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집회시위 2010-06-23   2159

한나라당 집시법개정안은 폐기해야

현행 집시법으로도 야간 불법집회는 충분히 규제 가능

국회는 집회시위의 자유 최대한 보장하라는 헌재의 위헌 의견 존중해
특정 시간대 집회 전면금지법안 역시 위헌소지 커, 폐기해야

늘(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에서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개정안(이하 집시법개정안)에 대해 심사할 것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이는 지난 2009년 9월 24일 헌법재판소가 현행 집시법상의 야간집회금지 규정이 헌법에 위배되므로 이를 개선하라는 결정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오늘 행안위에서 논의할 예정인 집시법개정안 중 한나라당 조진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헌법재판소의 위헌의견에서 사전허가제에 해당한다고 지적한 관할경찰서장의 조건부 집회허용(제10조 단서)을 삭제하는 대신 집회를 금지하는 시간적 범위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로 명시하고 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밤10시부터 다음날 아침6시까지 모든 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조진형 의원의 법개정안은 현행 야간집회금지조항이 헌법에 위배되므로 집회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헌재 결정을 곡해한 또 다른 개악이라 본다. 현행 집시법의 다른 조항으로도 충분히 야간집회의 규제가 가능함에도 이를 전면금지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과잉입법으로 즉시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한나라당은 특정 시간대의 야간옥외집회를 제한해야 할 근거로 ‘옥외집회에 대하여 사생활의 평온, 주요국가기관의 안전, 교통소통이나 소음 규제, 심야시간대의 치안유지나 또는 폭력행위의 발생가능성에 대한 대처, 주위 상인들의 영업상 손실예방 등을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대의 금지는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현행 집시법 제8조(사생활의 평온), 제11조(주요국가기관의 안전), 제12조(교통소통) 그리고 14조(소음 규제) 등에 의하여 충분히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모든 옥외 집회에 대해서는 48시간 전까지 신고하게 하고 있으며(제6조), 공공의 질서유지를 위하여는 질서유지선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13조). 따라서 현행 집시법상 다른 조항들에 의해 충분히 규율할 수 있음에도 또다시 특정 시간대의 야간 옥외 집회를 전면 금지하도록 하는 것은 명백한 과잉규제이다.

한나라당이 심야시간 집회 전면 금지를 주장하는 근거로 제기되는 야간집회시 폭력행위 발생 우려는 누누이 강조하건대 이를 뒷받침할 만한 유의미한 통계나 증거가 없다. 오히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폭력 집회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으며 충돌이 발생한 경우도 대부분은 경찰의 과잉진압이나 과도한 물리력 행사가 그 원인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강희락 경찰청장이 국회 행안위에 출석해 발언한 내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이나 프랑스 등 몇몇 나라에서 특정한 시간대 야간집회를 금지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실질과는 전혀 다른 소리다. 미국은 우리처럼 일몰 전후 등으로 주간집회와 일몰 후 집회를 구분하지 않는다. 프랑스의 경우 지금으로부터 128년 전인 1881년 집회법에서 오후 11시 이후의 집회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었지만, 이 규정은 현재 실무에서는 적용하지 않는 사문화된 규정일 뿐이다. 따라서 프랑스를 집시법 개정의 비교법적 예로 드는 것은 무의미하다. 독일 역시 일몰 후 집회에 대해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없으며, 영국도 일몰 후 집회금지와 같이 시간을 이유로 한 일률적인 금지규정은 없다.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한나라당의 법개정안은 오히려 중국의 현행 집회법 규정과 동일하다. 2010년 대한민국에서 집회시위의 자유를 포함한 시민적 정치적 권리가 온전히 보장되지 않고 통제되고 있는 중국의 입법례를 모델로 삼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법에서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적 집회를 억압할 목적으로 야간집회를 금지하는 나라는 없다.

부 여당은 헌법불합치결정을 받은 현행 야간집회금지 조항이 6월 말이면 자동 실효되기 때문에 입법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야간집회시위는 집시법의 다른 조항으로도 충분히 규율이 가능하며, 입법공백은 기우에 불과하다. 기본권 침해요소로 위헌취지의 결정을 받은 법조항의 개정은 충분한 여론수렴과 사회적, 정치적 합의를 거쳐야 마땅하다. 만약 이번에 법이 개악되면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또 다시 묻게 될 것이고 이는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아닐 수 없다.

국회는 또 한 번의 기본권의 침해와 정치적 논란만 부르게 될 집시법의 졸속개정 추진을 중단하고,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부터 형성할 것을 촉구한다.

PIe2010062300.hwp논평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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