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 등이 구축하는 생체정보 활용 인공지능 시스템 전면 중단해야

지방자치단체들이 치안이나 방역 등을 이유로 얼굴인식 인공지능 시스템을 운영 중이거나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구 수성구 시민들의 생체정보 데이터를 제공받은 한 민간업체는 이를 무단 반출한 것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생체정보를 실증랩에서만 다루기 때문에 안전하다”던 과기부의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난 셈입니다. 

생체정보는 유일하고 불변의 특성이 있어 유출시 피해를 복구하기가 어렵습니다. 때문에 특별한 보호 조치가 필요하지만, 오히려 우리 사회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앞다투어 사람들의 생체정보를 민간업체에 제공해 인공지능 식별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들 사업은 전면적으로 중단되어야 합니다. 또한 언론보도로 알려진 사례 이외에 얼마나 많은 사업이 위험하게 추진 중인지 전수조사가 필요합니다. 


국가기관 등이 구축하는 생체정보 활용 인공지능 시스템 전면 중단해야

국가기관, 지자체 등이 구축하는
생체정보 활용 인공지능 시스템 전면 중단해야

과기부 주도 인공지능 산업의 위험성 드러나 

생체정보 등 공공데이터의 민간기업 AI 학습용데이터 제공은 불법

개보위, 전국 지자체 추진 중인 생체정보 활용 사업 전수조사해야

언론보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대구 수성구의 ‘인공지능(AI) 융합 국민안전 확보 및 신속대응 지원 사업’에 선정한 5개 민간업체 중 한 업체가 인공지능 학습용으로 제공받은 시민들의 ‘얼굴 영상’ 10만여 건을 통제구역(실증랩) 밖으로 무단 반출한 것이 발각되었다. 법무부와 과기부의 얼굴인식 인공지능 추적식별 시스템 구축 사업에 내⋅외국인 얼굴정보 1억 7천여건이 무단 제공되어 충격을 준 것에 이어, 지자체가 CCTV를 통해 확보한 국민들의 영상정보를 인공지능 학습데이터로 민간기업에 무단으로 제공하였을 뿐 아니라 통제된 장소에서만 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발표했던 과기부의 해명이 그야말로 거짓임이 드러난 것이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업체 씨이랩은 2014년부터 국방부, 중소벤처기업부, 과기부 등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의 기술 용역 과제 13건을 수주해온 것으로 알려져 이와 유사한 개인정보 유출 사례가 추가로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이 든다. 과기부는 즉각 해당 사업을 중단하고, 적발된 업체를 사법처리할 뿐 아니라 이후 인공지능 관련 사업에서 퇴출시켜야 할 것이다. 

두 달이 지나도록 과기부는 민간업체가 관련 영상정보를 무단 반출한 사실조차 몰랐다고 하니 관리감독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명백하다. 데이터뉴딜, 인공지능 산업의 주무부처로 자처하고 있는 과기부가 과연 자신들이 주도하여 개발하고 있는 얼굴 등 생체정보를 활용한 인공지능시스템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국민의 생체정보 등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국가와 지자체가 앞다투어 인공지능 시스템 구축 사업 명분으로 정보주체 모르게 생체정보를 민간기업에 제공하고, 개인정보보호법상 정보처리자의 의무를 면제하도록 ‘위탁’형식이라는 꼼수까지 부린 것은 국가가 나서서 불법을 조장한 행태로 비난받아 마땅하며 그러한 사업은 전면 중단해야 한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법무부의 얼굴인식 인공지능 식별 추적시스템 뿐 아니라, 이번 대구 수성구의 인공지능 시스템 등 전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치안이나 방역 등을 이유로 얼굴인식 인공지능 시스템을 운영 중이거나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천시가 도입 개발하고 있는 지능형 역학시스템은 시내 방범용 CCTV를 활용해 코로나19 등 감염병 확진자의 이동경로·마스크 착용 여부·밀접 접촉자 등을 추적한다는 명분이고, 경기 안산시가 2022년 시범도입을 준비 중인 아동학대 실시간 탐지 시스템도 어린이집 CCTV를 활용해 아동학대를 실시간 탐지한다는 목적이다. 이미 범죄예방용으로 인공지능 감시시스템을 시범 운영하는 곳도 있다. 제주 경찰은 안면인식·침입감지 기능을 갖춘 CCTV를 신변보호 대상자 집 주변에 설치해 특정 인물이 주변을 배회하면 대상자와 112 상황실에 실시간으로 얼굴 사진을 전송한다. 경찰청은 2022년부터는 이 시스템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처럼 국가기관, 지자체 등이 공적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개인정보와 얼굴, 지문과 같은 생체정보, 질병, 건강정보와 같은 민감정보를 사회적 합의나 논의 없이 민간기업의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무단 제공하면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나 인권, 프라이버시 등 기본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큰 문제이다. 막대한 예산이 집행되고 사람의 민감한 얼굴정보를 사용하는 정부 주도 사업에서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의 준수 여부를 철저하게 검토하거나 주무 부처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의 협의는 기본임에도, 최근 언론보도로 알려진 사례들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검토조차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 보호의 검토 없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국가 주도의 생체정보 활용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 사업에 관하여 개인정보 감독기구로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제 역할이 절실하다. 최근 드러난 사례 이외에도 전국적으로 추진 중인 유사 사업이 더 많을 것이라는 점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공공기관과 전국 지자체 등이 개발 중인 생체정보 활용 인공지능 시스템 사업 현황과 실태를 전수 조사할 것을 요구한다. 

전세계적으로 법집행기관이 얼굴인식 등 생체정보를 활용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대량감시 위험과 유출시 피해 회복 불가능의 우려에서 규제방안 마련에 사회적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나라만 유독 아무런 견제장치도 없이 국가기관과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인공지능시스템을 운영하려고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인공지능은 산업기술적 측면 뿐 아니라 우리 삶 전체를 바꿀 새로운 현상이기 때문에 인권을 중심으로 한 통합적이고 총체적 접근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산업 육성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제약에 대하여 제대로 된 관리감독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연이어 드러나는 과기부 주도의 인공지능 시스템 관련 사건들이 이를 여실히 보여주지 않는가. 더 늦기 전에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통제할 수 있는 법제를 마련할 것과 이를 위해 인공지능으로 영향을 받는 당사자를 비롯한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범국가 차원의 인공지능 컨트롤타워를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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