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공익소송 2004-09-22   3026

[정기국회모니터] 국민을 위한 사법- 집단소송법과 징벌적손해배상제

집단소송법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촉구 의견서

Ⅰ. 총론 :

국민을 위한 사법- 집단소송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의 의의

“이 법은 공통의 이익을 가진 다수인에게 피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 그 다수인을 위하여 그 중의 1인 또는 수인이나 법령이 정하는 단체가 그 다수인의 명시적인 의사에 의하지 아니하고 당사자가 되어 피해에 대한 원상회복,손해전보, 가해행위의 중지,예방, 위법의 확인, 의무이행 등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수행함으로써 다수인의 집단적 분쟁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하여 민사소송법 및 행정소송법의 특칙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공익법률시스템으로서 집단소송법의 목적을 간결하게 정리하고 있는 이 구절은 법무부 민사특별법제정특별분과위원회에서 이미 1996년에 완성한 집단소송법 시안 제1조의 내용이다.

최근 우리 시민들의 권리의식 수준은 이미 기존 제도의 미비를 넘어 소비자나 환경, 증권, 노동 등 분야에서 적극적인 소송으로 자신의 권리를 구제받으려는 단계로까지 발전하였다. 그러나 현행 사법제도는 이를 충분히 뒷받침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대기업이나 국가 및 공공부문이 주도하는 현대형 경제체제에서는 식품안전, 환경, 교통, 노동 및 고용, 정보통신, 여성, 소수자인권, 증권, 시장독점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대기업이나 국가 등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일반 시민, 노동자, 여성, 소수자, 투자자 등 광범위한 불특정 다수가 피해를 입는 일이 빈발하다. 그러나 기존의 일반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으로는 소송비용 문제나 입증의 부담 등 소송절차 문제로 인하여 광범위한 소액 다수 또는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가 피해를 구제받기가 쉽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구제시스템의 미비로 말미암아 대기업이나 국가 등의 위법행위를 예방하거나 그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는 일은 더욱 요원한 일이었다. 그래서 이러한 다수 피해자들의 침해된 이익을 구제하거나 예방하고 더 나아가 위법행위의 재발방지와 억지를 위해 기존의 법률시스템을 보완하는 공익적 법률 시스템을 마련하여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수없이 이루어져 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지난 해 12월 사법개혁위원회가 공익법률시스템으로서 집단소송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추가 안건으로 채택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는 집단소송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 공익법률 시스템 마련이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정착시킬 수 있는 사법제도를 모색하고 국민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신속하고 공정한 사법제도를 마련하려는 사법개혁위원회의 목적에도 정확하게 부합하는 것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참여연대는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정착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집단소송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한다.

Ⅱ. 집단소송법 도입에 대한 의견서

1. 제도 도입 주장의 취지와 필요성

우리 사회의 급속한 산업화와 사회환경의 복잡화로 인하여 소비자분쟁, 공해분쟁 등 집단적인 피해를 수반하면서도 피해의 입증이 용이하지 않은 현대적 분쟁이 빈발한 반면, 현행 민사소송제도로는 절차가 번잡하고 피해구제가 불충분하여 집단민원의 형태로 사회적 물의가 일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이들 분쟁에 대하여 신속하고 적정한 사법적 해결의 방안으로서 집단소송제도를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그간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의 도입 과정을 통해서, 이 제도의 도입과 관련한 찬반 논리는 충분히 정리, 개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집단소송법을 도입하고자 하는 측은, 분쟁의 1회적,종국적 해결, 소액 다수 피해자들의 실질적 구제수단, 기업활동의 투명성 강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 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사적부문주도형의 제도로 극단적인 집단행동이나 집단불법행위의 억제 및 예방시스템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 등을 주된 근거로 하였다. 반면 집단소송법의 도입을 반대하고자 하는 측은, 남소 및 과도한 비용문제, 기판력의 확대 등 현행 민사소송법 체계와의 불일치, 소송결과의 타당성 문제, 법원에 대한 과도한 업무부담 등을 주된 근거로 하였다.

그러나 이제 포괄적인 집단소송법의 제정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소비자소송, 환경소송 등은 물론 노동자, 소액투자자, 사회적 약자와 대기업 또는 국가 간의 현대형 소송이 빈번한 현대에서 현행 민사소송법만으로 효율적인 분쟁 해결이 어렵다는 것은 전문 법률가들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공감하고 있다. 또한 집단소송법은 소비자, 환경피해주민, 노동자, 소액투자자,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 구제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현저히 줄일 수 있게 한다. 또한 기업이나 국가의 위법행위를 예방하고 경쟁력을 제고하며 그 구조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데 있어서 필요불가결한 것으로서 공익법률시스템의 중추로서 역할할 것이다.

2. 집단적인 공익소송의 현황과 제도 도입 논의 경과

참여연대는 그동안 꾸준히 집단소송법 등 공익법률시스템 도입을 주장해 왔다. 이는 단순한 이론상의 주장이 아니라 실제로 많은 공익 소송을 진행하면서 터득한 경험상의 필요에 의해서였다. 지금까지 참여연대 차원에서 제기한 공익적인 집단적 소송의 경우 대표적인 것만 하더라도 21건에 이르고 있다.

1. 국민연금 관리부실 손해배상청구소송(1994. 12), 2. 경인선 연착 손해배상청구소송(1996. 3), 3. 수서한아름아파트 일조권침해 공사금지가처분신청(1997. 6), 4. 불법체포 및 구금에 대한 국가배상청구소송(1998. 11), 5. 지하철 2호선 운행지연 손해배상청구소송(1998.12), 6. 학습지 2개사 상대 보증금반환청구소송(1999.2), 7. 주민등록번호 일치로 인한 신용불량자 등재 손해배상청구소송(1999.8), 8. 청운회계법인 분식회계 손해배상청구소송(1999.8), 9. 김포공항 소음피해 손해배상청구소송(2000.1), 10. 사찰문화재관람료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2000.5), 11. 도시가스계량기교체비용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2000.6), 12. 전과기록오류로 인한 선거권침해 손해배상청구소송(2000.6), 13. 한국통신 전화설비비 반환청구소송(2000.6), 14. 장애인선거권침해 손해배상청구소송(2000.6), 15. 현대투신바이코리아펀드 불법운용 손해배상청구소송(2000.8), 16. 현대전자 주가조작 손해배상청구소송(2000.10), 17. 동양종금 분식회계 손해배상청구소송(2000.11), 18. 개인신용유출 삼성생명 손해배상청구소송(2002.4.12), 19. 매직앤부당가입 KTF 손해배상청구소송(2002.10), 20. 1.25. 인터넷대란 손해배상청구소송(2003.4), 21. 고속도로대란 손해배상청구소송(2004. 3)

이러한 공익적 집단 소송을 진행하면서 참여연대는 현행 사법제도 만으로는 피해자의 권리구제에도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동일한 불법 행위의 재발을 방지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거듭 확인했다. 예를 들어 문화재관람료 분리 징수를 목표로 진행했던 소송은 승소는 했으나 여전히 분리 징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검찰의 민간인 사찰로 인한 피해 역시 원고로 참여한 1인의 구제에 그쳤고 그 이상의 피해자 구제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와 같이 현행 사법시스템 하에서는 피해 구제도 충분치 않을 뿐 아니라 재발 방지도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고 참여연대는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입법운동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지난해에 통과된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도 도입은 그 성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집단소송제정연대회의 집단소송법제정연대회의는 2000년 10월에 결성한 총40여개의 시민사회단체 연대기구이다. 참가 단체는 경실련, 함께하는 시민행동, 기독교윤리실천모임, 서울YMCA, 소시모, 언론개혁연대, 민변, 녹색연합, 환경연합, 참여연대(이상 서울), 대구참여연대, 의정부참여연대, 마창진참여자치연대, 청주시민회 등 40여개 단체를 결성해서 포괄적인 집단소송제도 도입을 위해서 노력해왔고, 2000년에는 법안까지 직접 작성하여 입법청원을 하기에 이르렀다. 2000년 8월 30일 / 집단소송법 입법추진을 위한 1차 간담회/ 2000년 9월 6일– 법안검토 회의/ 2000년 9월 7일 – 2차 간담회 개최/ 2000년 9월 20일 -집단소송제도 세미나 개최(오후 2시(참여연대 강당))/ 2000년 10월 4일 -1차 집단소송법제정연대회의 1차 운영위원회/ 2000년 10월 11일 -연대회의 발족 및 집단소송법안 입법청원/2000년 10월 16일 – 참여연대( 민주당 김민석 의원 외 26명의 의원들의 소개로 증권집단소송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청원)/ 2000년 10월 18일 – 집단소송법제정연대회의 워크숍/ 2003년 4월 24일- 집단소송제도 도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간담회/ 2003년 8월 26일 -김포공항소음소송 승소를 통해 본 집단소송제도의 필요성 긴급토론회 개최

한편, 1990년 12월 법무부는 학계,법조계,실무가 등 전문가 12명으로 「민사특별법제정분과위원회」를 발족한 후 1996년 6월 집단소송법 시안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즉각적인 입법작업이 뒤따르지 못했다. 이후 IMF를 겪으면서 증권시장의 투명성 확보를 위하여 2005년부터 증권 분야에 우선하여 집단소송법을 시행하는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이 입법화되었다(단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인 기업만 우선 시행).

3.사회적 기대 효과

(1) 사회적 비용의 절감

참여연대는 다수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을 공익소송 차원에서 기획하여 진행한 바 있다. 그 결과 다수 피해자들의 일부만을 대리하여 소송을 진행한 경우에는, 비록 당해 원고가 승소하더라도 이로 인한 일반적 피해구제까지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경험했다. 또한 현재의 법률 시스템으로는 다수 피해자들 전체를 대리하여 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으며 이에는 인적, 물적으로 엄청난 비용이 든다. 집단소송법이 있다면 이와 같은 사회적 비용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참여연대가 진행한 대표적 공익 소송으로 출근길 2호선 지하철에서 역과 역 사이에 멈춘 전동차 내에 갇혔던 19명을 대리하여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사건(1인당 10만원씩의 위자료 판결, 확정), 지리산 천은사에 지급한 문화재 관람료 1천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사건(원고 승소판결 대법원 확정), 검찰의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사건(원고 2백만원 승소판결 대법원 확정), 학습지 교사 부당 수당 삭감 사건(1인당 20-30만원의 반환 판결 확정) 등이 있고, 김포공항 소음피해 집단적 손해배상청구사건 등이 있다. 많게는 거의 1만명에 달하는 원고를 대리하는 일에 시간과 인력이 엄청나게 들었다. 또한 실제로 승소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동일한 불법행위가 반복되고 있고 피해 구제를 위해서도 동일한 소송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2)동일한 불법 행위의 재발 방지 및 예방 효과

집단소송제는 동일한 행위의 반복을 억제하고 이후 불법행위의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경우 1994년 26명의 소비자들이 베이징의 백화점에서 마오쩌둥(毛澤東) 생일 100주년 기념 시계를 샀다가 시계에 박힌 다이아몬드와 금이 가짜인 것을 알고 백화점들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있었다. 이 때 해당 법원은 현지의 한 석간신문에 이 시계를 산 사람들은 소송에 참여할 수 있다는 광고를 냈고, 이로 인해 원고의 숫자는 300명으로 늘어났다. 결국 법원은 피고 백화점들에게 시계값을 모두 돌려주는 것은 물론 한국 돈으로 구매자 1인당 35만-40만원에 해당하는 위자료와 소송비용까지 물리는 판결을 내렸다. 반면 집단소송법이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1993년 대법원은, 이른바 변칙사기세일 사건에서 소비자 1인당 1만원에서 10만원의 위자료를 배상하도록 판결하였지만, 이후에도 백화점의 사기세일, 기타 허위과장광고는 전혀 달라짐이 없이 벌어지고 있다.

(3) 국제 경쟁력 제고

한편 집단소송제가 활발히 활용되는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역시 1991년에 집단소송법을 제정한 후 다양한 분야에서 집단소송을 활용하고 있는 점은 또다른 측면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들의 피해구제를 충분히 도모하고자 하는 제도이긴 하지만, 동시에 이를 통하여 기업의 충분한 국제경쟁력을 다져나갈 수 있는 제도이다. 중국에서 집단소송제가 시행된다는 점은, 중국 내 피해자들의 피해구제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한 중국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이 시간이 지나갈수록 가속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4. 제도 도입 반대의견에 대한 반박

(1) 민사소송법의 기판력제도에 위배된다는 주장에 대하여

가. 형성의 소가 아닌 이행의 소에서 기판력이 일반적으로 확대되는 것은 법리상 문제가 있다. 그러나 집단소송에서는 일정한 집단의 범주를 정하고 그 범주에 있는 자에 대해서만 기판력이 미치게 되는 것이고 일반적으로 확대되는 것은 아니므로 법리상으로도 문제는 없다.

나. 대표소송이 원고들의 패소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는 경우 소송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자가 불이익을 받는 것에 대하여는 기판력에서 제외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제외절차를 통하여 구제받을 수 있다.

(2) 소송이 남용되고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

가. 법원에 의하여 먼저, 대표자로서의 당사자적격을 허가 받는 절차를 거치게 되므로 소송이 남용될 가능성은 적다.

나. 집단소송법에 의하여 경영활동이 견제받는 환경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선진기업들과 국제적으로 경쟁하기 위하여 오히려 더욱 필요한 것이다.

5.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도 기도입과 관련된 참여연대 추가의견

이미 법무부가 검토한 집단소송법 시안과 최근 국회를 통과한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이 있기 때문에 집단소송법의 큰 골격은 위 시안과 법률에 의하되, 참여연대는 아래와 같이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1)인권, 소비자, 여성, 노동자 등 분야에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집단소송법 도입

일각에서는 이미 증권분야에서 집단소송법이 도입되었기 때문에, 위 법률안의 시행 경과를 지켜본 후 일반 집단소송법의 도입을 논하자고 한다. 그러나 집단소송법은 증권 분야보다는 인권, 소비자, 환경, 여성 등 나머지 분야에서 더욱 도입이 필요한 법률이고, 실제로 이와 관련한 사회적 분쟁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은 2007년에서야 전면 실시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2007년 이후에야 제도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고, 반면 증권집단소송법의 도입 자체만으로 외부감사인들의 철저한 감사 경향 등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제반 여건을 고려할 때 참여연대는 지금부터 집단소송법의 도입논의를 하여도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2)소송비용에 대한 특칙 규정

증권관련집단소송법에서는 인지대, 구성원에 대한 고지비용 등에 대한 특칙을 규정하지 않아 위 법률을 활용한 소제기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이에 소제기의 실효성을 위하여 소송비용의 국고체당 등 특칙 규정이 필요하다. 또한 대표당사자의 승소 후 미국과 같이 사안의 중요성, 변호사 소요 시간, 변호사 경력 등을 고려하여 법원이 적정한 변호사 비용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명문 규정이 필요하다.

(3) 기타

그 외에 증권관련집단소송법과 같이, 당사자 신문 및 직권증거조사의 보충성 폐지, 문서제출명령의 특칙, 정확한 손해액의 산정이 곤란한 경우에는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표본적,평균적,통계적 기타 합리적 방법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 제외신고를 하지 아니한 구성원에 대하여도 기판력 확대 등의 조항이 필요하다.

6. 참여연대가 제안하는 법률(안)-별첨 참조

Ⅲ.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에 대한 의견서

1. 제도 도입 주장의 취지

민사손해배상제도가 신체와 재산의 보호라는 목표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신체와 재산에 대한 고의적인 또는 의식적인 손해를 끼치는 행위에 대해 억지력을 갖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불법행위들의 유형은 극히 다양하다. 공권력의 남용에 의한 신체적 자유나 프라이버시의 침해와 같이 실제 손해의 배상만으로는 피해자의 구제가 충분하지 못한 경우, 영리추구를 위해 소비자에 대해 제품 안전성을 기망하거나 수선해야 할 하자를 알면서도 방치하는 경우, 공해원인인 폐수의 불법적 방출로 인한 손해 발생의 경우 등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는 현대사회의 불법행위로 인해 손해가 발행한 경우에 장래 재발을 억지하기 위해서 주한길, 「미국법상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의 연구」,3쪽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는 불법행위를 규율하고 재발을 억지하기 위해서 민법 제750조 이하의 몇 개 조문 등의 법규정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이에 비해 미국 등 여러나라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제조물책임소송, 민권소송, 명예훼손관련 소송 등 현대적 불법행위 유형에서 ‘억지 및 예방’의 기능을 적절히 수행하고 있다.

2.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의 필요성

악의적 의도로 불법행위를 하는 경우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도입도 공익적 법률시스템을 정착시키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원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현행 민법상 손해배상 제도의 미비점인 손해배상의 범위 및 위자료 산정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주로 논의되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소액 다수 또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대기업이나 국가 등의 위법행위로 인한 집단적 소송 또는 공익적 소송의 경우에 그 필요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즉 대기업이나 국가 등의 위법행위로 인한 다수의 피해자가 존재하고 각 피해자의 피해 규모는 작지만 전체의 피해 규모가 막대한 경우에는 기존의 민법상 손해배상제도로는 각각의 피해자가 인정받을 수 있는 손해규모보다 침해자가 그러한 가해행위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의 범위가 매우 크기 때문에 침해자는 피해자가 피해를 입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악의적으로 손해를 가하거나 피해자의 손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한 채 가해행위를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만일 이러한 경우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존재한다면 침해자의 가해행위를 예방할 수 있음은 물론 이러한 예방적 기능이 대기업이나 국가 등의 행위에 내재화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사회경제체제 전반에 대한 구조적 개선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3.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개요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법이 제정된 집단소송제와 다르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제도의 개요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한다.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이란 피해자가 가해자의 ‘고의 또는 그것에 가까운 악의’에 의해 피해를 입은 경우, 그러한 행위를 장차 두번 다시 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손해액과는 관계없이 고액의 배상금을 가해자에게 부과하는 제도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소비자피해구제」3쪽, 2003

어떤 행위들은 그 행위에 의해 발생한 피해를 손해배상을 통해 원상복구하는 것만으로는 그 폐해가 사회적으로 너무 심각한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 징벌적 손해배상은 다시는 그와 같은 행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실제 손해배상액보다 높은 고액의 배상금을 부과하여 그와 같은 행위를 재발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즉,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잠재적인 위법행위자에게 증가될 배상액을 인식하게 하여 위법한 행위를 사전에 효과적으로 억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품에 사용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하자가 있는 경우, 생산자는 이 하자를 보수하지 않고 제품을 일찍 출시하여 발생시킬 수 있는 회사의 매출과 이 하자에 의하여 사고가 발생하여 회사가 물어야 할 손해배상액을 비교할 것이다. 이 비교에서 전자가 후자보다 크다면, 이윤의 최대화라는 동기를 따르는 회사로서는 당연히 하자있는 제품을 그대로 출시할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이와 같이 위법한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이윤이 실제 손해배상액을 물어주더라도 높을 것이기 때문에 위법 행위를 반복하는 가해자에게 실제 손배배상액보다 높은 배상을 하게 함으로써 이후의 위법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는 반복되는 위법행위를 통해 사회 전체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가해자의 동기에 관계없이 발생하는 사고들, 즉 가해자가 의도하지 않거나 인지하고 있지 않은 사고들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징벌적 손해배상은 가해자가 의식적으로 행하지 않는 단순계약위반이나 단순과실에 의한 불법행위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사고의 개연성이나 가능성을 알면서 어떤 행위를 행하다가 실제로 사고를 초래하거나 의도적으로 사고를 초래한 경우에만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된다. 단순한 채무불이행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와 달리 , 보험회사가 환자가 긴급히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을 알면서 그 치료를 위한 보험료의 보장 등을 지연하여 환자가 영구적인 장애를 입는 경우에는 적용된다. 이 경우, 보험회사는 사후에 보험약관 상의 채무불이행에 대해 손배소를 당한다고 하더라도 손배소를 당한 후에 보험료를 지급을 하여도 전혀 손해가 없으므로, 이렇게 하지 않도록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되어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액의 산정은 보통, 사실판정부(법원이든 배심원이든)의 자유재량이긴 하지만 행위의 동기, 행위의 중대성, 가해자가 그 행위로 인해 얻을 이득, 가해자의 재산 정도 등을 고려하여 최대한 억지효과가 발생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4. 사회적 기대 효과

(1)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고의적인 또는 악의적인 손해를 남에게 끼치는 행위를 억지하는 사회개혁적인 역할을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가해자들이 피해의 예방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경제적인 동기를 부여하여 사회를 더욱 안전하게 만드는 개혁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개혁적인 성격을 완성하기 위해 여러가지 보완조치가 따르게 된다.

예를 들어 장애인 편의 시설을 두지 않은 극장의 경우, 극장주에게는 몇 명의 장애인들이 찾아올 지도 모르는 극장에 장애인접근시설과 장애인특별석을 만드는데 비용을 들이기보다 이에 항의하는 장애인들의 제소가 있을 때에만 장애인들에게 실제 손해배상액(영화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데에 대한 소정의 손해배상액, 즉 영화관람료의 환불)을 지불하는 것이 훨씬 이윤이 남는 처리방식이다. 장애인들이 과거에도 여러 번 찾아와서 이용의 불편을 호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의 불편을 알면서도 시설을 개선하지 않은 극장주도 징벌적 손해배상이 부과될 때만 시설개선의 동기를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시설개선은 그 극장을 이용할 장애인들 모두에게 혜택을 주게 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극장들이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을 의식하여 시설개선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럴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의 일부는 극장주들에 대한 법률교육 및 장애인단체들에 대한 지원 등으로 쓰여질 경우 억지효과는 최대화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일부를 이와 같이 재발방지를 위한 교육 및 홍보프로그램에 사용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소비자피해구제」18쪽, 2003

(2) 징벌적 손배배상제도는 손해액보다 더 큰 배상액, 즉 징벌적 배상을 하게 함으로써 가해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

기업의 불법행위는 이른바 ‘걸리지만 않으면’ 이익을 보게 되는 것으로서 실제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더라도 큰 이익이 돌아올 것을 계산한 데서 기인한다. 이런 경우 기업의 영리적 불법행위에 대해서 기업이 예상한 손배배상액을 초과하는 금액을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부과함으로써 가해자는 ” 불법행위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후의 잠재적 불법행위는 억제 및 예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성희롱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나서길 꺼려하는 불법행위의 경우가 많다. 많은 기업들이 전사적으로 성희롱의 양태가 만연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피해자가 나서는 소수의 경우에만 실제손해배상 액수의 지급을 통해 무마하고 있다. 징벌적손해배상제도가 존재할 경우, 기업은 고비용을 들여서라도 성희롱방지책등을 시행하여 (예를 들어, 관련자에 대한 중징계 및 지속적인 사내 교육과 홍보) 사내기강을 바로 잡아 고액의 배상을 예방할 동기를 가지게 된다. 이 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민사상의 제도이면서 가해행위의 재발방지라는 형사책임적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5. 징벌적 손배배상제도의 외국입법례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행위를 막기 위해 실제 손해배상액보다 많은 액수를 피해자에게 지불하게 하는 민사상의 제도는 여러 형태로 존재하여 왔다. 최고법전으로 알려진 함무라비법전, 히타이트법전, 마누법전 등에서도 배수적 손해배상규정을 찾아볼 수 있고, 구약성서는 물론 우리나라 고대법에서도 배수적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소비자피해구제」 65쪽, 2003

또, 미국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는 별도로 독점규제법(antitrust), 민권법(Civil Rights Act), 공정주거법(Fair Housing Act), 평등고용기회법(Equal Employment Opportunity Act)에 대한 의도적인 위반을 통해 타인에게 손해를 끼칠 경우 3배수의 손해배상액을 책정하고 있고, 특허법 또는 저작권법에 대한 의도적인 위반을 통해 타인에게 손해를 끼칠 경우, 2배수의 손해배상액을 책정하고 있다. 제정법이 정하는 배수손해배상제도와는 별도로 일반적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브라질 등에 존재하고 있다.

위 나라들에서는 민사불법행위법리가 보호하는 법익 또는 추구하는 정책목표로 (1) 불의의 사고가 일어났을 때 사고 이전의 상황을 복구하는 사회적인 보전(social compensation); (2)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해 가지는 응보 욕구의 만족(retributive justice); 마지막으로 (3) 피해의 예방(prevention)를 들고 있다. 그리고, 세가지 목표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서, 특히 예방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은 필수 불가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6. 도입 반대의견에 대한 반박 – 사회정의와 시장경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징벌적 손배배상은 일정하게 우리나라의 민사상 손해배상제도의 목표를 ‘예방과 억지’의 그것으로 확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국가가 개인의 행복을 일정하게 책임지고 국가에 대한 신뢰 속에서 번영을 일구어 나간다는 대륙법식 국가관에는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국가에 대한 그와 같은 기대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져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인당 GNP에 비해 장애우, 노인, 이주노동자, 빈민,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사람들, 전과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는 아직도 무참하게 방치되고 있으며 사회적 약자들의 복지를 국가가 책임지는 독일이나 프랑스를 핑계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불법행위의 예방이라는 목표를 실현하는 것은 곧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과도한 배상액 산정으로 인해 기업 등이 파산할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러나 위법행위로 인해 결과적으로 사회전체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더 크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을 미룰 수는 없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실제 손해배상액수(특히, 위자료 액수) 자체가 현실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은 시급하다고 하겠다.

7. 도입 방안

현재로서는 민법개정을 통해 징벌적 손배배상에 관한 일반규정을 두는 것이 가장 현실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법 제750조를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①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② (신설) 고의적이거나 악의적인 의도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에 대해 법원은 동 행위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합리적인 범위에서 ①의 범위를 넘는 손해배상 액수의 지급을 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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