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표현의자유 2014-01-14   1705

[논평] 개정된 방송통신심의규정에 우려를 표한다

개정된 방송통신심의규정에 우려를 표한다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 등 포괄적 조항 신설은 정치심의·표적심의 더욱 부채질할 것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 이하 방심위)가 지난 1월 9일 전체회의를 열어 방송통신심의규정 개정안을 의결하였다. 개정된 심의규정에는 ‘(방송이)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쳐서는 안된다’ 는 규정 등, 전체적으로 언론과 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크게 제약할 만한 내용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참여연대(공동대표 김균․이석태․정현백)는, 개정된 심의규정은 최근 수 년 동안 계속되어 온 정부의 ‘비판언론 길들이기’에 이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끊임없이 문제로 지적되었던 방심위의 표적심의, 정치심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애초 방심위의 방송심의규정 개정안에는 ‘민족의 존엄성’ 조항(제25조의 2)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이 조항은 “방송은 민족의 존엄성과 긍지를 손상하지 않도록 하여야 하며”,“일반적으로 인식된 역사적 사실 또는 위인을 객관적 근거 없이 왜곡하거나 조롱 또는 희화화하여 폄훼하지 아니 하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규정에 따른다면, 역사적 인물에 대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사실을 부각시키는 내용도 방송으로 내보내기 어려워진다. 주류적 역사해석에 함부로 도전하지 말라는 것이다. 다행히 이 조항은 여론의 반대를 이기지 못하고, 개정된 심의규정에서 일단 빠졌다.

 

 ‘민족의 존엄성’ 조항은 빠졌지만, 개정된 심의규정에는 그간 계속되어 온 자의적인 정치심의의 도구로 이용할 만한 규정이 새롭게 들어갔다. “방송은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치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조항(심의규정 29조의 2)이 일례다. 어떤 방송이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그 자체로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혹 보도와 촛불시위, 천안함 침몰 의혹 보도, 제주 해군 기지에 관련된 보도와 같이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에 대해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방송으로 규제할 수도 있다. 최근 정부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 정당 해산 심판 청구’를 다룬 JTBC의 <뉴스9>에 대해서도 이 조항을 들이대 징계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최소한의 예측가능성을 주지 못하는 심의규정은 방심위의 자의적이고 일방적인 심의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쓰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통신심의규정에도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내용이 상당하다. 개정된 심의규정은 여전히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보다 훨씬 포괄적으로 심의 대상을 규정하고 있다. 심의의 대상을 ‘불법정보’에 한하지 않고 ‘유해정보’까지 확대하고 있으며, “국익에 반하거나”, “건전한 법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사회질서를 저해하는” 등 모호하고 포괄적인 조항을 신설해 자의적 해석의 여지도 커졌다. 게시물 삭제․차단 등 시정요구의 대상이 되는 게시물의 작성자에게는 여전히 통지 및 의견진술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정보인권단체들의 그간 요구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방송통신심의규정의 개정을 중요하게 살펴보아야 할 중요한 이유는, 방심위원이 구성되는 방식 때문이기도 하다. 현행 법령을 따를 때, 9명의 방심위원 중 6명은 사실상 여당의 몫으로 채워지고, 나머지 3명은 야당이 추천한다.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독립적일 수 없는데다가, 한편으로 여당 쪽이 수적으로 반대편을 압도할 수 있는 구조이다. 이런 구조하에서 ‘정치심의’, ‘표적심의’ 논란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현행 심의가 조금이라도 공정성을 갖추려면 심의규정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포괄적 심의는 자의적 심의가 될 수밖에 없다.

참여연대는 위헌적 요소가 다분한 개정된 심의규정들을 근거로 방송과 인터넷에서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경우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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