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칼럼(pi) 2011-07-11   4315

@2MB18nomA 접속차단, 누구를 위한 심의인가

@2MB18nomA 접속차단, 누구를 위한 심의인가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변호사 
 

2011년 5월 12일 방통심의위는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트위터 계정 @2MB18nomA에 대해 국내에서의 접속을 차단하기로 했다.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로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욕한 것도 아닌데 트위터 ID가 욕설을 연상시킬 수 있는 문자와 숫자의 조합으로 구성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유해하다는 것이다.

 

사실 욕설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바람직하다는 것은 도덕적 잣대일 순 있지만 법적 불이익을 결정하는 기준이 될 순 없다. 특히 정치인에 대한 욕설은 순수한 의미의 욕(辱)일 수도 있지만 그 정치인에 대한 반대의 의사표시(說)일 수 있기 때문에 정치인, 권력자에 대한 욕설은 정치적 비판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수단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정치인에 대한 비판이 늘 고상할 수 없는 것이고 국민에게 고상한 표현으로 비판해 줄 것을 요구할 수도 없다. 또, 고상한 표현으로 가공되거나 고상한 표현의 비판만으로는 민심을 제대로 읽어낼 수 없다. 오히려 정치인은 자신과 다른 정치인에 대한 욕설의 함의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방통심의위는 @2MB18nomA가 정치인인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의미한다고 봤다면 심의를 자제했어야 한다.

 

2004년 한나라당 의원들이 직접 열연한 ‘환생경제’라는 연극이 실연된 일이 있다. 그 연극(?)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18nomA’수준을 넘어선 성적 비하와 욕설이 난무했다. 당시에도 대통령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 아닌 정치적 모욕주기라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지만 이런 관점에 따라 ‘환생경제’ 자체의 실연을 막거나 ‘환생경제’를 녹화한 동영상을 차단하자는 의견은 없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 언어유희로 그 자체가 욕설이 아니라 욕설을 연상할 뿐인 트위터 계정에 대해 접속차단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이는 누군가의 관점을 다른 대중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국민과 정치인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정치인은 국민의 욕설에서 정치적 비판을 추출해내고 국민은 욕설을 통해 불만을 정치적으로 배설하게 된다. 이런 정치적 의사소통 과정에 방통심의위가 개입해 삭제·차단의 칼을 휘두르면 방통심의위의 관점이 반영된 의사소통만 가능하게 된다.

 

더구나 현재의 방통심의위는 대통령이 지명하는 3인, 한나라당·민주당이 각각 추천한 3인의 위원들로 구성되면서 위원들의 정치적 배경이나 그 뿌리가 6:3으로 갈린다. 정부나 공공기관의 위원회 구성에서 어느 정도의 정치적 고려가 불가피하지만, 방통심의위의 경우 위원 구성의 정치적 편향이 심의·의결 과정에도 그대로 투영돼 여당측 6인 위원들의 독주를 막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2MB18nomA 접속차단에 대한 이의신청 사건 심의 시에도 ‘18nomA’라는 부분이 정보통신심의규정상 과도한 욕설에 해당하는지, 과도한 욕설이라도 혐오감, 불쾌감을 주는 경우인지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이의신청이 기각됐다.

 

사실 @2MB18nomA에 대한 접속차단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박만 위원장의 의사진행 발언에 따르면 통신심의를 할 수 없는 상임위원회에서 정식 통신소위를 구성하기 전날 변칙적으로 심의·의결한 것으로 그 자체로 위법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와 관련해 방통심의위가 @2MB18nomA에 대한 접속차단 이의신청서가 접수되자 심의 의결서를 조작한 후 이의신청을 기각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의신청 심의과정에서 의혹을 해소하기보다 외면하기 바빴다. 오히려 @2MB18nomA 사용자의 블로그, 유사한 형태의 트위터 계정 등에 대해 추가로 접속차단 결정을 했다.

 

이와 같이 대통령·여당측 위원들의 정치적 편향이 다수결 제도를 통해 방통심의위 전체의견으로 치환되는 현실에서는 해석과 가치 판단을 필요로 하는 법률이나 심의규정의 의미보다는 그 규정의 적용이 필요한 ‘관점’이 실질적인 규범으로 작동할 우려가 있다. 이미 @2MB18nomA사건은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방증이다.

 

방송과 관련해서도 늘 문제되었던 ‘공정성’ 심의가 뜨거운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평가의 여지가 넓은 ‘공정성’은 그 불명확성·광범성 때문에 활용하기에 따라 관제언론을 만들고 실질적 검열을 관철하기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또 “무엇이 공정할까?”라는 의문은 방송 관계자들에게 자기검열을 강요하고 코드에 맞춘 방송을 탄생시킬 우려가 있다. 그래서 2기 방통심의위의 방송에 대한 공정성 심의에 대해서도 통신심의와 같이 우려가 적지 않다.

 

유성기업 파업 사건을 다룬 KBS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MBC <손에 잡히는 경제 홍기빈입니다>와 일제고사 거부로 해임되었다가 대법원 판결로 복직한 교사들이 출연한 MBC <박혜진이 만난 사람>에 대한 ‘공정성’ 심의가 2기 방통심의위 ‘공정성’ 심의의 방향과 정도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7월 6일자 미디어오늘에 게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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