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표현의자유 2013-04-09   3490

[논평] ‘4대강 반대점거 지지한 환경운동연합에 배상책임없다’는 서울고법판결 환영

 

시민단체의 건전한 비판 봉쇄하는 일 없어야

“4대강 반대점거 지지한 환경운동연합에 배상책임 없다”는 

서울고법 판결 환영  

 

1. 지난 4월 5일(금) 서울고등법원 민사 6부(부장판사 김필곤)는, 경기 여주 이포보의 4대강사업 시공사들이 환경운동연합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환경운동연합이) 시위대의 점거농성을 조장·방조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박경신 교수, 고려대)는 이번 판결이 ‘시민사회단체의 정책 비판 활동을 존중한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라고 평가한다. 

 

2. 항소심 재판부가 환경운동연합의 방조책임이 없다고 본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환경운동연합이 4대강 사업 반대시위를 지지하는 성명서를 게재하고 기자회견을 한 때는 이미 점거농성이 시작된 뒤였다는 사실이다. 환경운동연합의 활동이 없었더라도 이포보 점거농성은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두 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다른 하나는 환경운동연합이 점거농성을 사전에 제지해야 할 의무가 없었다는 점이다. 민법상 불법행위를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 사전에 불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그런데 환경운동연합은 점거농성 시위를 한 사람들이 소속된 지역환경연합과는 독립된 전국 단위의 조직이어서, 이들에게 점거농성을 막을 의무가 없다고 재판부는 보았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충분히 감안해 타당한 결론을 이끌어낸 것이다. 

 

 3. 그런데 지난 2011년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시위를 주도하거나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방조했다면 (시민단체가) 시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며 환경운동연합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인 바 있다. 뒤집어보면, 항소심 판결은 애초 이 사건의 1심 재판부가 얼마나 무리하게 법을 적용했는지 보여주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의 활동은 이포보 농성의 경과를 설명하는 자료를 사후에 배포하고 기자회견을 연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1심 재판부는 “농성자들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직접 전달하고 소상히 알림으로써 적극적인 도움을 줬기 때문에 방조행위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냈다. 이것은 민사상 방조책임을 묻기 위해서는‘방조행위와  불법행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 볼 때 대단히 무리한 판단이었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시민사회단체의 일상적 활동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었다. 일부 언론은 1심 재판부의 판결을 두고“불법집회와 시위에는 종종 보이지 않는 배후세력이 있다”며 “뒤에 숨어 불법을 조장하면서도 겉으로 드러난 주동자만 민·형사적 책임을 지는 못된 관행에 쐐기를 박는 판결”이라고 상찬하기 바빴다.

 

 4. 1심 판결의 논리를 따라가 보면, 시민사회단체는 직접 관여하지 않은 집회나 시위에 대하여 지지입장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 사이의 연대와 결합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볼 때, 이는 정책비판자로서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을 사실상 봉쇄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제도가 시민사회단체의 정당한 문제제기를 틀어막는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도 커진다. 그런 점에서 1심 판결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대단히 우려할 만한 것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1심 판결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사법부가 우리 사회의 건전한 비판자들의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충실한 기본권 수호자로서 제 역할을 다하기 기대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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