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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사회연구소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소입니다

  • 시민교육
  • 2008.12.16
  • 6329
  • 첨부 1



우리는 지난 여름 촛불을 들고 광장에서 함께 노래를 불렀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이 노래는 국민주권이 광장의 시민에게 있음을 알리는 거대한 울림이었다. 이러한 울림을 이어받아 참여사회연구소는 지난 11월 총 4회에 걸쳐 '헌법, 광장에 서다' 강좌를 진행하였다. 그동안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헌법을 시민의 눈으로 다시 읽어볼 수 있는 자리였다.

헌법은 주어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대한국민

첫번째 강좌를 맡은 이국운(한동대) 교수는 이렇게 운을 띄었다. “마음이 뿌듯합니다. 시민들과 함께 헌법을 이야기하는 자리는 오늘이 처음입니다. 시민들이 먼저 광장에서 헌법을 이야기하였기에 이 자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현행 헌법 전문을 읽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헌법 전문을 누군가와 소리내어함께 읽는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교수는 두가지를 강조하였다. 먼저 헌법은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감격을 담고 있는 문서라는 것이다. 일제 35년과 미군정으로 거치며 우리들 스스로의 헌법을 만들었다는 역사적 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아무런 감격없이 그저 문자로만 읽어내는 것은 헌법 본질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헌법의 주어는 우리가 흔히 오해하고 있듯이 ‘대한민국’이 아니고 바로 ‘대한국민’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실상 헌법 조문은 다음과 같이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국민 가라사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국민 가라사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

두번째 강좌에서 김종철(연세대) 교수는 시민에 의해 만들어진 헌법, 그리고 그 헌법에 의해 운영되는 국가, ‘시민-헌법-국가’ 사이에서 국가는 헌법에 의해 기본권을 보장하는 ‘좋은 놈’이 될 수도 있지만, 헌법에 반해 기본권을 침해하는 ‘나쁜 놈’이 될 수 있고, 둘 다 될 수 있는 ‘이상한 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현행 헌법 10조를 함께 읽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우리 헌법은 인권을 포괄적으로만 규정하는 경우 국가가 이를 지키지 않을 수도 있기에 11조부터 36조까지 기본권을 아주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37조 1항에서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어 10조부터 36조까지의 기본권에 쐐기를 박고 입다. 한편 2항에서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국가에게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권리를 주었다.

그러나 결코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권리를 준 것은 아니다. 보통 국가는 권리를 침해하는 ‘나쁜 놈’이 된다. 그렇기에 국가가 기본권을 침해할 경우, 우리는 그것이 제한인지, 침해인지 판단해야 하며, 기본권 침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사법부는 그러한 판단과 문제제기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소수자ㆍ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역할

세번째 강좌를 맡은 임지봉(한양대) 교수는 사법부, 그 중에서도 헌법재판소의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헌법재판소는 민주화 이후 최초의 헌법 판결을 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떤 법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리면 그 법의 효력이 자동적으로 상실되면서 일종의 법적 공백이 발생하게 되어 위헌/합헌이라는 이분법적 판결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헌법불합치결정, 입법촉구 결정, 한정합헌, 한정위헌이 포함된 ‘변형결정’이 도입되었다. 헌법에 합치되지는 않으나 위헌은 아니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은 국회에 법률 개정을 요구하는 입법촉구 결정과 동시에 이루어진다. 한정합헌은 어떤 법률이 위헌적으로 해석되는 방식은 버리고 합헌적으로 해석되는 방식만 선택하라고 점에서 합헌성을 강조하는 것이고, 한정위헌은 반대로 위헌성을 강조하는 결정이다. 이번 종부세 판결에서도 헌법재판소는 종부세 자체는 합헌인데, 세대별 합산은 위헌이고, 주택장기보유자에게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불합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임교수는 헌법재판소 판결의 성향이 시기마다 달랐지만 헌법재판소의 보수성에 대해 지적하였다. 그리고 헌법, 그리고 헌법판단은 정답이 없는 정치적인 문제이고 헌법재판소의 원래 역할이 정치적이기 때문에 국민 각계각층, 그 중에서도 소수자·약자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헌법재판관이 선출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임명 단계에서부터 많은 국민들이 여론을 형성해서 임명권자에게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헌법에 인권이 놓여지는 인권체제로

마지막 강좌에서 한상희(건국대) 교수는 “(시민의) 자유는 방종이 아니며, 자유에는 책임이 뒤따른다”라는 담론을 강력하게 비판하였다. “자유라는 것은 본래 책임의 문제가 아니며, 기본권, 인권은 결코 질서를 따지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억압당하고 있는 소수자의 자유와 인권을 먼저 생각하고, 그 사회의 권력자나 다수자들이 내세우는 질서는 나중에 생각하자”고 이야기하였다. 또한 인권이 신장되면서 동시에 연방대법원과 자본의 권한이 강화되는 추세가 나타난 미국 사례를 이야기하였다. 헌법이라는 근본법에 인권이 놓여지면 인권체제가 되고, 자본이 놓여지면 자본체제가 되는데, 미국의 경우 인권과 자본이라는 서로 다른 흐름이 동시에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신자유주의 시대, 기본권 보장보다는 자본의 자유가 모든 자유에 선행하는 양 헌법을 해석하는 우리의 문제와도 결부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인종분리문제를 해결해 나갔던 사례를 제시하면서, 우리 운동의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어떤 잘못된 제도나 법률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무엇보다 그 제도나 법률의 법적 취약성이 무엇인지 지적할 수 있는 분명한 논거를 찾거나 개발해야 하고, 그 취약성으로 인해 변화될 수 있다는 분위기를 형성해야 하고, 한번 물면 절대로 놓지 않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글은 참여사회연구소에서 진행한 <헌법, 광장에 서다> 기획강좌의 후기입니다.  참여연대가 발행하는 <참여사회> 2008년 12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소제목을 클릭하시면 보다 자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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