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빠진 헌재의 통신자료 무단 수집 헌법불합치 결정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수사기관 등의 통신자료 수집에 관한 당연한 헌법불합치 결정, 

헌법재판소의 결론은 환영하지만 미흡한 기본권 침해 판단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헌법재판소는 2022. 7. 21. 수사기관 등에 의한 통신자료 취득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각하하는 한편, 그 근거조항인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 대해서는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헌법재판소 2022. 7. 21.선고 2016헌마388 등 결정). 위 결정은 지금으로부터 약 6년 전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당시 출범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가 제기한 제1호 공익인권변론사건으로 통신자료를 무단으로 수집당한 500명의 시민들을 대리하여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헌법재판소가 통신자료 수집에 관한 근거 법률인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론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면서도 수사기관 등의 통신자료 취득행위가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이 영장주의 및 과잉금지원칙 등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본 것은 정보인권의 관점에서 부당하다. 이에 우리 단체들은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환영보다는 그 미흡함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먼저, 헌법재판소는 위 결정에서 수사기관 등에 의한 통신자료 취득행위가 강제력이 개입되지 않는다고 보면서 헌법상 영장주의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 따른 통신자료제공제도는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통신자료의 제공을 요청하고, 전기통신사업자가 이를 제공함으로써 수사기관 등이 통신자료를 취득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강제력이 개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기통신사업자가 통신자료를 정보주체의 의사와 무관하게 수사기관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이러한 제도를 강제력이 없는 제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따라서 영장주의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통신자료제공제도를 지극히 형식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가 위 결정에서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이 명확성의 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본 것 역시 부당하다. 헌법재판소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라는 통신자료제공요청의 요건이 ‘국가의 존립이나 헌법의 기본질서에 대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요구되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의 정보수집’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제시하는 ‘국가의 존립이나 헌법의 기본질서에 대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 역시 그 의미가 불분명하고 수사기관에 의해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해석에 따르더라도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의 불명확성으로 수사기관 등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이루어지는 광범위한 정보활동에 통신자료제공이 허용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본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부당하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통신자료에 민감정보가 포함되지 않고, 수사 등 정보수집의 목적달성에 필요한 최소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면서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수사기관 등이 수집하는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는 개인정보 보호법 등이 민감정보와 마찬가지로 특별히 보호하고 있는 고유식별정보이다. 더불어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 의해 국가안전보장 및 수사와 관련 없는 사람들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 등에게 광범위하게 제공되어왔다는 사실이 수차례 드러났음에도,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조항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 의한 통신자료제공에 관한 사후통지 절차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이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사후통지 제도를 절차적 권리로서 보장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환영할만하지만,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 요구되는 헌법에 따른 절차적 요청이 사후통지만으로 국한되는 것으로 이해되서는 안될 것이다. 사후통지제도 외에 정보주체가 통신자료 수집의 적법성을 다툴수 있는 심사제도 등 사법적 통제수단 등도 헌법상의 적법절차의 원칙에 따른 절차적 요청으로 향후 법개정에 고려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6년이라는 긴 심리기간 끝에 현행 통신자료제공제도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점을 최초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미흡한 기본권침해에 대한 판단으로 수사기관등에 의한 남용적인 통신자료 수집으로 발생하는 정보주체의 기본권 침해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사후통지제도의 부재만을 문제점으로 지적한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은 수시기관의 판단만으로 수백만명의 통신자료가 통제없이 수집되는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통신자료에 대한 사법적 통제와 정보주체의 권리를 강화하라는 국제인권규범의 요청에도 어긋난다.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의 의미를 최소한의 결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수사기관 등에 의한 남용적인 통신자료수집으로부터 정보주체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통신자료를 우회적으로 취득하는 제도인 통신자료제공제도를 폐지하고, 수사기관 등에 의한 통신자료의 취득을 영장 및 적법성심사 제도의 도입, 정기적 감독의 보장 등을 통해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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