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통3사 고객에게 개인정보의 처리 여부 등 확인해 줄 의무 확인

개인정보보호법 4조 ‘열람청구권’ 구체적·실질적 권리로 인정한 법원 판결 당연

통신3사의 비식별조치 대상 항목 공개할 의무 인정하면서도 비공개에 대한 손해배상 인정 않은 것은 아쉬워

 

 

지난 11월 11일 서울고등법원 제14-1 민사부(재판장 김종우 판사)는 통신3사가 고객의 개인정보를 다른 기업들의 신용정보 등과 무단 결합한 현황을 알려달라는 고객들의 열람청구 소송에서 이통사의 공개 의무를 인정하면서도, 이들 기업들이 1심 재판 과정에서 법원의 명령에 따라 열람청구에 응했으므로 비공개로 보기 어렵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여 항소를 기각했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법 제4조 3호 ‘개인정보의 처리 여부를 확인할 권리’를 구체적 권리로 확인하고, 비식별조치한 고객정보 항목을 확인해줄 의무가 통신3사에 있다고 인정한 것은 긍정적이다. 앞으로 기업이 보유한 고객의 개인정보를 가명처리 내지 비식별조치하였는지 여부, 그 항목 및 3자 제공 현황 등을 정보주체들은 언제든 열람청구할 수 있다고 법원이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이번 소송은 통신3사가 자신들이 보유한 고객 정보를 생명보험사나 카드사 등의 고객정보 및 신용정보와 이른바 ‘비식별조치’ 하여 무단 결합, 제공하였다는 사실이 2017년 국감에서 폭로된 후, 통신3사 고객들이 개인정보 무단결합 이용 여부와 항목, 제3자 제공 여부를 알려달라고 2018년에 제기한 열람청구한 소송이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마찬가지로 정보주체가 열람을 구할 수 있는 개인정보의 ‘이용’을 매우 협소한 범위로 해석하여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축소시킨 점은 유감이다. 뿐만 아니라 원고들이 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의 석명요구 이후에야 비식별조치 여부, 항목 등을 뒤늦게 공개한 것임에도 1심 법원과 마찬가지로 항소심도 비공개로 볼수 없다며 통신3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점은 문제다. 개인정보 처리 등에 대한 열람은 정보주체가 원하는 적기에 공개하여야 의미가 있다. 재판이 시작되고도 한참 지나서야 공개한 것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는다면 앞으로 기업들이 법적 의무를 해태한 것을 반성하고 재발방지에 나서려 하겠는가. 

 

한편, 개인정보보호법 제4조에서 명시한 열람권을 구체적인 권리로서 인정한 것은 법 취지에 부합하는 합당한 법해석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개인정보보호법 제4조에 규정된 ‘개인정보의 처리 여부를 확인할 권리’가 개인정보의 처리정지권, 정정·삭제 및 파기를 요구할 권리, 개인정보의 처리로 인하여 발생한 피해를 신속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구제받을 권리 등의 권리를 적시에 실효성있게 행사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필수적인 권리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열거된 정보주체의 권리가 단순히 ‘추상적인 선언’일 뿐 이 규정에서 곧바로 정보주체의 열람, 제공의무가 도출되지는 않는다고 한 통신사들의 주장과 이를 그대로 수용한 1심 판결을 바로잡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개인정보의 처리 여부를 확인할 권리’에 근거하여 원고들은 자신의 정보에 대해 비식별조치가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확인할 권리를 갖고, 피고는 이에 의무를 진다고 판시한 것은 의미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이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정보주체의 권리조차 몇 년에 걸친 재판과정을 통해 확인받아야 하는 정보인권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우리 사회는 이미 디지털 사회로 진입해 온국민의 개인정보가 데이터로 축적되고 재화로 다뤄져 정보인권 보호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사회적 과제가 되었다. 자신에 대한 정보를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공개하고 이용하게 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헌법적 권리로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처리여부와 처리과정을 정보주체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비록 원고측의 항소를 기각한 판결이긴 하지만, 정보주체의 열람권이 정보주체의 다른 권리를 적시에, 실효성있게 행사할 수 있게 해 주는 필수적인 권리임을 확인한 것이라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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