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칼럼(pi) 2011-09-14   3936

MBC의 광우병보도 사과방송의 진실!

MBC가 사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

 

“광우병 보도 사과방송을 보면서
담당 변호사로서 내 눈을 의심했다”
대법원은 해당 보도의 허위 여부를
직접 판단대상으로 삼은 적이 없다

 

법조계 한구석에 이름을 올린 지 30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다. 재판에 이겼는데도 의뢰인인 <문화방송>(MBC)은 그 결과를 싹 무시하고 자신이 잘못했다며 사과를 했다. 3년이 넘는 세월 동안 민형사 1·2·3심을 통해 여러 판사·검사·변호사들이 각자 자신의 논리를 동원해가며 재판에 매달렸는데 이번 사과방송 하나로 모두 의미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대법원 13인 전원합의체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정정·반론을 요구한 ‘피디수첩’의 7개 보도 중 △소의 특정위험물질이 7가지라는 보도는 분류기준에 따라 2가지일 수도 있으니 농수산식품부에 반론기회를 주어라 △한국인은 유전자 MM형이 94%여서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라는 보도는 잘못된 것이니 정정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형사 명예훼손 사건에서 대법원은 피디수첩 제작진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MBC야말로 대법 판결 왜곡

 

그런데 문화방송은 대법원이 내린 결론이 무색하게 이렇게 사과했다. “대법원은 최종판결에서 1.다우너 소를 광우병 소로 지칭한 부분과 2.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처럼 언급한 부분 3.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에 이른다고 지적한 부분 등 3가지 주요 내용을 ‘허위’로 결론 내렸습니다. … 기획의도가 아무리 정당하다고 해도 프로그램을 지탱하는 핵심 쟁점들이 허위사실이었다면 그 프로그램은 공정성과 객관성은 물론 정당성도 상실하게 됩니다. … 당시 문화방송의 잘못된 정보가 국민의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 한 점은 언론사의 책무를 왜곡했다는 비난을 받아도 마땅합니다.” 문화방송을 대리해서 소송을 담당해온 변호사 입장에서 내 눈을 의심했다.

 

이게 상대방이 할 이야기이지 내 의뢰인인 문화방송이 할 이야기인가.

 

대법원은 사과문이 주장하듯 다우너 소의 광우병 위험성이나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에 관한 보도를 ‘허위’로 결론 내렸다는 식으로, 직접 판단대상으로 삼은 적이 없다.

 

형사재판 1심에서는 모두 진실이라 판결했고, 민사재판 2심은 허위이지만 후속보도를 통해 일부 번역 실수 등이나 상황 변화를 정정했다는 이유로, 형사재판 2심은 정부의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은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므로 관련 공무원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각 문화방송의 손을 들어주었다.

 

승소한 문화방송으로선 대법원에 상고를 할 수가 없었고 따라서 2심의 허위 여부 판단에 대해 다툴 방법이 없었다. 대법원은 상고이유에 한해서 판단하기 때문이다. 다우너 소가 광우병 위험이 있다는 건 공지의 사실이고 이런 이유로 미국도 최근 다우너 소의 도축을 전면 금지했다. 아레사 빈슨 역시 방송 시점에서는 미국에서도 인간광우병 의심 보도를 했다. 피디수첩 보도는 형사재판 1심이 판결하였듯이 전혀 허위가 아니다.

 

대법원, PD수첩이 공공성과 사회성 갖춘 사안에 대해 여론 형성, 공개토론 기여 인정

 

백보를 양보해 법으론 이겼어도 도덕적으로 정당하지 않은 경우를 가정해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번 광우병 보도처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정부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 기능과 관련해선, 악의적이고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흠결을 따지지 말라는 게 대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다. 그래야만 ‘국민이 알아야만 할 공공성과 사회성을 갖춘 사안에 대해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할 수 있다’는 거다.

 

대법원은 다른 사안에서는 또 이렇게 역설한다. “복잡한 사실관계를 알기 쉽도록 단순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일부 특정한 사실관계를 압축·강조하거나, 대중의 흥미를 끌기 위하여 실제 사실관계에 장식을 가하는 과정에서 다소의 수사적 과장이 있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아 보도내용의 중요부분이 진실에 합치한다면 그 보도의 진실성은 인정된다.

 

왜냐하면 자유로운 견해의 개진이나 공개된 토론과정에서 다소 잘못되거나 과장된 표현은 피할 수 없고 무릇 표현의 자유에는 그것의 생존에 필요한 숨쉴 공간이 있어야 하므로.”

 

대법원은 이번 사과방송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언론의 자유를 지켜달라고 나에게 사건을 맡긴 문화방송과 이번 사과로 대법원의 생각을 무색하게 만든 문화방송은 서로 다른 존재인가.

 

김형태 / PD수첩 제작진 측 변호인, 전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 이 글은 9월 7일 한겨레 시론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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