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촛불 1년,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촛불 이후 시민단체들은 언론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일루, 촛불유모차와 함께하는 촛불가족, 이하 촛불유모차)

“촛불이 꺼졌다고 이야기하는데 지역의 촛불은 단 한 차례도 꺼진 적이 없다”(쥐니, 노원촛불)

“참여와 공유의 장이 사라진 이후 온라인 모임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많다”(최동식, 시민)

촛불시민들은 깊은 고민들을 하고 있었다. 촛불 1년을 맞아 열린 참여사회연구소-한겨레신문사 공동주최 토론회에 참여한 시민패널들은 그간의 어려움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털어놨다.

   참여연대

촛불유모차의 일루(아이디) 씨는  PD수첩이 아니라 조선일보를 보고 광우병의 위험에 대해 알게 되었다며 언론이 우리의 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광우병 문제를 통해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 “한편에서는 우리들에게 북한주민들은 굶어가는데 한가하게 광우병 걱정이나 한다고 비판한다. 몇 년 전에 유럽이 광우병 걸린 소고기를 폐기하지 않고 북한으로 보내려는 방안에 대해 조선일보가 굉장히 비판하는 기사를 봤다. 조선일보가 몇 년만에 자신의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한 비판을 보수진영에서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루 씨는 “시민단체들이 가장 많이 할 일은 언론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원촛불에서 활동하고 있는 쥐니(아이디) 씨는 “인터넷이 촛불에서 중요하긴 했지만 인터넷을 쓰지 못하는 촛불시민들도 있었을 텐데 너무 인터넷 공간에만 치중했던 것 같다”며 “광장에서 시민들끼리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면 실망하거나 체념하는 시민들의 수를 좀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식 씨는  “현재는 참여와 공유의 장이 사라졌기 때문에 카페를 운영하기가 굉장히 힘든 시기라는 말을 여기저기서 들었다”며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동호회 등이 아니라 촛불집회 시기에 만들어진 카페들이다보니 촛불집회가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카페를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일루 씨도 비슷한 어려움을 털어놨다. “레몬테라스 같은 카페의 경우 원래 살림살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카페였기 때문에 촛불 이후에도 카페가 운영이 된다. 하지만 촛불유모차의 경우 오프라인 모임을 하려고 해도 같이 참여할 행사가 없어서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촛불이 남긴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일루 씨는 “오늘 토론장에 오늘 길에 지역난방공사인지 하는 곳의 민영화를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봤다. 1년 전이었다면 공사의 제밥그릇 챙기기,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생각했을 텐데 이제 생각이 달라졌다. 우리집 난방비가 올라간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라며 촛불을 통해 정치가 실제 생활과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토론회 장 밖에서 열린 촛불물품전시회를 보고 있는 시민들/참여연대

박영선 참여연대 기획위원장도 일루 씨와 같은 지점에서 촛불의 긍정적인 면을 지적했다. 박영선 위원장은 “사람들은 촛불이 87년 6월 항쟁이 남긴 직선제가 4.19가 남긴 이승만 대통령 하야 같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남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386세대라는 별칭에 대해 동의하지는 않지만) 386세대가 한국사회에 일정한 변화를 이뤄냈던 것처럼 촛불소녀들이 성년이 되었을 때 우리 시민사회는 훨씬 건강해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쥐니 씨는 “어떤 사람들은 촛불이 꺼졌다고 이야기하는데 노원지역의 촛불, 더 나아가서 전국의 지역촛불들은 꺼진 적이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제가 활동하는 노원지역만 해도 오늘로 촛불 문화제를 연지 300일이 되었다’며 지역에서는 꾸준하게 이명박 정부 정책의 잘못 등에 대해 알리는 노력들을 계속해왔다고 말했다.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작년 촛불집회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활동한 전자적 대중들과 시민단체 혹은 노조와의 괴라라는 것이 너무나 뚜렷하게 드러난 것이 한계”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경우 제도화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새롭게 탄생한 전자적 대중들이 무엇을 열망하고 추구하는지 놓친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조대엽 교수는 그러나  IMF위기 이후 잊고 살았던 민주주의를 촛불을 통해 회복했다는 점에 의의를 두었다. 단지 미시 민주주의의의 과제들을 해결해나가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며 진보 시민단체든 보수 시민단체든 ‘합리화, 개방화, 유연화’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실장은 촛불이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은 당시 촛불이 가지고 있는 불가피한 한계였다고 말했다. “너무나도 다양한 욕구들이 분출되었고 고양국면에서도 쇠퇴국면에서도 잘 갖춰진 조직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정부가 촛불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수가 높았을 때는 의료민영화나 등의 카드를 철회했다가 촛불의 기세가 수그러들고나서야 민영화 카드 등을 다시 빼든 점도 지적했다. 오건호 실장은 현 정부의 정책의 위험성이 어디까지 와있느냐에 대해서는 모두 알고 있을 것이라며 오히려 질문은 왜 시민들이 폭발하지 않느냐에 대해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시민사회나 진보적 대중운동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정태인 성공회대 NGO대학원 겸임교수는 최근 지식인들이 보여주고 있는 촛불에 대한 의식적인 거리두기가 역사읽기, 또는 ‘역사의 해석이 아닌 실천’으로서는 실패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태인 교수는 춧불집회가 중산층 운동이었고 비정규직 등 사회 하층을 배제했으며 정치방침이 부재했던 것은 사실이만 이것은 역사의 한계이며 현재의 역사가 극복해 내야 할 과제인 동시에 현재의 경제위기 속에서 극복될 것이 확실한 실천들이라고 말했다. 또 경제위기와 이를 빌미로 한 정부의 탄압은 중산층인 시민들의 참여를 대폭 막을 것이지만 촛불의 기억은 언젠가 시민들을 다시 불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보수단체쪽 시민들 20여명은 토론회 중간에 발언권을 요구하며 난동을 피웠다. 이들은 또 이 모습을 찍고 있던 여성의 머리채를 잡아 뒤로 젖히는 등 폭력을 행사해 토론회가 10여분간 중단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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