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연구소 학술행사 2012-04-16   4784

[4월포럼] ‘4.11 총선과 한국 정치 변동’ 개최

[참여사회연구소 4월 포럼]

 

 

‘4.11 총선과 한국 정치 변동’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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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는 4월 13일 오후 2시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4.11 총선과 한국 정치 변동’이란 제목으로 4.11 총선 결과를 톺아보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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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 문제는 ‘혁신’ 없는 ‘통합’

 

고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4.11 총선 결과와 한국 정치 지형의 변화’ 란 주제로 첫 번째 발표를 한 고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선거 이후 쏟아지는 평가들이 단편적이고 정교하지 못하다는 점을 우선 지적하였다. 민주당의 경우  공천문제, 김용민 막말파동에 대한 안이한 대처, 과도한 정권심판론 의존 등에 대한 비판 이전에 ‘혁신’ 없는 ‘통합’이 문제였는데, 이 점을 간과하였다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의 지지율 흡수, 한나라당의 지지율 하락으로 발생한 수평효과 등 민주통합당의 지지율 상승이 상당부분 착시현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발동된 민주통합당의 오만과, 이를 저지하고 비판할 동력인 시민운동진영과 지식인들이 선거판에 직접 뛰어들어 적절히 견제하지 못했다는 점을 중요한 실패 요인으로 지적했다.

 

또한 보수층의 빠른 쇄신 움직임과 강한 결속에 반해, 통합이 마치 혁신인 것처럼 눈가림했던 민주통합당의 잘못된 노선에 대해 엄격한 평가가 하루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빅 텐트론=야권단일정당론=민주진보통합정당론은 주장한 본인들 스스로 실현할 의사도, 능력도 없는 목표를 들이밀어 야권진영을 혼란에 빠트려 긴 시간을 허비하고 ‘먹튀’해 버린 사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민주당의 패배를 정권심판에만 의존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견해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심판 선거를 하지 못한 점이 오히려 문제였다고 지적하면서 통합담론이 아닌 좀 더 크고 새로운 혁신과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40세대 갈등 밑에 숨은 계급갈등을 포착했어야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4.11 총선 투표결과 실증분석과 그 함의’ 발제를 통해 2010년~2011년 선거를 통해 부각된 2040세대갈등 문제 이면에 계층·계급갈등이 중첩되어 나타났으며 이는 이번선거 뿐만 아니라 대선까지도 영향을 미칠 의미 있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2040세대를 대상으로 한 일련의 여론조사 결과들에 따르면 경제적 지위를 상·중·하로 구분했을 때 중산층은 진보적이고 하위층이 보수적이라는 전통적인 통계와는 달리, 하위층으로 갈수록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정치적 이념성향에서 진보적 경향이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서 호남지지층 이외에도 이념적 기반과 계층적 기반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세대문제의 기저에 깔린 계층적 문제를 외면한 채 선거를 단순히 젊은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문화이벤트로 전락시켰고, 결과적으로 그런 대응이 총선 결과에 반영되었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SNS 영향력이 시들해졌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SNS를 통해 응집되고 증폭될 만한 동기와 이슈가 부재한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번 총선이 이념·가치없는 진영대결, 이슈가 실종된 선거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 지방선거, 서울시장선거 등에서 드러났던 무상급식 이슈처럼 보수층 내에서도 ‘아이들 밥주는 걸로 이러면 안된다’는 식의 반응을 얻어낼 수 있는 균열축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향후 대선에서는 다양한 의제의 나열이 아니라, 하나로 모아낼 수 있는 집중적 가치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 가치를 넘어선 진보적 가치로

 

김승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김승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노동운동계의 4.11 총선 대응과 평가’ 발제를 통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총선대응을 평가했다. 한국노총은 독자적 정당건설을 통한 정치세력화 실패 이후 정당과의 정책연대를 통한 이해관계 관철 구조를 모색해왔으며 이번 총선에서는 민주통합당에 조직적으로 참여했다. 이러한 총선 대응전략의 배경에는 현 정권하에서 사회양극화, 비정규직과 빈곤층 문제 해결에 한국노총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나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그 이유로 한국노총 출신인 2명의 비례대표후보가 당선되긴 했으나 이들이 한국노총을 대표할 수 있는지 의문이며, 무엇보다 만만치 않은 한국노총 내부의 정치적 역학관계를 지적했다.

 

한편 ‘통합진보당의 원내교섭단체 확보’외에 별다른 선거 전략이 없었던 민주노총의 총선대응도 마찬가지로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특히 노동밀집지역에서의 패배는 뼈아픈 실패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총선방침을 만드는 과정에서 조직 내부의견을 통합적으로 조정하고 조율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했고, 장기적으로는 노동의 가치뿐만 아니라 포괄적인 진보적 가치에 대한 조합원의 교양과 이해의 범위와 깊이를 증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정치운동, 민주통합당 한계와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민영 99% 국회점령 프로젝트 멤버김민영 99% 국회점령프로젝트 멤버는 ‘시민정치운동 성과와 한계’라는 주제로 ‘희망과 대안’, ‘내가꿈꾸는나라(이하 내꿈나라)’, ‘혁신과통합’, ‘99% 국회점령프로젝트’ 등 시민정치운동의 다양한 시도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발제자는 서울시장 선거 이후 ‘내꿈나라’를 중심으로 혁신과 통합에 참여했던 시민사회인사들이 민주통합당 입당을 통해 선거에 직접 출마함에 따라 정당 바깥의 시민정치운동의 동력이 현저히 축소되었고, 일정한 경쟁관계라 할 수 있는 진보정당들 역시 극도의 지지율 저하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민주진보진영 내에서 민주통합당 독주체제가 되면서 민주통합당의 본격적인 문제가 드러나는 배경과 원인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이와 더불어 민주통합당은 공천과정에서 원칙부재, 혁신의 실종으로 파행을 겪었으며 MB정권의 적폐청산,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민생문제 등 핵심적 아젠다에 대한 부각에 실패하면서 총선의 패배를 자초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내꿈나라’ 외에도 ‘99% 국회점령프로젝트’, ‘민주당 X맨 솎아내기’ 등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들 또한 현실적 한계에 부딪혀 성과도 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특권세력의 극복과 사회적 정의실현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엄연하고, 이를 정치의 혁신과 시민들의 주인된 참여를 만들어가는 정치사회적 운동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할 때, 시민정치운동은 여전히 유효한 과제며 굳건한 뿌리를 갖는 대중적 정치운동으로 성장하기 위해 실패를 냉정히 평가하고 동력을 추스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들, 수년간 집중해온 의제들 쟁점화하는데 한계드러내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마지막 발제자인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2012 총선유권자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은 ‘시민사회의 총선 대응과 평가’ 발제를 통해 2012 총선유권자네트워크(이하 총선넷) 활동을 평가했다. 총선넷은 지난 2월에 출범해 이번 총선을 ‘기억, 약속, 심판’의 장으로 만들기 위한 심판운동과 약속운동, 투표참여운동을 진행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총선넷이 발표한 최종 139명의 심판대상 중 60명(43%)이 낙선했고, 55명의 3회 이상 심판명단 중복선정자 중 12명(27%), 10명의 집중낙선대상자 중 3명(30%) 정도만 낙선하는 등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물론 총선넷의 경우 낙선율에 집중하기 보다는 4대강, 한미FTA 등 기존에 해오던 이슈들을 쟁점화하고 부각시키고자 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낙선연대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할지라도 쟁점화나 의제 부각 측면에서도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정권심판론에 기대어 정책쟁점을 부각시키는데 소홀하거나 이를 회피한 야권연대의 정책적 한계도 있지만 가장 큰 한계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수년간 한미FTA, 4대강, 비정규직 차별·정리해고, 반값등록금, 검찰개혁 등 다양한 사회적 의제들을 정치적 쟁점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19대 총선의 핵심쟁점으로 끌어올리는데 실패한 시민단체의 역량부족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총선넷의 33대 정책과제에 대한 약속운동에 동참한 후보 중 당선자들의 약속을 씨앗으로 삼아 소속 연대기구별로 국회 개혁입법 추진을 위한 초정파적인 의원모임을 구성하고 확장함으로써 19대 국회에서 민생개혁과제들을 관철하기 위한 새로운 유권자 운동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총선에서 다시금 확인된 선거제도의 문제점들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를테면 정당투표에 의한 비례대표 의석 대폭 확대,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유권자 표현의 자유를 온전히 보장하는 방향으로 선거법 개정, 투표시간과 방법개선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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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발제자들의 발제가 끝난 후 이어진 2부에서는 각 발제자들과 플로어에 질의응답으로 이어졌다. 사회자인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첫 번째 질문으로 이번 선거를 여야의 승패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데 과연 이 프레임이 적절한지, 어떤 기준으로 실패라고 말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김민영 발표자는 “18대 야당의원들이 개혁을 끌어낼만한 활동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19대에서는 한두 명이라도 개혁을 끝까지 밀어붙일 후보를 갖고 싶었으나 그것이 좌절되었다는 점에서 실패”라고 평가했다. 고원 교수는 “18대에 140석을 얻었다면 대단한 승리였을 것이나 지금 비통해 하는 이유는 민심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귀영 연구위원은 “아무리 화장발이라고 해도 새누리당은 진화했다고 보여지는 반면, 진보진영이 노무현 정부를 넘어섰는지는 의문이며 선거결과와 상관없이 이슈가 실종되었다는 점,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폭발력을 가질 수 있었으나 그러지 못했다는 점 등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제주해군기지 문제나 천안함 진실 규명 등의 문제 해결이 뒤로 미뤄진 점이 아쉽긴 하지만, 지금의 민주통합당이 정권을 잡는 들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자는 현재의 조건 안에서 19대 국회를 어떻게 이끌어 나가고 대선은 어떻게 치러야 할지에 대해 물었다.

 

고원 교수는 11월 대선을 승리하기 위해서는 자기 쇄신의 동력을 복원시키고, 특권 대 반특권 구도를 살려내 대선에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이태호 처장은 박근혜의 새누리당 쇄신 노력에 대해서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새누리당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개혁적인 의제를 제기하고 노력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민영 발제자는 이번 대선에서는 서울시장 선거 때처럼 보통사람들이 자기 주변사람들에게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이슈와 메시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느냐가 관전포인트가 될 것 이라고 예측했다. 김승호 부소장은 민주당을 지지했던 강원도가 왜 한나라당을 지지하게 됐는지 천착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귀영 연구위원은 야권이 결집해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결집에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이긴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서울시장선거에서 무상급식 이슈는 알파였는데, 그 이슈를 제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3시간 넘게 진행된 이번 포럼에서는 새누리당의 쇄신과 야권연대 등 정치권의 대응 뿐 아니라 양대 노총을 비롯한 노동계, 총선넷 등 시민운동조직과 기존의 시민운동조직이 포괄하지 못했던 영역에서 시도되었던 다양한 시민정치운동의 실험 등 유권자들의 선거에 영향을 미쳤던 시민사회의 다양한 활동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으며, 무엇보다 민주통합당의 기대에 못 미치는 선거 결과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세대와 계급, 지역 투표 결과에 대한 분석적인 평가는 이후 대선 국면에서 어떤 대응이 필요한지를 모색하는 데 큰 시사점을 제공하였는데, 이는 모든 발표자들이 ‘아직 선거는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던 것과 상통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변화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기대, 정치 참여의 의지는 아직 포기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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