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본 연구소] “아무리 심해도 3년 못 참겠습니까?”

안경환 전 인권위원장  “MB정부, 용 되려다 미꾸라지 신세 전락할지 걱정”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인권의 길에는 종착역이 없다는 사실을. 또한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정권은 짧고 인권은 영원하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우리들 가슴 깊은 곳에 높은 이상의 불씨를 간직하면서 의연하게 걸어갑시다”


지난 7월 8일 임기를 넉 달 남겨두고 스스로 물러난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이임사는 지금도 인터넷 사이트 곳곳에서 읽혀지고 있다.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경제평론가 박경철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내 아이에게 꼭 읽혀주고 싶은 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퇴임 뒤 넉 달 동안 ‘침묵’을 지켜온 안경환 전 인권위원장(서울대 교수)가 20일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 강연에서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안 전 위원장은 이임사에서 다 못했던 이명박 정부 들어 후퇴하는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한 쓴소리를 이어갔다.


먼저 안 전 위원장은 올해 초 단행된 이명박 정부의 인권위 조직.인력 축소에 대해 “국제 인권사회에서 지난 한 해는 치욕적인 한 해”였다며 유엔은 물론 국제 인권단체들이 여러차례 우려를 표명했지만 그 사실조차 보도가 안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최근 열린 유엔 경제사회문화적권리위원회 심의에서 국제 인권전문가들이 인권위 축소, 용산 참사 등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지적한 부분을 거론했다.


“심의 첫날에는 대부분 국가인권위 축소 문제가 지적됐습니다. 정부는 최대 규모의 사절단을 보내 효율성을 위해 인권위를 축소했다는 등 방어하느라 급급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인권위 축소가 독립성을 해친 게 아니라고 했지만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부에 큰 부담이 될 것입니다”


안 전 위원장은 또 용삼 참사, 국가정보원의 민간사찰, 언론탄압, 대북 지원에 대해서도 못다한 말을 이어갔다.


그는 “삶의 공간에 대한 권리, 즉 주거권도 인간의 핵심적인 권리”라고 강조하고 “새해 벽두 벌어진 용산참사는 이 나라의 수치”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불법적 요소가 없지 않았지만 테러범 잡듯이 신속히 경찰이 투입됐고, 귀중한 생명이 제물이 됐다”며 “경찰의 과잉진압은 불문에 부치는 이런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법.정의, 형평이 무엇인지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박원순 변호사에 대해 국정원이 2억원의 민사손배소를 제기한 데 대해서도 안 전 위원장은 “그 돈으로 뭘 할런지 모르겠다”며 “도대체 국가가 개인을 상대로 명예훼손을 제기할 수 있겠나. 누가 나라의 주인인가. 국가인가 국민인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그는 “언론탄압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집회시위에 대한 손배소, MBC PD수첩, 광고불매운동에 탄압 등을 예로 들며 “이른바 정치의 사법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학자로서 사법부에 대한 쓴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안 전 위원장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당당해야 하는데 좀 덜 당당하다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며 “촛불집회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깊이 관여한 대법관이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고, 아무도 문제삼고 있지 않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고 개탄했다.


미디어법에 대한 헌재의 판결을 두고는 “이런 비상식적인 것이 성립할 수도 있는지 모르겠다”며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 그러니 권력을 탈취하라’는 논리와 뭐가 차이가 나느냐고 하면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웬지 모르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이상하다”고 비판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인도적 지원은 조건없는 지원”이라고 강조하고 “거기다 조건을 달면 그것은 결코 인도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안 전 위원장은 끝으로 이명박 정부에 대해 “고도성장의 시대에 성공한 분이 대통령이다. 인권과 같은 고도상실의 부분에도 눈길을 줘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도성장이 고도상실에 관심을 갖지 않을 경우 “욱일승천 할 때 추락해 미꾸라지 신세로 전락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세월은 흐릅니다. (이명박 정부가)굳이 그렇게 해도 정권은 짧고 인권은 영원합니다. 그동안 멀고도 험한 길 왔는데, 아무리 심해도 3년을 못 참겠습니까”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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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vop.co.kr/2009/11/21/A0000027339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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