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표현의자유 2009-07-16   3634

국가, 국가기관(장)은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

어제(7/15) 참여연대와 민변 공동으로 전문가 토론회 “정부, 국가기관 및 그 기관장은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가?”가 광화문 일민미술관 5층 미디액트 대강당에서 있었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검찰이 지난 6월 18일 PD수첩의 피디와 작가 5명에 대해 정운천 전 농림부장관과 민동석 전 정책관에 대한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것에 대해 과연 언론의 정책비판이 그 정책수행 기관장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볼 수 있는가를 법리적 측면과 저널리즘의 측면에서 토론해 보는 자리였습니다.

우선 주제 발표를 맡은 박경신 교수와 박주민 변호사의 발제를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토론회의 구체적인 토론 내용은 녹취록을 정리하는 대로 곧바로 올리겠습니다.


좌세준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박경신 고려대 교수와 박주민 변호사가 각각 “언론도 ‘주장’을 할 수 있는가?”와 “국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비판이 국가 또는 국가기관의 명예훼손에 해당하는가” 라는 제목의 주제문을 발표하고, 하태훈 고려대 교수, 오동석 아주대 교수, 양문석 언론개력시민연대 사무총장 및 이춘근 MBC PD가 주제문에 대해 토론하는 순서로 이어졌다.

첫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박경신 교수는, PD수첩과 같이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일부 진실과 부합하지 않은 내용을 포함하였을 때 과연 그것을 이유로 명예훼손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리적 측면을 고찰하였다. 이를 위해 박 교수는 PD수첩에 대한 검찰수사발표를 조목조목 분석하였다.

결론적으로 박교수는 검찰의 발표는 40개에 가까운 허위 명제로 점철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던 다우너소(주저앉는 소)가 곧바로 광우병소로 의심할 수 있도록 자막내용을 의도적으로 오역했다는 검찰 주장은, 다우너소가 실제 광우병의심소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으므로 허위가 아니며 프로그램의 주제가 광우병소의 안전성에 대한 주제의식을 갖고 만든 것이라면 이는 주제의식에 따른 선택의 문제이지 ‘허위’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한, 아레사빈슨의 사인에 대해 “MRI결과 CJD였다”는 부분을 “vCJD”로 자막처리하는 등 아레사 빈슨의 사인이 ”vCJD”인 것으로 기정사실화하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당시 미국에서는 CJD인가 vCJD인가가 문제가 아니라 CJD에 vCJD도 포함하여 말하는 것이었으며, 아레사빈슨의 어머니의 말은 CJD든 인간고아우병이든 어찌되었든 “죽을 수밖에 없는 희귀한 병“이라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이 또한 검찰 주장대로 의도적 왜곡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또 다른 쟁점인 한국인이 영국인의 약 3배, 미국인의 약 2배 정도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언급이 허위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실제 광우병 걸린 쇠고기를 먹은 사람 중에 94%의 사람들이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명제는 허위로 입증된 바도 없고 진실이라고 입증된 바도 없다고 설명하였다.

그 외,  30개월 미만 소의 부위에 대해 OIE(국제수역사무국)기준에 따르지 않고 종전 수입위생조건의 SRM(특정위험물질)내용에 입각해서 보도하였다고 검찰은 주장하고 있으나 SRM의 범위는 각국의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또 SRM의 정의는 OIE의 독점물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이와 같은 사실을 종합한다면, 박교수는 PD수첩은 몇가지 오역은 있을지언정 의도적 오역과 왜곡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며 굳이 문제를 삼자면 미국산쇠고기의 안전성을 의심하는 입장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데 있다고 하였다.

이 지점에서 박교수는 질문을 던진다. 과연 방송 프로그램이 공정성을 위반했다고 해서 허위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적용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해답으로 박교수는 명예훼손죄를 다시 재조명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허위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방송심의상의 기준이나 반론보도청구권의 기준과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허위에 의한 명예훼손은 엄격하게 입증되어야 하고 입증이 되지 않는다면 명예훼손의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특히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내용이라 하더라도 허위에 의한 명예훼손책임을 지울 수 없다고 강조하였다.

언론의 역할이 감시와 비판 기능이라고 한다면 더욱더 권력비리나 사회 부정에 대한 단서는 늘 한정적이며 불공정하고 편파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언론의 이 같은 기능을 인정한다면 공정성 심의는 폐지되거나 최소한 허위에 의한 명예훼손과는 철저하게 분리되어야 한다며 주제발표를 맺었다.

40분에 걸친 첫 번째 주제발표 이후 박주민 변호사의 두 번째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박주민 변호사는 “국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에 대한 비판이 명예훼손에 해당하여 처벌되기 위해서는 먼저 국가나 국가기관이 명예의 주체가 되어야 하고, 다음으로 정책비판이 정당화될 수 없는 한계지점 밖에 있어야 한다”고 전제하였다.

우선 박 변호사는 국가 및 국가기관이 명예의 주체인지에 대해 우리 사법부와 외국의 법원을 비교 고찰하였다.

그에 따르면, 우리 헌법재판소는 국가나 국가기관은 “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 내지 실현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지니고 있는 지위에 있”을 뿐이며 국가 및 국가기관은 명예를 가지는 인격권의 주체가 아니라 명예훼손은 인정되지 않는 입장을 취한다고 고찰하였다.

영국 역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제한없는 공공의 비판을 받도록 함이 가장 중요하기에 정부기관에게 명예훼손의 소를 제기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 등에 대하여 바람직하지 못한 족쇄를 채우는 것“이라는 판단에서 허용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독일은 비록 관청의 장이 관청을 대표하여 명예훼손을 고소할 수 있다고 규정은 하고 있지만, ”국가기관의 명예에 대한 형사법적 보호가 국가기관에 대한 공적 비판마저 금지하는 데에 이를 수 없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 변호사는 결론적으로 국가기관은 “명예를 가지는 것이 아니고 개인적인 명예를 기초로 한 보호를 요구할 수도 없다고 할 것”이며 ‘필요한 경우 반론보도청구권이 보장되면 충분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만약 이와 같은 우리 사법부의 태도나 외국의 예를 무시하고 국가나 국가기관이 명예의 주체가 된다고 전제를 다르게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공인이나 공적인 관심사일 경우 보도된 내용이 알면서도 의도적 목적의 악의(actual malice)라는 사실을 피해자가 입증해야만 한다는 미국의 공인이론을 소개하면서 비록 우리나라는 언론이 보도의 진실성과 상당성을 입증하여야 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이 공인이론을 상당히 수용한 우리 사법부 입장을 제시했다.
 
 따라서 공인인 “정책의 결정자 및 집행자에 대한 비판이나 표현이 명예훼손이 되기 위해서는 그 내용에 다소 오류나 과장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해당 오류나 과장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종합하면 , PD수첩의 보도는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없는 국가기관의 정책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설사 명예의 주체가 된다고 하더라도 PD수첩의 보도 내용은 국민들의 초미의 관심 대상이었던 공적 사안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과장 혹은 오류가 있었다는 것만으로 명예훼손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언론의 정책비판보도가 처벌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검열 및 위축효과를 막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가는명예훼손의피해자가될수있나토론회자료집20090715.hwp

국가기관명예훼손_박주민.d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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