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집회시위 2013-04-02   5193

[논평] 예술행위라도 정치적 의도 있으면 집회신고 의무 있다고 한 대법 판결 유감

예술행위라도 정치적 의도 있으면 집회신고

의무 있다고 한 대법 판결 유감

신고의무는 평화적 집회 개최 위한 협력의무로 보아야

정치적이면 반예술적이거나 비예술적인가?

 

 

지난 3월 28일(금) 대법원 형사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일종의 행위예술인 “플래시 몹(flash mob)”도 정치적 내용을 담았다면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의 신고대상이 된다는 판결을 하였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박경신 교수, 고려대)는 이번 판결은 정치적 의도가 담긴 예술은 집시법상 신고면제 대상인 예술로 볼 수 없다는 해석으로 기본권의 보루여야 할 대법원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오히려 편협하게 해석한 것이라 유감이다.

 

이번 판결의 대상이 된 사건은 청년들의 노동권 향상을 위해 2010년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활동하던 “청년 유니온”이 2010년 4월 4일 서울 명동에서 노동부가 노조 설립 신고를 반려한 것을 규탄하며 ‘청년들도 일하고 싶다’, ‘정부는 청년 실업 해결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펼친 플래시 몹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가 주최한 모임은 비록 널리 행위예술의 한 형태인 ‘플래시 몹’ 공연 형식으로 진행됐지만 주된 목적과 진행 내용과 소요시간 등 제반 사정에 비춰볼 때 집시법 제15조에 의해 신고의무의 적용이 배제되는 오락 또는 예술 등에 관한 집회라고 볼 수 없고, 그 실질에 있어 정부의 청년 실업 문제 정책을 규탄하는 등 그 주장하고자 하는 정치, 사회적 구호를 대외적으로 널리 알리려는 의도 하에 개최된 집시법 제2조 제1호의 옥외집회에 해당해 사전신고의 대상이 된다”고 하였다. 

 

신고의무는 원래 행정관청에 집회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여 질서유지에 협력하도록 하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런데 현행 집시법은 신고 대상 집회의 범위가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아 1인 시위를 제외하면 거의 예외없이 신고의 대상이 된다. 특히 지난 몇 년간 기자회견, 추모제, 촛불 문화제, 플래시 몹 등 형식의 여하에 상관없이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행사는 사전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미신고집회로 처벌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판결에서도 집시법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되었다면 집시법상 신고제 본래의 취지가 협력의무라는 점을 존중하여 신고의무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 처벌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현행 집시법상 신고의무는 단순히 신고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할경찰서장이 금지통고를 할 수 있어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렇게 억압적인 신고제도가 관혼상제, 예술, 학술, 종교 행사들까지 적용될 경우 국민들이 당하는 사생활과 표현의 자유 침해를 막기 위해 집시법 제15조 상의 신고의무 면제조항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집시법 15조는 “순수한 예술행사만 면제된다”식의 기본권 제한적 태도가 아니라 “예술행사이기만 하면 면제된다”는 식의 기본권 확장적 태도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의 플래시 몹은 불시에, 많은 사람들이 특정의 행위를 하여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예술행위다. 예술 형식 속에 담긴 의도가 정치적이라고 해석하여 꼭 신고를 해야 하는가? 기본권 확장적 태도로 해석하자면 예술과 정치의 교집합에 놓인 행사들은 모두 신고를 면제해주는 것이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 

 

무엇보다 정치와 예술은 배타적이지 않다. 예술에 관한 정치도 있고 정치적인 예술작품도 있다. 특히 더 정치적이라고 해서 더 반예술적이거나 비예술적인 것이 아닌데 왜 정치적 요소가 있다고 해서 예술행사에 적용되는 예외가 적용되지 않는가?

이번 대법원의 판결의 가장 큰 맹점은 신고의 예외로 두고 있는 예술을 지나치게 축소하여 해석하고 법에서 규정하고 있지도 않은 정치행사에 대해서 금기시하여 반드시 신고하도록 적용한데 있다. 집시법뿐 아니라 어느 법도 원래 적용되어야 할 예외를 무산시킬 만큼 ‘정치행사를’ 금기시한 조항이 없었다. 대법원의 편협한 기본권 해석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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