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연구소 단행본 2009-01-06   921

[연구소 신간]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


2008년 6월 촛불의 기록

기획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  사진 한겨레 사진부

이 책은 지난 2008년 봄여름의 촛불집회를 지금 시점에서 정리하는 참여관찰기입니다. 참여연대와 참여사회연구소는 촛불집회에 대한 정치적 분석이나 평가, 향후 전망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 광장과 거리에서의 목소리와 풍경들을 글과 사진으로 차분하지만 생생하게 담아내고자 하였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 직후의 경북 경주 근교 우시장의 한적한 풍경으로 시작하여 7월 12일 밤 비오는 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있는 가족의 활짝 피어난 웃음으로 맺음하는 115컷의 사진은 「한겨레」와 「한겨레21」 사진 기자들이 촛불집회 기간 내내 찍은 수만 컷의 사진 가운데 엄선해 추려낸 것들입니다.

100여 일간의 촛불집회의 진행 과정을 ‘전조, 파도, 직접, 폭발, 광장, 민심, 진화, 역진, 공명, 계속’ 등 10개 국면으로 나누고 각 국면별로 필자들이 직접 체험한 촛불집회 현장의 목소리와 상황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박재동 화백의 촛불집회 현장 스케치와 캐리커처는 집회 기간 내내 넘쳐났던 창조적 유희와 저항의 몸짓을 사진과는 다른 시선과 느낌으로 기억하게 해줄 것입니다.

<목차>

머리글 – 촛불시민이 촛불시민에게

1.전조 – 예정된 분노, 그리고 성찰의 시간   윤형근
2.파도 – 작은 촛불, 거대한 경이   송경재
3.직접 – 촛불, 거리로 나서다   한홍구
4.폭발 – 슬픔의 촛불이 분노의 촛불로   박영선
5.광장 – 열린 공간에서의 창조적 저항   이명원
박재동 화백의 촛불집회 현장 스케치   박재동
6.민심 – 21년 만의 만남, 6월항쟁과 촛불항쟁   이남주
촛불과 시민권에 대한 성찰   차병직
7.함께 살자 대한민국! 쇠고기에서 공공성로   오건호
국가와 자본이 건네준 뜻밖의 선물, ‘연대’   김현진
8.역진 – 전진과 역진의 힘겨룸   신진욱
내가 몰랐던, 내게 있는 권리를 깨닫다   촛불집회 참여자 인터뷰
9.공명 – 생명평화, 촛불의 영혼이 춤추다   주요섭
대통령의 힘과 교만을 탄식함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시국선언문
현 시국을 두 눈으로 봅시다   청화스님 시국법어
10.계속 – 마침표 아닌 쉼표   최현주

2008 촛불 일지
사진설명


<책속으로>
“2008년의 촛불도 곧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을 벌여야 할 대상이 될 것입니다. 기억은 객관적일 수 없으니 누구나 자기 나름의 기억을 재구성하겠지요. 또한 기억은 본래적으로 의지의 산물이라고 할 수도 있으니, 재구성된 기억은 어쩌면 각자의 시각에서만 이해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한 시각에 촛불을 들었으되 모두 다른 곳에 있었으며, 설령 한 곳에 있었다 하더라도 우리의 오감이 뻗쳤던 곳은 모두 달랐습니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이 보고 느낀 것, 관찰하고 경험한 것은 작은 조각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몇 사람들이 얼기설기 얽힌 기억의 씨줄과 날줄을 엮어 촛불을 기록해보자고 팔을 걷어붙인 것이 그리 유다른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뭐니 뭐니 해도 기록의 목적은 망각을 피하자는 것이겠지요.
기록 작업의 또 다른 목적은 ‘기억의 낭만화’를 피하는 것입니다. 촛불은 누구에게나 살아있는 현실이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아주 조금만 움직인 경우조차 시간이 갖고 있는 어떤 절대성으로 말미암아 종종 신비화되곤 합니다. 그래서 이 책에 사진과 글을 실은 사람들은 촛불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사람들이 펼쳐낸 장면을 담으려고 애썼습니다.”
(p.10에서 발췌)


<출판사 서평>

망각과 낭만화를 피하고자 하는 기억의 투쟁

사람들의 뇌리 속에 남겨진 2008년 한국사회에서 가장 큰 사건은 무엇이었을까? ‘이명박 정권의 출범’도 아니었고, IMF 시대보다 더 전망이 암울하다는 ‘경제 위기’도 아니었다. 그것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정부의 졸속 협상과 그에 저항해 연인원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던 지난 봄여름의 ‘촛불집회’였다. 곱씹어 보면 ‘촛불집회’는 결국 ‘MB 정권’과 ‘경제 위기’를 포괄하는 이 시대에 불어 닥친 불온한 공기에 대한 총체적인 국민적 저항이었다. 한국현대사에서 유래 없는 100여 일간의 장기 대중운동에 참여하면서 시민들은 대한민국의 주권이 자신들에게 있음을 깨달았고, 그 권리를 흥겹게 주장하는 창조적인 저항을 체험했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촛불을 통해 자신들의 바람이었던 ‘국민 건강 주권’을 끝내 지키지 못했고, ‘이명박 정권의 역주행 정책’을 막아내지 못했다. 게다가 그에 대한 역진과 탄압의 물결은 훨씬 거세졌다. 하지만 2008년 12월 말 현재 촛불의 소멸을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촛불을 들게 했던, ‘민주주의에 대한 배반’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고,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의 저항과 열망은 수면 위를 넘실거리고 있다.
이즈음 출간되는 이 책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 2008 촛불의 기록』은 지난 2008년 봄여름의 촛불집회를 지금 시점에서 정리하는 ‘참여관찰기’라 할 수 있다. 촛불집회에 대한 정치한 분석이나 평가, 향후 전망은 이 책의 몫이 아니다. 그 대신 우리의 불완전한 기억이 수많은 사람들이 들었던 촛불의 마음을 망각하기 전에, 그리고 촛불의 기억을 손쉽게 ‘낭만화’하기 전에, 그때 그 광장과 거리에서의 목소리와 풍경들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내려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100여 일간의 촛불집회, 분석과 평가가 아닌 참여관찰기

그러기 위해 이 책은 100여 일간의 촛불집회의 진행 과정을 ‘전조, 파도, 직접, 폭발, 광장, 민심, 진화, 역진, 공명, 계속’ 등 10개 국면으로 나누고 각 국면별로 필자들이 직접 체험한 촛불집회 현장의 목소리와 상황을 기록하려 애썼다. 책의 머리글에도 적혀 있듯이 기억은 객관적일 수 없고, 각자의 뇌리 속에서 재구성된 채 남아 있게 될 운명을 지녔다. 그럼에도 시간이 더 많이 흘러서, 더 잊혀지고, 더 훼손되기 전에, 지금 시점을 기준으로 최선을 다해 당시 현장을 기록해보자는 것이 이 책에 글을 쓴 필자들의 마음이었다.
책에는 각 국면에 대한 기록 외에도 몇몇 글들이 더 실려 있다. 촛불집회 참여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평범한 시민들이 어떤 계기로 난생 처음 거리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외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진행 과정과 속내를 들어보았고, 정부의 거침없는 역공으로 수세에 몰려 있던 촛불집회의 국면에 큰 힘을 불어넣어 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조계사 청화스님의 「시국선언문」, 「시국법어」, 촛불집회 참여를 시작으로 기륭전자와 강남성모병원에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연대 투쟁을 체험했던 에세이스트 김현진의 생기발랄한 글도 함께 실었다. 한편, 촛불에 대한 상찬 일색의 평가와 글쓰기를 짐짓 우려하면서, 정치 운동으로서의 촛불이 핵심이며, 촛불이 지향하는 시민권의 구체적 모습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변호사 차병직의 성찰적 시선도 책에 담았다.
책이 원하고자 한 현장성을 높여준 데는 무엇보다 사진의 힘이 컸다. 미국산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 직후의 경북 경주 근교 우시장의 한적한 풍경으로 시작하여 7월 12일 밤 비오는 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있는 가족의 활짝 피어난 웃음으로 맺음하는 115컷의 사진은 「한겨레」와 「한겨레21」 사진 기자들이 촛불집회 기간 내내 찍은 수만 컷의 사진 가운데 엄선해 추려낸 것들이다. 모든 사진을 디지털 카메라로 작업했기에 가능했던 촬영 당시의 정확한 시간 기록과 사진 설명은 당시의 생생한 현장을 기억하게 하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또한 함께 실린 박재동 화백의 촛불집회 현장 스케치와 캐리커처는 집회 기간 내내 넘쳐났던 창조적 유희와 저항의 몸짓을, 사진과는 다른 시선과 느낌으로 기억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더 큰 몸짓을 준비하는 작은 시작

작은 촛불들의 큰 힘에 데인 현 정부는 촛불이 염원했던 열망들을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촛불이 번져나갔던 고리들을 통제하고 있다. 언론과 인터넷을 틀어막을 법률안을 준비하고, 야간 옥외집회 금지를 명목으로 거리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친 브레이크 없는 지금의 역주행을 지켜보며 이 나라 국민들은 당연히 자신에게 속해 있다고 여겼던 민주주의의 권리를 빼앗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국민들은 권리의 탈취와 배제의 아픔?f 무엇인지, 그것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되찾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수십 년간 진행되어온 민주화 과정을 통해, 그리고 촛불을 통해 민주주의를 직접 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이다. 몸에 체화된 민주주의는 결코 권력의 힘으로 잡아떼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지난 1년 동안 겪었던 권리의 박탈과 민주주의의 퇴보는 작은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제 더 큰 파도가 우리의 상식과 일상을 뒤엎을지 모른다. 그에 맞서 우리가 지난 봄여름 체험한 민주주의와 연대, 공공의 가치의 소중함을 기억하는 데 미약한 보탬이 되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또 다른 소망이다.

한겨레 신문 서평 보기 >> 촛불, 민주공화국의 꿈을 지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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