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공익소송 2009-08-07   3263

잊지 마세요, 서해안기름유출사고

참여연대, 고려대공익법률상담소, 해안기름유출사고법률봉사단 공동기획 “해상사고 선주책임제한 주요 해외 판례집” 출판

삼성중공업예인선단의 ‘무모한 행위’는 책임제한 규정 적용 안받아  
10편의 해외 주요 판례 번역 소개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고려대학교 공익법률상담소(Global Legal Clinic, 이하 GLC)와 서해안기름유출사고 법률지원봉사단과 공동으로 “해상사고 선주책임 제한 주요 해외 판례집(펴낸 곳 고려대학교출판부)”를 7월 30일 발간하였다.

이 판례집은 참여연대, GLC 및 법률봉사단이 지난 2007년 12월 서해안에서 발생한 기름유출사고의 법률봉사활동을 하고 또한 검찰 수사와 소송이 전개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해상사고 손해배상제한제도에 대한 국내의 논의가 더욱 풍부해져야 할 것이라는 바람에서 기획되었다. 판례집에는 총 10편의 관련 해외 판례와 김기창 고려대 법대 교수의 논문 ”서해안기름유출사고와 삼성중공업의 배상책임“이 수록되어 있다.

지난 2007년 12월 7일 서해안에서 발생한 기름유출사고는 풍랑주의보 예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무게의 수십 배가 넘는 크레인을 철사줄 두 개로 끌고 ‘무모하게’ 출항한 삼성예인선단이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를 들이받아 발생한 것이었다. 그 피해 규모 역시 IOPC(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의 추정만으로도 6천 억원이 넘고 실제 피해지역 주민들의 주장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액수를 훨씬 넘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가해 기업인 삼성중공업은 해운사업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의 상법 제769조의 책임제한 규정을 이유로 지난 2008년 12월 6일 법원에 배상책임을 50억여 원으로 제한해 달라는 책임제한신청을 하였다.

책임제한 규정은 해상사고에 대해 선주들의 손해배상 책임액수를 그 배의 톤수에 비례하여 제한하는 것이지만, 한편 선주들이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하여 “선주 자신의. . . 손해발생의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배제하고 있다.

이번 판례집에는 현재 책임제한소송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예인선단의 무모한 행위가 선주인 삼성중공업 자신의 행위인가’에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는 해외판례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판례들은 일관되게 삼성중공업측이 항해에 대한 결정권을 선장이나 다른 회사에게 ‘백지위임’을 하였다면 그와 같은 결정권을 가진 선장이나 회사의 행위는 선주 자신의 행위로 인정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선주가 선박의 관리를 다른 회사에 일임한 경우 실제 소유자가 아닌 관리회사를 기준으로 선주의 실제 과오 여부를 판단한다고 하며 선주책임제한을 부정한 사례. Societe Anonyme des Minerais v. Grant Trading Inc., (The “Ert Stefanie”), [1987] 2 Lloyd’s Rep. 371 (Queen’s Bench Division). [1989] 1 Lloyd’s Rep. 349 (Court of Appeal); The Charlotte, (1921) 9 Ll.L. Rep. 341;

▶선주가 선박의 운영 및 보수를 다른 회사(관리회사)에게 위임한 경우라고 할지라도 선주는 선박의 감항능력을 확인하고 피위임자를 통제하고 감독할 ‘위임 불가능한’(위임하였다고 하여도 그 책임을 회피하지 못하는) 의무를 지기 때문에, 선박의 정비에 있어서의 과실과 선원들에 대한 적절한 훈련을 실시하지 못한 점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은 운항회사에게 있을지 몰라도 운항회사의 인식을 근거로 선주사의 ‘인식과 관여(knowledge and privity)’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한 판례 Matter of Oil Spill by the Amoco Cadiz Off the Coast of France on March 16, 1978, 954 F.2d 1279, (7th Cir. 1992).

실제로 위와 같이 해석되지 않으면 모든 선박회사들은 항해의 모든 결정권을 선장에게 ‘백지위임’하고 항해의 실제 책임자는 전혀 간여하지 않게 함으로써 선주책임제한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편법이 허용되면 선주책임제한의 예외를 이루는 단서 – 즉 ‘선주 자신의 무모한 행위’ – 는 형해화 되어 버릴 것이다.

삼성중공업예인선의 경우는, 항해 전 풍랑주의보 예보가 있었고, 충돌 전에 유조선과의 충돌에 대한 경고를 받았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 일반인들이 보아도 ‘무모하다’고 보기에 충분한 행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측이 항해에 대한 모든 결정을 선장에게 일임하였다는 이유로 ‘선주 자신의 행위’가 아니라며 책임제한의 혜택을 받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법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가해자가 “과실을 통해 발생시킨 책임을 모두 배상한다는” 손해배상소송의 기본 원칙의 예외인 상법상 책임제한 규정이 악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법치주의 이념에도 걸맞는 것이다. 무엇보다 “억울한 피해를 받은 사람들이 온전한 보상을 받는가는 지역경제나 환경보전의 차원을 넘어 헌법적 기본권의 문제”이다. 이번 판례집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관련 소송의 참고자료로 활용되고 나아가 더 풍부한 논의의 자료로 쓰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