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표현의자유 2010-09-02   3405

개그맨 노정렬씨 모욕죄 적용이야말로 ‘개그’

풍자와 만평까지도 형사처벌하나
개그맨 노정렬씨 ‘개그’에 대한 모욕죄 적용이야말로 ‘개그’

참여연대, 형법상 ‘모욕죄’ 위헌소송 제기할 것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원칙 위반

20100902.gif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 31일 서울남부지검이 개그맨 노정렬씨를 모욕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한다. 이는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전교조가 주최한 행사에서 노정렬씨가 행한 발언이 자신을 모욕했다고 고소한 데 따른 것이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노정렬씨에 대한 조전혁 의원의 고소와 이에 근거한 검찰의 기소야말로 한마디로 “개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인 등 공인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의 적용이 다른 경우에 비해 보다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하는데 풍자와 만평의 영역에까지 검찰이 모욕죄를 적용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행위다. 따라서 검찰은 즉시 노정렬씨에 대한 기소를 취하하고 형법상 모욕죄에 대해 헌법적 성찰을 해야 할 것이다.

 
이번 노정렬씨의 경우 전교조명단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조전혁 의원을 ‘개’와 ‘소’에 비유한 것을 문제삼아 조전혁 의원이 모욕감을 느꼈다며 고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잘 알다시피 모욕감은 그 여부와 강도가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명예훼손 법리는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명예 또는 평판을 보호하는 반면, 모욕 법리는 주관적인 ‘명예감’ 또는 체면만을 보호하기 때문에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적 언사를 처벌하는데 남용되어 왔다.

이러한 위헌적인 특성 때문에 선진국 중 모욕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독일, 일본, 대만 외에는 없다. 독일은 공소가 아닌 사(私)소를 통해 모욕죄를 처리하고 있어 정치인들 기득권세력에 의한 남용가능성이 없다. 미국에서는 미연방대법원이 저 유명한 Hustler판결에서 성인잡지가 당대에 신망이 높던 목사가 어머니와 근친상간을 하였다는 얼토당토않은 가상기사를 게재한 것에 대해 제기된 민사소송마저도 각하하였다.

   
특히 기지 넘치는 비유나 조소적 표현을 통해 당대의 정치현실, 사회상, 인간의 결함이나 불합리, 허위 등을 빗대어 비판하는 풍자나 해학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엿한 문화적 장르로 평가받아 왔다. “풍자”라는 어휘의 출전인 시경에서도 “이를 말하는 자 죄 없으며 이를 듣는 자 훈계로 삼을 가치가 있다…”라고 하였다.

더구나 노정렬씨의 직업은 개그맨이다. 개그맨의 직업 수행의 도구는 풍자와 만평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개그맨이라는 직업에 풍자와 만평을 용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용인된 직업 수행의 도구나 수단에까지 손쉽게 모욕죄를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는 것은 형법상 모욕죄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지 않고 또 그 처벌 범위도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빈번하게 정치인이나 공무원 등 공인들에 대한 비판에 모욕죄가 적용되어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개그맨 노정렬씨와 미학자 진중권씨와 같은 유명인사들 뿐 아니라 지만원씨의 이름 석자를 기발하게 활용하여 “지만원씨, 지는 만원이나 냈나?”라고 비꼰 일반 네티즌도 이 위헌적인 모욕죄로 기소된 바 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이처럼 법적용의 엄격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표현의 자유를 봉쇄하는 도구로 악용되는 모욕죄 자체에 대한 헌법소원을 준비 중에 있다.

어떤 결과가 뒤따를지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국가의 통치자들을 비판할 자유가 있는 사회 정도가 되어야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라고 한다. 이번 개그맨 노정렬씨의 ‘개그’에 대한 모욕죄 적용을 계기로 형법상 모욕죄에 대해 진지한 헌법적 성찰이 필요하다.

주관적 명예감과 체면 훼손에 대한 책임은 당사자 간에 해결할 일이지 형벌로 처벌할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모호한 요건과 처벌범위로 인해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에 의해 정치적 비판 등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데 악용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노정렬씨에 대한 기소는 이와 같은 악용의 가장 노골적인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PIe2010090200.hwp논평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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