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연구소 학술행사 2014-11-12   5363

[공개토론회] ‘새정치민주연합의 위기, 미래는 있는가’

새정치민주연합의 미래와 정치개혁의 과제 

[공개토론회] 새정치민주연합의 위기, 미래는 있는가

 

 

“토론회 초반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이 가치도 이념도 없는, 거의 해체해야할 정당으로 평가하다가, 후반부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을 어떻게 살릴 것이냐는 논의로 모아진 것 같아서 당황스럽기도 하다.” 

 

사회를 맡은 윤홍식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꺼낸 말이다. 아마도 많은 시민들이 이와 같은 발언에 공감할 것이다. 민주당,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민주통합당, 새정치민주연합. 지난 10년 동안 현 제1야당이 혁신과 재탄생을 외치며 바꿔온 이름들이다. 과연 이것이 개선의 과정이었는가? 최근 세월호 참사에 대응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모습은 개선은커녕 개악을 거듭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끝내 창당하지 못한 전례나 진보정당들의 분열과 몰락은 범진보진영에서 새로운 대안정당을 건설하려는 시도나 전망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에서 지난 11월 12일 ‘새정치민주연합위 위기, 미래는 있는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위기는 단순히 한 정당 또는 제1야당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민주권, 공공의 이익,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공화적 질서의 붕괴와도 맞닿아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운동정치적 모델이 정당 기반 약화시켜

 

참석자들은 예외없이 새정치민주연합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고 진단했는데, 그 원인에 대해서는 다소 다르게 접근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새정치민주연합이 2004년 열린우리당 시기 치렀던 17대 총선 이후 효용이 다한 운동정치적 모델을 고수했고, 이러한 잘못된 전략적 선택을 반복하면서 현재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고 보았다. 이 운동정치적 모델은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국민경선제를 통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 사태를 겪으면서 체득한 것으로 17대 총선까지는 효과가 있었지만 이후로는 그렇지 않았다. 반면 정당의 기반이자 풀뿌리 조직인 지구당은 열린우리당 이후 크게 취약해졌다. 덧붙여 여당에 비해 선거에 쟁점이 될 만한 의제를 발굴해내지도 못했다. 이러한 이유로 결국 두 번의 총선과 대선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김수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처한 위기의 본질은 정당이 갖추어야 할 정체성이나 집합적 가치를 마련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기본적으로 정당활동에 가담하거나 지지하는 사람들은 가치와 이해관계라는 두 축, 즉 명분과 실리에 따라 움직이게 되는데, 열린우리당에서부터 새정치민주연합에 이르기까지 정당의 핵심적인 가치가 무엇인지도 불분명하고, 당의 정체성도 전혀 확립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이러한 문제점은 오히려 새누리당을 보면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1990년 3당 합당을 통해서 지금 새누리당의 모체 정당이 탄생했는데, 이들은 공화당부터 민정당까지 이어져 온 바닥의 조직력을 승계했다. 그리고 2002년 대선 패배와 2004년 탄핵 이후 총선 패배를 거치면서 영남 지역주의를 발판으로 친미·보수라는 이념적 정체성을 공고히 했고, 당조직의 강화, 보수 성향의 언론과 시민사회단체로부터의 지지 획득 등 자신들의 확고한 영역을 구축했다.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안제시를 못하는 정당

 

그럼 위기를 극복할 방안은 있을까. 정태석 전북대학교 교수는 우리사회에 가장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저출산, 양육과 교육 부담, 고령화 등 사회경제적 문제나 핵발전소, 세월호 참사와 같은 각종 재난 위험에 대한 불안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이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지적했다. 진보성향의 20, 30, 40대의 사회경제적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정책적 대안과 비전을 제시한다면 제 1야당으로서 승산이 있음에도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러한 대안과 비전을 제시할만한 능력과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 대체로 회의적인 의견이었다. 김윤철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내부에 능력이 없다면 외부로부터 충원을 해야 하는데 이것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철희 소장은 현재의 위기가 새정치민주연합에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라 진보진영 전체가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개헌 논의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김수진 교수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개헌 논의는 굉장히 위험하다고 주장하면서, 표면적으로는 이원집정부제를 얘기하고 있지만 1990년에 보수정치세력이 3당 합당하면서 보수 장기집권체제의 막을 열고자 했던 시도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았다. 그동안 이들이 구축한 당조직, 보수 언론 및 시민사회단체의 지지를 고려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새정치민주연합의 상당수가 이러한 논의에 부화뇌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철희 소장도 범진보진영에서 개헌이나 새정치민주연합내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 대해서 방관하고 있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내부 개혁 없이 오픈프라이머리가 도입되고 개헌이 된다면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앞으로 당 혁신은 거의 불가능해진다. 김윤철 교수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과 회의가 깊어지고 있는 마당에 최근 오픈프라이머리를 내놓은 것에 대해서 “맛없는 식당이라고 찍힌 식당이 문을 활짝 열어놓는다고 손님이 과연 오겠느냐”고 힐난하기도 했다. 

 

범야-시민사회 함께 고민해야

 

정태석 교수도 선거제도를 바꿔야 당을 바꿀 수 있고, 당을 바꿔야 선거제도를 바꿀 수 있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개헌 논의에 대해서도 정치권에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가 나서서 밑으로부터 압력을 가해 정당이 받아들이게 하는 경로가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다른 발제자들도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면 우회적인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수진 교수는 새정치민주연합을 혁신하려면 그 동력의 중심축을 당 외부에 두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보았다. 기존의 당내 계파정치 등에서 자유로운 진보적 지식인, 시민사회세력이 제시하는 혁신방안을 당 내부조직이 실현해 나가는 방향이 그나마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이철희 소장은 이와 같은 방식에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 회의감을 표시했다. 결국 당 밖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을 위한 좋은 프로그램을 마련해 와도 이를 관철시킬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정치관계법(공직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이나 노동관계법(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 개정을 통해 시민사회에서의 정치활동을 활성화시키고, 새로운 정치세력의 진입장벽을 낮추며,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꾀하는 방식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윤철 교수도 개별 정당 차원이 아니라 범진보 나아가 시민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권자 운동의 일환으로 선거구 조정을 포함한 선거제도나 시민들의 삶과 연결된 민생문제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 결정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결국 새정치민주연합으로의 결집이 아니라, ‘경제민주화 실현과 민생회복을 위한 원탁협의체 및 범정당-시민실천단’과 같은 형태의 ‘범야 세력화’를 주문했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윤홍식 교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을 추동할 수 있는 시민사회의 관심 또한 과거처럼 높지 못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적인 고민과 모색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이 날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참여사회연구소 토론회

새정치민주연합 중심의 야권집결 아닌, 협의체 형태의 ‘빅리그’ 고민해야

참여사회연구소, 《시민과 세계》특집 공개토론회

‘새정치민주연합의 위기, 미래는 있는가’ 개최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소장 홍윤기)는 오늘(11/12, (수)) 오후 1시 30분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시민과 세계》 특집 공개토론회 ‘새정치민주연합의 위기, 미래는 있는가’를 개최했다. 세월호특별법의 제정 과정과 전국동시지방선거 등 정치적 주요 국면마다 거대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게 야권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집중되어 왔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제1야당으로서의 책무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정치적 무력함과 리더십 부재로 야당을 지지하는 시민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주었다. 이번 토론회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역사와 성격, 구조적 특징과 지지기반 등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비판적으로 진단하고, 향후 야권의 전망과 정치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되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새정치민주연합이 2002년 대선 국면의 국민경선제에서부터 운동정치의 흐름이 강화되어가면서, 그 여파로 정당이 약화되어 ‘카르텔 조직’으로 전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민주시대의 주역들이 복지시대를 열겠다는 식의 인적 구도, 즉 인적 쇄신의 부재가 대중의 정서적 기대를 고양시키는 데 실패했고, 정치적·도덕적 찬반 프레임에 안주함으로써 유권자의 변화된 이해와 요구에 조응하는 데에도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현재의 위기는 민주화 이후 새로운 ‘시대담론’과 그에 따른 ‘승리전략’이 없다는 구조적 위기라고 분석했다. 구체적 정책과 어젠더(의제)로 진보성을 표출하면서 이를 구현할 새로운 인물의 발굴과 리더십의 형성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는 열린우리당의 실패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로운 집합적 가치나 정체성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새누리당이 현존 최장수 정당으로서 2004년 이래 보수주의 색채를 강화, 집합적 정체성의 이념적 기반을 확립하면서 사회 내에 광범위한 지지 세력을 구축한 반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내부의 리더십 결여를 보완하기 위해 정당 밖에서 안철수, 박원순 등 무수한 인물이 가세했음에도 이들을 화학적으로 결합시킬 공동가치의 부재로 평당원과 지지세력의 확산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정치민주연합 내의 집합적 가치와 정당의 공식적 목표의 대표성을 통해 정통성을 확보한 리더십을 형성함과 동시에, 공격적 정책 제안과 조직 동원으로 지지기반을 확충하는 환경장악형 조직으로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태석 전북대 교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위기는 한국사회의 변화 및 정치적 지지구조의 변화에도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민주화 투쟁과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신자유주의가 심화되고, 경제적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는 가운데 민주주의의 후퇴와 사회적 양극화, 그리고 세월호 참사는 사회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젊은 세대의 사회적 욕구나 경제적 부담을 해결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비전도, 각종 참사·재난 등으로 불안해하는 시민들에게 제시할 안전사회에 대한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회변화 속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중도개혁적, 진보적 성향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복지와 개혁에 대한 확고한 원칙 없이 여당에 대한 비판과 비난에만 의존하는 ‘반사이익 정치’로는 지지층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부동층을 흡수하지도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의 위기가 단순한 일시적 지지율의 정체가 아니라며 그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새정치민주연합은 2005년 이후 약 10년에 걸쳐 20%대 지지율이 장기 지속되고 있으며, 지금은 그마저도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새정치민주연합을 혁신하는 것과 새누리당(보수)을 혁신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나은가”라는 질문이 나올 정도라는 것이다. 이는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 이후 야권연대나 통합의 유효성 약화가 확인되면서, 더 이상 야권의 지지자들에게 ‘승리전망’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그와 더불어 현재의 위기 극복은 단순히 새정치민주연합 개별 정당 차원에서가 아니라, 범야권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권이 새정치민주연합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기존의 ‘빅텐트’가 아니라, 경제민주화나 민생회복 등을 위한 정당과 시민들의 협의체와 같은 ‘범야권 세력화’, 즉 ‘빅리그’의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홍식 교수(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는 발표자들의 발표 이후 앞으로의 정치적 양당구도 재편과 진보진영의 재구성, 시민사회 입장에서의 대안 등을 토론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이 날 토론회에서 발표된 자세한 내용들은 참여사회연구소가 발간하는《시민과 세계》26호(2015년 1월 발간 예정)에 수록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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