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표현의자유 2010-01-25   5142

참여연대, 강제적 인터넷 실명제 헌법소원 제기


강제적 인터넷 실명제 헌법소원 제기



유튜브, YTN, 오마이뉴스 이용네티즌,
헌법상 익명표현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평등권 침해 주장

익명표현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라는 규범이 보호해야 할 가장 핵심적 가치

범죄가능성 관계없이 글을 올린다는 이유만으로 신원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사생활침해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오늘(1/25) 오전 11시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 강당에서 현행 정보통신망이용촉진과정보보호에관한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에서 규정한 제한적 본인확인제(이하 “인터넷실명제”)가 인터넷 이용자들의 익명표현의 자유, 인터넷언론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자기정보통제권, 평등권 등을 침해하므로 위헌이라는 결정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기자 설명회를 가졌다. 정보통신망법상 인터넷실명제에 대해서 헌법소원이 제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오늘 기자설명회에는 박경신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고려대 법학전문대 교수), 김보라미 변호사,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가 참석하였다.

헌법소원에 참여한 네티즌들은 지난해와 올해 오마이뉴스(ohmynews.com), 그리고 와이티엔(ytn.co.kr), 유튜브(kr.youtube.com) 등의 인터넷 게시판에 댓글 또는 게시글의 형태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자 하였으나, 실명인증을 통한 회원가입을 요구하여 댓글 쓰기 또는 게시글 쓰기를 포기하였다. 이는 현행 “정보통신망법 제44의 5 제1항 제2호와 동법시행령 제30조 제1항”상의 인터넷실명제에 의해 이들 게시판 기능의 사이트들이 반드시 실명인증을 하도록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9년 1월28일부터 이들 세 사이트는 일일평균 이용자수가 10만 이상이면 실명인증을 하도록 한 개정법률에 따라 새롭게 인터넷실명제가 적용된 사이트들이다.

예컨대 2009년 1월 28일 이전에는 유튜브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 위해서는 로그인을 하여야 하고, 로그인을 하기 위해서는 회원가입을 하여야 하지만 회원가입을 하기 위하여 반드시 자신의 실명이나 주민등록번호 등을 기입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2009년1월28일부터 유투브는 1일평균이용자 수 10만 이상의 사이트이므로 반드시 실명인증을 해야 한다. “익명성이야말로 웹의 정신”이라고 한 유튜브는 작년 4월 9일 이 같은 한국의 인터넷실명제에 반대해 게시판 기능을 없애 버렸다. 따라서 한국의 인터넷실명제로 인해 한국 국적의 네티즌은 유튜브에 댓글을 달 수 없게 된 것이고 익명으로 글을 쓰고, 의견을 피력할 권리를 침해당한 것이다.

헌법소원 청구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가가 제한적본인확인제를 인터넷사업자들에게 의무화함으로써 이들의 서비스를 통해 타인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인터넷이용자들에게 본인확인의무를 강제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2007년 7월 인터넷실명제가 최초 도입될 당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인터넷사업자들에게 의무화되는 한, 인터넷이용자들이 인터넷사업자들의 서비스를 통해 타인들과 익명으로 소통할 자유가 공권력에 의한 제한되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핵심적으로 보호하려는 것은 권력자나 다수로부터 핍박받는 표현이지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표현은 아니다. 익명은 시대의 편견이나 권력자의 탄압을 피하기 위해 동원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익명으로 말할 자유는 표현의 자유라는 규범이 보호해야 할 대상 중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가장 가치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온라인에서 익명표현의 자유는 흔히 오프라인 세계에서 엘리트연사가 담론을 지배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여러 신분징표들, 예를 들면 인종, 계층, 성, 출신민족, 나이 등을 숨길 수 있도록 하여 누구나 사회적 담론을 주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준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판례를 통해 표현의 자유는 사상이나 의견을 외부에 표현하는 자유로서 ‘현대 자유민주주의의 존립과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이며 이를 최대한도로 보장하는 것은 헌법의 기본원리의 하나'(헌재 1992. 6. 26. 90헌가23)라고 천명한 바 있다.
   
무엇보다 인터넷실명제가 위헌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실명을 확인받은 후에야 그 의사를 표현해야 하는 이용자는 스스로 조심하는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어, 실질적으로는 자유로운 의견표명을 사전에 제한하는 ‘실질적인 사전검열’로 기능하여 헌법 제21조가 보호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둘째, 인터넷상에 글을 올린다는 이유만으로 그 내용에 관계없이 이전에는 적용되지 않았던 신원공개의무를 강제로 부과하여 헌법 제17조가 보호하는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 특히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제3항은 인터넷실명제를 통하여 확보된 신상정보를 영장없이 수사기관에 제공하도록 하는 상황 하에서 위와 같은 사생활의 자유의 침해효과는 심각하다.    
또한 인터넷 매체가 아닌 다른 매체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실명제로 운영되고 있지 않아 평등권에도 위배된다. 그 외 인터넷에서 글을 쓰기 위해 일일이 자신의 핵심적인 신상정보인 주민등록번호, 이름 등을 노출해야 하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2007년 당시 정부가 인터넷실명제를 도입한 취지를, 정보통신망의 특성상 익명성 등에 따라 발생하는 역기능 현상에 대한 예방책으로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와 공공기관의 책임성을 확보,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실명제 실시 이후에도 악성댓글이 줄어들었다는 의미있는 통계자료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명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미국의 웹사이트의 경우 오히려 욕설 등 악성댓글이 많이 보이지 않는데 그 이유는 이용자의 분신인 사이버인격에 책임을 지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익명의 글쓰기는 도리어 사상의 전파라는 공익적 역할을 수행해왔기 때문에 ‘위험’이 있더라도 역사적으로 보호되어 왔으며, 바로 이것이 대부분의 자유민주주의국가의 헌법이 표현의 자유를 명시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이유이다. 그런데 국가가 강제하는 인터넷 실명제는 이와 같은 헌법적 가치를 무시하고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하고 있어 위헌적이다.


                                                                                                                         

강제적 인터넷실명제 헌법소원을 시작하며

우리나라의 인터넷실명제는 우리나라 인터넷을 인트라넷으로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 포털들이 요구하는 주민등록번호를 가진 사람들 만이 발언권을 가지게 되는 인트라넷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누구나 한꺼번에 소통할 수 있다는 인터넷의 본질이, 1일평균사용자 10만명 이상의 우리나라의 주요 인터넷사이트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인터넷사이트의 모습은 인터넷을 통한 소통을 그리고 문화의 발전을 심하게 위축하고 있다. 실명제 실시 이후 해외에서 또는 익명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려는 사람들의 참여가 제한되면서 우리나라 인터넷의 공개콘텐츠의 질은 계속 저하되고 있다.  

수많은 인터넷웹사이트들이 상호 실명을 제공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 사이의 자발적인 합의 하에 실명으로 운영되고 있고 불법컨텐츠나 모욕성 글도 많지 않다. 그러나 이번 소송은 웹사이트운영자들과 사용자들 사이의 자발적 실명제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6은 실명사용에 합의할 마음이 없는 운영자들과 사용자들에게 실명공개를 강제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에 따라 포털들이 모든 게시글에 붙어 있는 실명을 영장도 없이, 게시자에 대한 고지도 없이 수사기관들에 넘겨주고 있어, 실명이 스크린에 떠있지만 않을 뿐 글쓰기를 할 때마다 실명을 국가에 등록하는 ‘순수 실명제’라고 봐야 한다. 구글이 최근 고객의 프라이버시보호의 어려움을 이유로 중국에서 철수하였는데 만약 구글이 실명제를 회피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여 고객의 정보를 수사기관에 넘겨줘야 되는 아픈 경험을 했다면 똑같은 일을 한국시장에 했을지도 모른다.

‘떳떳하면 왜 실명공개를 못하는가’라고 다그칠지 모른다. 길거리를 걷는다는 이유 만으로 신원공개를 요구당하면 ‘내가 뭘 잘못했는데?’라고 불쾌해할 것이다. 길거리 범죄를 막겠답시고 길을 걷는 사람들 모두에게 명찰과 주민번호를 달고 다니도록 강제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을 생각해 보라. 길에 나가기 자체를 꺼려할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특별히 범죄발생을 유추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한 국민들의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물론 강제적 실명제가 필요할 때도 있다. 부동산실명제와 금융실명제는 사기 및 탈세의 위험성 때문이다. 자동차에 번호판을 달도록 하는 것은 자동차의 파괴성과 이동성 때문이다. 청소년유해물을 보는 사람에게 성인 인증을 위해 주민번호를 강제하는 것도 이를 청소년이 보았을 때의 유해성 때문이다.

그렇다면 글쓰기가 자동차 운전, 금융거래처럼 위험한 행위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에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도리어 익명의 글쓰기는 사상의 전파라는 공익적 역할을 수행해왔기 때문에 그러한 ‘위험’이 있더라도 보호되어 왔다. 일제강점기와 군사독재정권 시절 탄압을 피해 독립과 자유를 주장한 수많은 익명의 글들을 보라. <폭풍의 언덕> 저자 에밀리 브론테는 여성 작가들에 대한 편견을 피하기 위해 ‘Acton Bell’이라는 필명을 사용하였다. 이 밖에도 시대의 편견과 권력의 탄압을 피하여 자유로운 비평과 예술활동을 한 필명 사용자들은 ‘몰리에르’, ‘볼테르’, ‘졸라’, ‘트로츠키’, ‘조지 오웰’ 그리고 벤저민 프랭클린, 사드 백작, ‘오헨리’, ‘조르주 상드’, 심지어는 아이작 뉴턴도 있다. 미국연방대법원이 보장하는 익명표현권은 우리나라 헌법 제21조의 표현의 자유의 일부분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온라인 글쓰기라고 다를까? 온라인의 글은 수십만 수백만 명이 볼 수 있거나 퍼 나를 수 있지만, 이것은 게시자의 통제 밖의 일이며 방송과 달리 독자들의 자발적인 선택에 의한 것이다. 독자의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하여 실명 등록의 부담을 지우는 것은 어떤 장르의 책이 잘 팔린다고 해서 갑자기 그 장르의 저자들은 모두 실명 등록을 해야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터무니없다.

인터넷실명제 하에서는 불법게시물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까? 물론 강제적인 실명제사이트에서도 불법게시물의 비율이 줄어들 수는 있다. 불법게시물을 의도적으로 올리고자 하는 자들이 자신이 추적될 위험  때문에 위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차피 의도적으로 불법게시물을 올릴 사람들은 자신의 실명과 주민번호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편견과 탄압을 피하기 위해 수많은 합법적 게시물들이 자기검열될 것이다. 이것은 자발적인 자제가 아니라 감시 때문에 강제로 위축되는 것이다.

2006년 말 황우석 사태 해결의 중심에는 인터넷에 공개된 테라토마사진들을 비교하고 자유롭게 문제를 제기한 익명의 네티즌들이 있었다. 실명제가 시행된 이후였다면 과연 당시 정부에서 지지하던 황우석에 대해 자유롭게 견해표명을 할 수 있었을까? 실명제 실패 이후 가장 공론이 필요한 사안들에 대해 날카로운 비평을 제기하는 인터넷논객들은 상당수 사라졌다. 결국 무죄판결을 받기는 하였지만 정부의 경제정책을 명쾌하게 비판하였다가 100일 이상 감옥에 갇혔던 미네르바도 이 들 중의 한 명이다. 이들이 자유롭게 돌아올 수 있는, 글을 올린다는 이유로 자신의 이름을 정부에 등록할 필요 없는, 실명도 익명도 네티즌들이 서로 합의하여 선택할 수 있는 인터넷세상을 꿈꾼다.

2010년 1월 25일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박경신

PIe2010012500.hwp보도자료 원문

PIe201001250a.hwp헌법소원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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