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정보은행 설립에 대한 국가인권위의 의견 요청

참여연대는 25일 국가 기관에 의한 DNA정보은행 설립과 관련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의견을 요청했다.

지난 23일 경찰은 유전자 DB를 구축해 미아찾기 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국가 기관에 의한 신원확인 목적의 유전자 정보은행 설립 시도가 이번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DNA를 활용한 미아찾기 사업이 진행되어 왔으며, 검찰과 경찰도 각각 ‘범죄자 유전자 정보 은행’ 설립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국가기관에 의한 유전자 정보은행 구축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인권 침해 소지 가능성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해왔다.

이에 참여연대는 개인 유전정보 보호의 중요성, 유전자 DB의 사회적 확대 가능성, 관련 법률의 부재 등과 같은 인권적 쟁점들을 정리한 ‘국가 기관에 의한 유전자 정보은행 설립의 인권적 쟁점’이라는 자료를 제출해 유전자 정보은행 설립에 앞서 국가인권위가 의견을 표명해줄 것을 요청했다.

국가 기관에 의한 유전자 정보은행 설립의 인권적 쟁점

개인 유전정보 보호의 중요성

유전정보는 아주 민감한 개인정보 중 하나입니다. 유전정보는 개인 마다 고유하고 다양한 정보들이 포함되어 있어 정보에 대한 기밀유지와 차별 금지가 요구 되고 있습니다. 또한 특정인의 유전자를 검사하면 가족의 유전적 상태까지 알 수 있어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이런 성격으로 인해 당사자의 동의만으로는 유전정보의 분석 이용의 동의절차가 완결되지 않는 복잡성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유전자 검사는 개인을 식별하거나 특정한 질병 또는 상태의 원인을 확인할 목적으로 유전자, 염색체, 유전자 산물을 분석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유전자 검사는 분석 목적에 따라 개인 식별, 질병진단, 질병예측, 소인 검사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신원확인 용으로 얻은 유전정보와 의료정보와 같은 유전정보는 완전히 다릅니다. 신원확인을 위한 유전자 검사는(유전자 감식) 특정인의 유전체에서 상대적으로 희귀한 위치들을 특성화시켜 그 양상을 분리·비교해 신원확인에 이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와는 달리 일반적 유전자 검사는 질병확인 등 신체 상태와 관련된 유용한 정보를 얻기 위해 실시되고 있습니다. 이런 차이점으로 인해 신원확인 목적으로 실시된 유전자 검사(감식)에서 나온 정보는 식별정보만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전자 정보은행 구축과정에서도 식별 이외의 개인 유전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유전자 정보은행은 DNA 분석(유전자 감식)결과로 얻은 개인별 고유한 패턴을 DB로 만들어 관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신원확인에 사용되는 DNA와 다른 정보 분석에 사용되는 DNA는 그 부위만 다를 뿐 동일한 DNA 가닥 안에 존재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수거된 DNA에서 다양한 정보를 추출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분석이 끝난 DNA는 일반적으로 차후의 검증 목적 등으로 보관하게 됩니다. 즉 DNA의 분석 이용 보관에 대한 관리 감독이 철저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식별이외의 유전정보가 분석 된 후 오남용 되어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신원확인을 위해 개별적으로 유전자 검사(감식)을 사용하는 것과 유전자 정보은행은 구분해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에 있는 여러 가지 신원확인 방법을 사용한 후에도 개인 식별이 불가능한 경우에 유전자 검사는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개별적 사안에 대한 유전자 검사와 유전자 DB 구축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합니다. 유전자 DB는 속성상 입력 대상이 확대될수록 효율성이 높아지는 특징을 가집니다. 따라서 한번 구축된 유전자 DB는 입력 대상이 확장되고 다른 DB와 연동 공유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전자 정보은행 구축을 둘러싼 쟁점

가. 자발적 동의 능력 문제

개인 유전정보의 활용에서 당사자의 동의는 최소한의 절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한 미성년자들에 대한 유전자 검사에서는 이 과정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범죄자에 대한 강제적 유전자 채취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습니다. 비록 범죄자라 할지라도 자기 ‘신체일부’를 국가기관에 의해 강제적으로 침해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에 의한 유전자 정보은행 도입과정에서 개인의 인권 침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동의절차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나. 유전자 DB 입력범위의 확대 가능성.

이번 사업을 발표한 경찰은 미아들뿐만 아니라 정신 지체 장애인과 치매 노인에게 확대할 계획이며 더 나아가 시설 아동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의무화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범죄자 유전자은행도 비슷한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처음에는 사회적 정당성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살인, 아동 성범죄 같은 흉악범에서 나중에는 사소한 절도에 이르기까지 그 대상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에 의한 유전자 정보은행의 설립문제는 사회적 차원에서의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다. 미아 찾기 사업의 우선순위 문제

지난 2001년 ‘유전정보 이용에 관한 시민배심원제 정책권고안’을 보면 배심원들은 유전정보를 이용한 미아 찾기의 대의명분을 인정하고 있으나 이런 정책이 미아 찾기 사업에서 최우선적으로 시행되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유전자 정보은행 구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며 미아발생에 대한 예방적 노력과 시설의 관리 감독이 매우 열악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유전자 정보은행 도입이 최우선 과제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라. 개인 유전정보를 보호할 법률 부재

현재 국내에는 국가 기관에 의한 유전자 정보은행을 관리 감독할 법률이 없는 상황입니다. 개인 유전정보 활용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이 최근 제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법률은 국가 기관이 유전자 검사를 하거나 유전자 정보은행을 설립할 시에는 복지부 장관의 관리 감독을 받지 않아도 되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경찰청 등 국가 기관에 의한 개인 유전정보 수집 행위를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법률이 없는 상황입니다. 국가 기관에 의한 어떤 형태의 신원확인 유전자은행 설립도 구속력 있는 관련 법률이 제정된 후에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



DSe20040225ba.hwp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