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칼럼(pi) 2011-12-29   2605

SNS 등 인터넷 통한 선거의사표현은 선거법 단속 대상 아니다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무조건 개정되어야
 SNS가 “그 밖의 이와 유사한 것?”… 사실상 금지할 수 있어

 

박주민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운영위원

     
오늘(29일) 헌법재판소에서는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이 있을 것이다.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총 4개의 사건이 병합되어 같이 판단된다고 한다.

 

그동안 현행 공직선거법은 지나치게 규제 중심적이어서 ‘유권자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가로막는다’는 평을 많이 들어 왔다. 그 핵심적인 조항이 바로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이다. 따라서 오늘 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에 대하여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정치적 의사표현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첩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

 

이 조항이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에 국민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가로막는 핵심조항이라는 평을 들을까. 이번에도 5개나 되는 사건이 한꺼번에 문제가 되고 있어 ‘공직선거법 93조 1항’을 살펴보려 한다.

 

먼저 추상성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법률로 제한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명확한 내용만 법률로 제한해야 하는데,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라는 부분은 그 의미가 불명확해 광범위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

 

어떤 행위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위”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행위 그 자체 및 그 행위 당시의 정황, 방법 및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판단해야 하지만, 결국 “행위자의 내심의 의사”에 의하여 구별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동일한 내용의 UCC임에도 어떤 사람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가지고 게재하고, 다른 어떤 사람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사 없이 게재하였다면 제3자로서는 이를 명확히 구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선관위나 대법원은 이를 구별하기 위하여 ‘반복적으로 게재하였는지‘를 주된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반복성의 기준이 무엇인지도 전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3번 이상이 반복되었다고 판단되기도 하고, 100번 이상이 되어야 비로소 반복되었다고 판단되기도 한다.

 

이처럼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은 그 내용이 매우 불명확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사람조차도 어떤 행위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위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이는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을 적용함에 있어서 관심법(觀心法)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자의적으로 사용할 소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는 포괄성이다.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은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라는 수단을 열거하고 있지만, 곧바로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이라는 규정을 둬 사실상 모든 것들이 금지될 수 있게 되어 있다.

실제로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이나 UCC를 올리는 것 등은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에는 포함되지 않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에는 포함된다고 해석해 처벌하고 있는 것이다.

 

위에서 이미 언급했지만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법률에 의해서만 가능한데, 이렇게 포괄적으로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규정을 두는 것은 이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특히 새로운 의사표현의 수단이 나타나면 그 성격이나 기능 등을 고려하지 않고, 모두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에 해당된다고 하여 처벌하거나 금지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바로 SNS가 그 예이다.

 

세 번째, 과잉성이다. 우리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서는 과잉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의 기간 동안을 제한 기간으로 설정하고 있다.

 

통상적인 경험에 비추어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1년에 선거가 한 두 차례 있는데, 각 선거마다 180일 전부터 의사표현에 제한을 받게 되면 결국은 항시적으로 의사표현에 제한이 가해지게 된다. 이것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잉한 제한이 된다.

 

결국,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은 추상적이고, 포괄적이고, 과잉하게 국민의 의사표현을 제한하는 규정이라 할 것이다. 물론 어떤 이는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헌법재판소도 그런 주장들과 궤를 같이하여 왔다.

 

그러나 선거의 공정은 선거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따라서 선거의 공정을 위하여 선거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또 유권자들의 표를 얻으려는 후보자간 경쟁이라는 측면의 선거운동과는 달리, 국민들이 선거에 나온 후보자에게 국민의 의사를 전달하려는 선거운동은 주권(主權) 행사이자 선거의 공정을 해칠 염려가 적다(공직선거법이 막으려는 금권선거나 관권선거는 통상 후보자들 간의 경쟁에서 비롯됨).

 

그러므로 공정성의 기준이 후보자간의 경쟁에는 엄격하게, 유권자들의 의사표현에는 약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런 주장들이 가질 수 있는 타당성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예전과 달리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이 계속 발명되고 있고, 또 그런 의사소통 수단을 사용해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라는 관점에서 보면 매우 긍정적인 일이며, 권장되어야 하는 일이다. 정치적 무관심과 그로 인한 투표율 하락이야말로 민주사회가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위기이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광범위하게 막아 왔던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에 대해 그 위헌성을 확인해야 할 것이고, 만약 헌법재판소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은 국민의 의사표현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12/29일자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입니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