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표현의자유 2013-02-13   2097

[논평] 노회찬의원의 안기부X파일 폭로는 무죄

노회찬 의원의 “안기부X파일”폭로는 무죄

대법원은 공익목적과 관련법 개정 중인 것 고려해야 

 

내일(2/14) 노회찬 의원의 이른바 ‘안기부X파일’ 사건의 재상고심(대법원) 선고가 예정되어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11년 5월 13일 삼성그룹이 고위 검찰 간부들에게 정기적으로 “떡값”을 제공해 왔다는 사실을 노회찬 의원이 인터넷상으로 공개한 것은 공익에 비해 검사 개개인의 사생활의 침해 정도가 심하다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하였다.

파기환송심에서는 2011년 10월 28일 노 의원에게 통비법 위반으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고, 이에 대해 노 의원이 다시 상고한 재상고심에 대한 선고가 2월 14일 예정되어 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박경신 교수, 고려대)는 노회찬 의원이 국회의원의 직무로서 행한 행위, 특히 기업의 불법대선자금 조성 및 기업, 언론, 검찰의 유착관계 폭로 행위는 중대한 공익적 사안으로 통비법 위반죄를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노 의원이 기업과 검찰 및 언론기관과의 유착관계를 폭로하고 이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의원회관에서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당시 17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으로서 행한 의정활동의 일환이었다. 보도자료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한 것 역시 그 연장선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한 것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의 대상이어서 처벌받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홈페이지에 게재한 것은 통비법위반죄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과연 그런가? 인터넷에 올린 행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배포하는 것과 달리 보아야 하는 근거가 무엇인가?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은 변함이 없을 뿐 아니라 폭로된 사실 또한 다를 바가 없다. 인터넷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상시적으로 유권자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러한 인터넷을 통한 의정활동 공개는 일반적 추세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홈페이지에 보도자료를 게재한 행위를 면책특권의 대상이 되는 의정활동에서 따로 떼어내어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유죄를 만들기 위한 견강부회가 아닐 수 없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01년, 익명의 제보원이 불법 도청 녹음해 전달한 두 교원노조 간부 사이의 휴대전화 통화 내용을 방송한 펜실베니아주 한 라디오 방송국의 토크쇼 진행자를 도청방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언론 자유와 그 보호를 규정한 수정헌법 제1조는 개인간의 전화, 휴대전화, e-메일 등을 도청하지 못하도록 한 도청금지법에 우선하며 대중이 정보를 들으면서 얻는 이익은 개인의 이익보다 더 중요하다는 취지였다.

반면 우리 대법원은 “불법 감청·녹음 등에 관여하지 아니한 언론기관이 그 통신 또는 대화 내용을 보도하여 공개하는 행위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기 위하여서는”, “불법 감청· 녹음 등에 의하여 수집된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이 이를 공개하지 아니하면 공중의 생명· 신체 ·재산· 기타 공익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 등과 같이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노 의원의 ‘떡값검사’ 실명공개는 감청된 대화가 이루어진 8년 후에 이루어진 것이라서 ‘공익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 등과 같이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하지만 노 의원이 ‘떡값검사’ 실명까지 언급하며 안기부X파일 사건을 폭로한 것은,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 것이자 기업과 검찰, 언론의 유착관계라는 우리 사회 고질적인 병폐를 고발하기 위한 “중대하고 비상한” 공익적 행위이다.

더욱이 대화가 이루어진지 8년이 흐른 후에 공개하였다고 하여 보호해야 할 공익이 없다고 한 것은 반(反)역사적인 판결이다. 미래의 비극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선행되어야 함은 ‘잘못된 역사로부터 배우지 않는 자, 그 역사를 반복할 것이라’는 경구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노 의원이 공개하기 전까지 비리검사들의 실명은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은 상태였고 기업과 검찰의 유착관계에 대한 의혹은 피상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그렇다면 노 의원이 8년이 지난 일이라도 그 주인공들을 공개함으로써, 해당 검사들이 해당 기업에 대해 유리하게 처리하였는지 등을 국민들이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공익에 부합한다.

현재 국회에서는 이 사건에 적용된 통비법 관련 법정형에 문제가 있다는 여야 공감대가 형성되어 법률 개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안기부 X파일 사건의 경우에서처럼 공익을 위한 행위를 과도하게 처벌하여 공익제보, 국민의 알권리 및 표현의 자유 등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다. 국회의원이 직무상 행한 행위까지 처벌받는다면 권력비리에 대한 공익제보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공익적 목적을 감안하여 노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하거나 최소한 입법부의 법개정추진을 감안하여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