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공익소송 2008-12-04   2762

정부 ‘1조원 클럽’에 왜 가입안하나?

삼성중공업기름유출사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 IOPC '1조원클럽'에 왜 가입 안하나?

해양운송유류 수령량 세계 4위, 추후 사고 가능성 대비해야
6개 국내 정유사 분담액 현재보다 겨우 몇 천만 원 더한 수준

작년 12월 7일 삼성중공업예인선과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충돌하여 벌어진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한지 이제 꼭 1년이 되어 간다. 수백만 선량한 국민들의 자원활동에 힘입어 어느 정도 사태 수습은 되었지만 정작 피해 지역의 생태계가 대부분 복구되었다는 정부의 발표를 믿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문제는 IOPC펀드 가입국 중 해양운송유류 수령량이 세계 4위인 우리나라에 태안 일대 해안 71㎞와 100여개가 넘는 수많은 도서 등에 광대한 피해를 줌으로써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잃게 한 이 같은 대형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는 데 있다.

이에 삼성중공업 기름유출사고 피해의 완전보상, 완전복구 및 가해자 무한책임원칙을 주장해온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추후 유사한 대형 유류사고가 일어날 것에 대비해 정부가 IOPC보상한도를 현재의 약 3천억원에서 약 1조원 이상으로 높이는 추가기금의정서(Supplementary Fund)에 지금 당장 가입할 것을 촉구한다.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은 1만여 톤의 기름유출로 인한 서해안 일대의 해양오염 피해를 5700억원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환경오염 피해는 향후 10년간 매년 1조3000억원으로 추산되고 그 피해복구도 20년이 넘게 소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대형 유류오염사고 위험성이 여전히 상존한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이 같은 대형유류오염사고에 대비해 추가기금의정서(Supplementary Fund Protocol)를 만들었다. 99년 프랑스 유조선 “에리카호” 사고와 2002년 11월 “프레스티지호” 사고 이후 국제사회에서 보상액의 한도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국제해사기구에서 2003년 5월 국제기금 보상한도액 초과부분의 보상을 위한 추가기금의정서를 채택한 것이다. 이는 기존 92년 채택된 IOPC협약의 보상한도 3000억원 넘는 피해액에 대해서 1조원 이상으로 보상한도를 늘인 것이다. 2005년 3월부터 발효되었으며 2008년 현재 총 21개국이 가입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해양운송유류 수령량이 IOPC펀드 가입국 중 세계 4위다. 세계1위에서 11위 사이의 국가들 중 일본, 이태리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스페인, 독일 등이 이 “1조원 클럽”에 가입하였고 도시국가인 싱가포르,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나라 10분의 1정도 밖에 안되는 인도를 제외하고 가입하지 않은 국가는 캐나다와 우리나라뿐이다.
 
물론 추가기금의정서에 가입하면 기존보다는 분담금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07년 IOPC펀드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20여개 가입국들이 져야 하는 분담금은 모든 나라 다 합쳐서 28억원 수준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가입하다면 우리나라의 정유사들이 부담할 액수는 이 중 1-2억원 정도가 될 것이며 각 정유사별로 나누면 수천만 원 정도의 수준이다. 정유사들이 한해 수천억 원 대의 순수익을 올리는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푼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기존 IOPC보상한도를 넘는 대형사고가 일어나게 되어 추가기금에 대한 분담금 갹출이 이루어지게 되면 그 액수는 매우 높아질 것이지만 그것은 기존 IOPC보상한도 내의 사고가 여러 번 일어날 때 분담금 액수가 높아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즉 부담의 상승을 측정한다면 기존IOPC펀드협약 가입국은 90여 개 국이지만 추가기금의정서 가입국 숫자는 21개국 정도라서 분담금비율이 8%에서 12%정도로 높아지는 것만을 생각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부분 사건은 기존IOPC펀드로 처리가 되기 때문에 실제로 추가기금갹출이 이루어지는 사건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점이며 이렇게 발생가능성이 낮은 대형사고에 대해 매년 1-2억원 정도의 ‘보험료’를 내는 것은 절대로 부담의 상승이라고 볼 수 없다.

  
우리나라가 이미 가입해있는 기존 IOPC펀드(약 3000억 원)를 통한 손익계산을 따져보면  2007년까지 우리나라는 총 670억원의 분담금을 납부하였고, 904억원의 피해보상액을 수령한 것으로 국토해양부는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름유출사고가 다른 나라보다 많이 일어나서 돈을 내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많은 것이다. 추가기금의정서 채택 이후 만일 우리나라가 여기에 가입하였다면 추가기금이 적용되었을 첫 번째 대형사고가 바로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물동량 및 교통량이 늘어나고 있고 특히 단일선체의 비율이 매우 높다. 2012년이 되어서야 이중선체 사용이 의무화된다. 그 사이에 또다시 이 같은 대형 참사가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사고가 나면 해양생태에 치명적인 기름으로 영리행위를 하는 정유사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한번 망쳐진 생태는 아무리 복구한다 하더라도 완전복구가 어렵다. 정유사들의 부담 몇 푼 줄이기 위해 추가기금의정서에 가입하지 않은 지난 정부의 실기를 이명박 정부가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 추가기금의정서 가입을 지금이라도 서두를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
 
올해 4월 국회를 통과한 피해지역 주민들 보상을 위해 마련된 특별법도 국민들의 요구와는 다르다. IOPC보상한도 3000억원을 넘는 피해액에 대해서는 국가가 보상하도록 한 것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삼성중공업측의 사고 책임을 보상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기업의 잘못을 국가가 보상하는 것은 사회정의와도 맞지 않다. 물론 정부는 피해지역 주민들에 대해 선보상 약속을 이행하고 추후 가해기업 삼성중공업측에 구상권을 행사하면 되겠지만 매번 대형사고가 있을 때마다 주민들이 시위를 벌여야 ‘특별법’이라는 시혜를 내려주는 시스템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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