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표현의자유 2011-10-25   3147

음란물 단속 핑계로 정치적 표현물 솎아내려는 방통심의위

10/25(화) 오전 11시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전국언론노조, 진보네트워크, 언론인권센터, 참여연대 등은 최근 SNS와 앱 등 새로운 미디어에 대해 심의를 강화하겠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을 신설하는 등의 조직개편안을 발표한 것에 대해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새로운 소통의 장이자 사적 교류 공간인 SNS와 응용프로그램인 앱 상의 내용물을 심의하겠다는 발상은 개인간의 소통 내용까지 들여다보고 국가의 잣대로 재단하겠다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봅니다. 또한 기술적으로도 개개인의 앱상의 컨텐츠를 모두 심의할 수가 없어 결국 자의적 기준으로 특정 컨텐츠만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국가가 보기에 불편한 내용물만 건드릴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입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체입니다.

 


 

박 만 위원장은 대검 공안부장의 꿈을 여기서 이루시는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 이하 방통심의위)가 한나라당의 장기집권을 위한 공안(公安)기구로서의 본색을 그대로 드러냈다. 방통심의위는 통신심의실을 국(局)으로 전환하고 그 산하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등을 심의하는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을 두는 내용의 사무처 조직개편안을 발표하고 오는 26일 입안예고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그동안 선거 때마다 한나라당에게 불리하게 작동돼왔던 SNS와 앱, 그리고 최근 정권의 심장부를 타격하고 있는 ‘나는 꼼수다’로 대표되는 팟캐스트(아이팟과 아이폰 등을 통해 방송 구독하는 서비스) 등 새로운 매체를 방통심의위의 검열대 위로 올리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실효성도 없이 쓸데없는 짓을 한다’는 핀잔을 듣고 있는 이번 SNS와 앱 심의 기도에 대해, 방통심의위 스스로도 제 발이 저렸나 보다. 지난 20일 방통심의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1) 방통심의위는 ‘전기통신회선을 통해 일반에게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를 대상으로 심의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 간의 사적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없고, 2) SNS 등 정보통신망을 통한 <공직선거법> 위반사항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소관사항으로 방통심의위는 정치적 표현에 대해 심의할 법적 근거도, 의사도 없으며, 3) SNS와 앱 등 신규 미디어에 대한 심의 및 관련 업무는 방통심의위가 이전부터 수행해오던 업무로써 팀 신설은 보다 더 체계적으로 해당 업무를 추진하기 위한 직제 개편일 뿐이라고 밝혔다.


과연 이런 방통심의위의 설명에 공감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국민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적 민감기에 방통심의위가 심의의 실효성도 없는 ‘사실상의 검열 조직’을 굳이 만들려는 의도가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최근 3년간 음란정보 접속차단 11건, 

자의적 해석 가능한 사회질서위반 차단은 16,698건


국민의 의구심은 방통심의위의 과거 행적을 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PD수첩> ‘광우병편’, ‘4대강편’, <추적60분> ‘천안함편’, ‘4대강편’, MBC 라디오 ‘전교조 복직 교사 인터뷰’, KBS 라디오 ‘유성기업 인터뷰’, ‘2MB18nomA 트위터 계정’ 등 정권에 부담이 가거나 불편하게 할 방송이나 SNS에 대해 방통심의위는 예외없이 ‘불공정’의 색깔을 덧씌우고 접근을 차단시켰다. 방통위가 ‘낙하산 특보사장’ 투하를 통해 방송사의 조직을 장악하고, 방통심의위가 ‘공안검사 위원장’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과 인터넷을 검열한다는 논란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는가?


방통심의위의 의도를 보다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그간 방통심의위가 행해온 통신심의의 ‘결과’이다. 지난해 10월 방통심의위의 내부조사에 따르면, 안드로이드마켓 콘텐츠 가운데 음란물 앱은 0.3%(572개)에 불과하다. 최근 3년간을 보더라도 트위터 등 SNS가 ‘음란정보’를 이유로 접속 차단된 사례는 11건에 불과한 반면, 정치적 표현이 대상일 수 있는 ‘사회질서위반’으로 차단된 건수는 3년 사이에 6,711건에서 16,698건으로 3배 이상 증가됐다. 이 숫자는 전체 차단건수의 85%에 해당된다. ‘음란물 심의’라는 조직 신설의 명목이 정치적 의도를 가리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지 않은가?


게다가 박만 위원장은 우리들에겐 아주 낯익은 이름이다.지난 2003년 송두율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을 지휘한 대표적 공안통으로, 방송계로 넘어오자마자 2008년 정연주 전 KBS 사장의 해임 결의를 주도한 ‘공영방송 파괴 6적’ 중 한 명으로 언론사에 이름을 올린 자이다. 우리 사회에서 공안검사야말로 누구보다도 권력의 입맛을 잘 알고 검열에 아주 익숙한 집단이다. 대표적 공안 출신이 사실상의 검열 조직을 만드는 것을 ‘음란물 심의’라는 순수한 의도로만 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특히 해외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SNS의 경우 인터넷망을 통한 국내 접속만 차단할 뿐,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차단하기도 어려워 실효성도 의문이다. 이렇듯 기술적으로 차단이 어렵고 현실적으로 극히 일부 정보에 대해서만 심의할 수 있어 심의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반면,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위축시킬 개연성만 높은 조직을 꾸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인권센터, 진보네트워크, 참여연대는, 이번 SNS와 앱 심의 조직의 신설을 전체 SNS와 앱의 극소수를 차지하는 ‘음란물’을 빌미로 정권과 한나라당을 불편하게 하는 모든 ‘사적인 표현물들’을 검열을 통해 걸러내고 옥죔으로써 자신들을 임명해준 정권에 보은하고 한나라당의 장기집권에 기여하겠다는 부정한 의도로 규정한다.


그 중심에 있는 박만 위원장은 자신이 이루지 못한 대검 공안부장의 꿈을 이곳 방통심의위에서 이루려는 것인가? SNS와 앱의 ‘검열’로 방송과 통신 양쪽 영역에서 공안체제를 구축하고 스스로 방송통신의 ‘공안부장’으로 행세하고 싶은가? 가당치 않음을 알고, 즉각 SNS와 앱을 심의하려는 기도를 중단하라. 사실상의 검열조직인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의 신설을 철회하라. 우리는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국민의 도구인 ‘방송’과 ‘통신’을 권력의 검열 아래 결코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2011년 10월 2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인권센터, 진보네트워크,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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