회가 요구해왔던 게시자의 이의제기권을 보장한 것으로 개정의 방향에 동의한다. 다만 세부적인 시행 방안은 보완해야 할 점들이 존재한다. 우선, 김종민 의원안은 허위성이나 불법성이 판단되지 않은 표현물에 대해 당사자의 피해 주장이나 요청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임시조치와 반박내용의 게재를 일단 의무화하고, 이렇게 차단되거나 변경된 글은 정보게재자나 포털 등이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의 심의를 요청한 후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이 있어야만 복원의 가능성이 생기는데, 이는 표현물을 둘러싼 사적 분쟁 상태에서 정보게시자의 표현의 자유만을 일방적으로 침해하는 조치이다. 

 

또한 김종민 의원안은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의 분쟁조정 결과에 ‘강제성’을 부여하고 있어 더욱 문제다. 원래 ‘분쟁조정’ 절차는 그 결과에 대해 분쟁조정의 당사자가 수용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합의’에 기반한 절차인 것과 달리, 이는 사실상 행정기관의 정보 심의, 검열 제도를 규정한 것과 다름없어 분쟁조정절차의 성격에 맞지 않는 위헌적인 규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김종민 의원안은 (1) ‘허위조작정보’ 관련 조항, 임시조치와 반박내용의 게재 의무화 조항,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분쟁조정위원회 결정 수용 의무화 조항을 삭제하고, (2) 정보게재자의 이의제기시 게시물이 ‘복원’된 상태에서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로 회부하도록 하는 등 표현의 자유를 균형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

 

합리적 이유없이 포털 뉴스 서비스를 특정한 방식으로 강제하는 규제는 이용자들의 편익을 저해하고 언론 생태계도 위협하는 규제로 기능할 위험  

 

김의겸 의원안은 포털의 자체적 뉴스 배열·추천 서비스를 금지하고, 뉴스 콘텐츠는 언론사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아웃링크’ 방식과 이용자의 검색 혹은 언론사 선택 구독 방식을 통해서만 제공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빅테크의 언론 유통 시장 독점에 따라 언론의 다양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는 동의하나, 그 대안은 보다 심층적인 연구와 토론을 기반으로 수립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김의겸 의원안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의심스러우며, 자칫하면 오히려 언론 생태계를 위협하는 섣부른 규제가 될 수 있다.  

 

본 법안의 제안이유에서는 “포털이 뉴스 서비스 내의 기사 배치를 통해 사실상 편집행위를 하면서 국민 여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러한 기사 추천이 특정 언론에 편중되어 있”다고 설시되어 있다. 그러나 ‘편향’이나 ‘불공정’은 판단기준조차 불명확한 개념으로, 그 존재나 해소 여부 역시 증명될 수 있는 해악이 아니다. 예를 들어 모든 언론사 기사를 동등한 개수만큼 노출시키면 공정한 것일까. 포털 뉴스 서비스 규제의 전제가 되는 해악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다면 합리적인 규제 방안이 도출될 리 만무하다. 현재 포털의 뉴스 추천 서비스는 다양한 언론사의, 다양한 이슈와 분야에 대한 기사를 한눈에 파악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서비스에 만족하는 이용자들도 많다. 한편 본 법안에서 의무화하고 있는 ‘아웃링크’ 방식은 언론사의 상업적 경쟁을 심화시켜 자극적, 선정적 기사의 난무로 인한 전반적인 뉴스 품질 저하와 과도한 광고 게재로 이용자 편익을 저해할 우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서비스 방식을 강제하는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누구든지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에게 뉴스를 공급할 수 있으며,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는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한 이른바 차별금지 조항 부분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는 포털이 본인들의 뉴스 서비스를 통해 유통할 수 있는 주체나 콘텐츠를 선별할 권한을 박탈하는 내용인데, 포털과 언론사 간 뉴스 제휴 계약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포털 뉴스의 자율규제 노력도 무력화시킨다. 이 조항으로 인해 뉴스제휴평가위원회나 현재 설립이 논의되고 있는 통합형 자율규제기구를 통해 문제가 있다는 결정이 내려진 언론사의 기사 역시 포털이 차별없이 유통하여야 할 의무가 부과되므로, 포털 유통 제한을 통한 자율규제가 더 이상 실효성을 거둘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뉴스 공급 주체를 ‘(정보통신망법) 제1항 제2호에 따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규정하여, 등록 언론사뿐만 아니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 등록한 모든 웹사이트 운영자들이 뉴스로 제공하고자 하는 정보는 뉴스 카테고리에서 유통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언론법상의 규제를 받지 않는 자가 제공하는 신뢰도가 낮은 정보도 뉴스로 유통하도록 함으로써 전체적인 언론 시장의 왜곡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또한 법안이 이처럼 포털이 뉴스에 있어서도 순수한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하므로 언론사에 차별을 두지 말고 이용자들의 선택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이용자들의 위치정보를 활용해 해당 지역언론을 우선 배치하도록 강제하는 조항을 신설한 것 역시 제안이유와 어긋나는 모순적인 부분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와 같이 김의겸 의원안은 현황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공감대가 매우 부족한 법안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목적으로 섣부르게 입법화하기 보다는 빅테크 및 플랫폼이 언론 다양성,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접근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심도깊고 체계적인 연구를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모든 법안들의 명분은 좋다. 그러나 특히 표현물·언론 규제는 사상의 자유시장, 언론시장을 왜곡하고 자유로운 소통과 여론의 흐름을 방해하여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언론개혁’, ‘나쁜 표현 엄벌’이라는 목적에만 매몰되어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 저해 측면, 정치적 남용의 위험성, 뉴스 이용자의 편익과 목소리는 고려하지 않은 채 설익은 법안들을 무리하게 발의하고 추진하는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 민주당이 본 위헌적 법안들을 철회하고, 시민사회의 의견을 경청하며 성숙된 정책을 만들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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