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집회시위 2009-07-03   2169

<경찰 너 이러면 안돼!③>경찰은 무고한 시민 마구 잡아가는 상습범?”

 

  “경찰, 너 이러면 안돼!”를 연재하며

경찰의 집회시위 방해(금지통고 남발, 차벽설치, 강제해산, 폭력행사 등)가 참을 수 없는 지경입니다. 그러나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경찰의 이같은 행동들은 불법이라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참여연대가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의 반헌법적인 행태를 고발하고 집회시위의 자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기 위해 <경찰, 너 이러면 안돼!>를 기획했습니다. 집회시위에 대응하는 경찰의 행동기준을 제시한 판결(결정)들을 몇 차례에 나눠 소개합니다. 그 세 번째 순서로 집회 시위와 무관한 사람이나 경찰에 항의하는 사람을 체포한 것은 위법하다는 서울지방법원의 판결(1996.8.22.선고,  95가합43551)과 제주지방법원의 판결(선고 2008.10.23. 2008고단247)을 소개합니다.

<경찰 너 이러면 안돼!③ >“경찰은 무고한 시민 마구 잡아가는 상습범?”

지난 해 10월 국제앰네스티는 ‘경찰이 광장 자체를 원천 차단하고 거리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연행하는 것은 잘못이다’는 취지의 권고문을 발표했다. 부끄러운 일이다. 경찰은 이에 대해 “어설픈 내정간섭”이라고 비난하고, ‘집회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집시법 개정’ 권고에 대해서는 “이미 적법한 집회시위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그 요건과 절차를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과연 그런가?

지난 5월 2일, 촛불집회 원천 봉쇄 입장을 밝힌 정부 방침에 따라, 경찰은 서울 시내에서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연행했다. 당시 데이트하러 명동에 갔다가 집회와 전혀 무관한 남자친구가 연행됐던 한 여성은 “왜 명동에서 데이트를 하느냐고”는 어이없는 질책을 들었다. 외국인이라고 비켜가진 않았다. 어머니와 함께 관광차 한국에 왔던 일본인 요시이리 아키라 씨는 명동에 있다 전경들에게 구타당했다. 일본인이라 외쳤지만 소용없었다고 한다.

지적장애인도, 미성년인 여고생이라는 사실도 경찰에겐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무조건 그 시간 그 장소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경찰에겐 체포와 연행의 대상이었고 ‘색출’해야 하는 범법자였다.

경찰, 알고도 모르는 체 하나?

이렇듯 무분별한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심지어 집회․시위와 무관한 사람들이나 경찰의 불법체포에 항의하는 그야말로 ‘무고한’ 시민들을 체포하는 것은, 과연 정당한 공권력 행사인가?
사실 이런 질문 자체가 우문일지 모른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 사회에서 우연히 길을 가다 문제의 현장에 있었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체포와 구금의 대상이 되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2009년 대한민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

다행히도 우리 사법부는 이 같은 경찰의 ‘횡포’가 불법임을 명백히 했다. 서울중앙지법은 1996년 8월 22일 판결을 통해 경찰이 불법집회 참가자들을 체포, 연행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백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즉, 불법집회 참가자들을 연행할 때는 분명히 불법집회에 참가했다는 피할 수 없는 증거가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고 단순히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 있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체포 연행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불법시위와 무관한 사람을 강제로 연행했을 때는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까지 인정하고 있다.

사건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다.

1995년 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연세대학교에서 미신고 집회를 열자 이를 해산하기 위해 전경들이 투입되었다. 검거를 피해 집회 참가자들 일부가 도서관 안으로 도주하자 전경들이 도서관 안으로까지 진입하였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이 이에 항의하였고 전경들은 이들마저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또는 다른 용무를 보던 연대 학생들이 구타를 당하거나 강제 연행되어 불법 감금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뿐만 아니라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가방을 싸 들고 귀가하던 학생들도 불심검문을 받아 연행되었다.

경찰측은 당시 집회 참가자와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학생을 정확히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저항하거나 용모상 집회에 참가한 현행범으로 의심이 가는 학생들을 연행했다고 주장하였다.

체포는 피할 수 없는 증거를 가진 현행범만

이에 대해 법원은, 경찰에게 과실을 묻지 않기 위해서는  “다수인이 모여 불법, 폭력적인 집회 및 시위를 개최하고, 그 주위에 이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다수 모여 있어, 그 집회의 해산 과정에서 집회 참가자와 구경하는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진 경우에는 집회 참가자 여부를 정확히 분간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그러한 집회 및 시위의 해산, 그에 관련된 현행범의 체포업무에 종사하는 경찰 기타 공무원으로서는 그 체포 시점의 구체적 상황하에서 피체포자가 집회, 시위 현장에서 체포를 피해 도주하거나 외모로 보아 집회참가의 흔적이 확연하여 집회 참가자로 의심할 만한 객관적, 합리적인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전제하였다.

그러나 당시 체포된 학생들은 “사건 당일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가방을 들고 집으로 귀가하던 도중에 연세대학교 안에 진입해 있던 전경들의 불심검문을 받아 연행되었던 것이므로, 이 사건 집회와 위 체포의 시간적, 장소적 관련성의 측면에서 보아 도저히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죄의 현행범이나 준현행범으로 의심할 만한 객관적, 합리적인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였다. 또  “도서관에 공부를 하다가 나온 다른 학생들과 같이 대기중이던 전경들에 향하여 도서관 진입에 대하여 항의하던” 학생들 역시 현행범으로 볼 수 없다고 하였다.

거꾸로 가는 2009년 대한민국 경찰

2008년 10월 23일 제주지법 역시 2007년 제주해군기지반대 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집회에서 집회에 참가하지 않고 불법체포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체포한 경찰에 대해서도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라고 하였다. “피고인의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의 전제가 되는 박태○에 대한 현행범체포가 적법한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박태○이 이 사건 집회현장에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따라서, 경찰관 등이 박태○을 체포한 것을 적법한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즉 불법집회에 참가하였는지 명확한 증거도 없이  시민을 체포한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이 두 판결만 보아도 ‘범죄 소탕작전’을 연상시키는 경찰의 최근 마구잡이식 시민 체포는 위법한 공무집행임이 명백하다. 무고한 시민을 무조건 잡아가두는 경찰의 행태야말로 무법천지를 연상시킨다. 도저히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경찰이 무고한 시민에게 곤봉을 휘두르고 길가는 연인들과 외국인까지 잡아가두는 2009년 대한민국, 확실히 거꾸로 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95가합43551.hwp1996.8.22.선고

제주지방법원2008고단247.pdf2008.10.23.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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