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539] 청도대남병원 국유화하고 ‘사회적 감금’을 중단하자

청도대남병원 국유화하고 ‘사회적 감금’을 중단하자

코로나19 사태로 본 공공의료와 일차보건의료체계의 개선 방향

 

정형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신음하고 있다. 한국은 비교적 초기방역을 잘하고, 대구경북지역에서 벌어진 대규모감염사태를 제외하면 진단검사를 적극적으로 실시한 덕에 지금에 와서는 세계적인 모범대응국가가 되고 있다. 때문에 불과 한 달 전 대구에서 병상이 부족해 집에서 사망하고, 경증확진자도 자가격리되다 ‘생활치료시설’로 배치하는 문제들도 대수롭지 않게 다뤄진다. 특히 높은 공공의료체계의 유럽 국가들이 속수무책으로 코로나19 감염 사태에 무너지자, 공공의료강화에 대한 주장도 퇴색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말 한국이 방역만 잘하면 작금의 공공의료수준과 일차보건의료체계로 끝까지 선방할 수 있을까?

우선, 유럽국가의 감염병 대응체계 붕괴는 공공의료체계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니다. 이태리, 스페인 등 남부유럽 국가들은 초기 진단을 통해 격리하는 방역을 시행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 수십 년간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험성을 경고한 전문가들이 있었지만,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 신종감염질환이 유럽국가에서는 거의 피해를 일으키지 못했고, 이는 방역대비에 대한 체감능력을 저하시켰다. 이 와중에 그동안 유지하던 중환자진료시설과 의료인력들의 축소가 이루어졌다. 남부유럽은 2013년경 발생한 경제위기의 타격이 특히 공공의료예산 축소와 병상축소에 영향을 줬다. 결국 안이한 방역체계로 이들 국가의 공공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없는 감염병 타격을 받게 되고, 이는 순차적으로 병원까지 오염시키고, 의료진 감염까지 발생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여기서 얻어야 할 교훈은 현재 조기진단과 격리를 통한 방역과 함께 향후 환자들이 대량으로 발생할 것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선 병원과 의료진 감염을 막고, 우리 의료체계가 감당가능한 수준의 감염수준을 유지해야 한는게 전제다. 그렇다면 우리가 감당 가능한 감염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우선 대구경북의 확진자가 7000여 명인 현재 한국은 이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른 지역으로 중환자가 이송되고, 타 지역 의료인력이 대구경북을 구원하여 겨우 치료를 해내는 수준이다. 특히 최근 대구경북지역의 중환자진료에도 적신호가 커졌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즉 한국의 치료대응능력은 방역능력과 달리 매우 낮은 수준이다. 물론 그 배경은 여전히 낮은 수준의 공공의료인프라다. 대구경북에서도 공공병상이 없어 민간에서 조달한 대구동산병원이 확진자 진료를 하고 있고, 이제는 중환자까지 맡아서 진료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의 의료체계붕괴를 보고 상대적으로 안도하기에는 너무나 이르지 않은가?

 

또한 코로나19는 노령층, 기저질환자가 특히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취약계층과 노인들이 경제적문제와 더불어 생물학적 문제에서도 가장 위험에 노출된다. 특히 노인과 기저질환자들이 모여있는 요양원, 요양병원, 정신병원등은 사회적 거리두기까지 실천하기 어려워 수많은 감염자가 발생하는 끔찍한 시설이 되고 있다. 이태리, 스페인등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는 남부유럽에서도 요양원에서 방치된 노인들의 사망사고까지 언론에 보도되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확진이 밝혀지는 집단감염사례가 대체로 요양병원, 요양원 들이다. 이들 문제는 우리도 유럽국가보다 노령화가 덜 진행되었다는 점 빼고는 다르지 않다. 그런데 심각성은 다른 곳에 있다.

 

이들 유럽국가들은 주치의제를 위시한 일차보건의료체계로 실제 사회적 입원등으로 시설에 입소해 있는 사람이 매우 적은 나라다. 대표적으로 이태리는 정신질환자의 탈시설화를 가장 먼저 이룬 나라다. 이들 국가의 노인연금 및 복지는 우리와 비교가 되지 않는 높은 수준이다.(한국의 노인빈곤율은 OECD 최고임) 개별 주거환경을 공급하고, 넉넉한 연금을 제공하기 때문에 독립생활을 유지하는 동안은 지역사회에서 정신질환자, 노인, 장애인이 공존한다. 하지만 한국은 어떠한가? 지역사회에서 기본적인 복지인프라도 취약하고, 일차보건의료체계는 아예 존재하지조차 않는다. 때문에 노령화 지수에 비해 요양병원의 병상, 요양원의 수요가 늘고 있고, 아직도 정신병원에 수많은 정신질환자가 강금되어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환경에 있는 시설수용자들이 새로운 감염 클러스터가 될 위험성이 가장 높은 나라가 다름 아닌 한국이다.

 

따라서 지금 주요 선진국보다 코로나19에 선방하고 있다고 만족만 하고 있을 때가 전혀 아니다. 방역체계를 잘 운영해도, 취약점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남는다. 의료인프라가 거의 붕괴된 북한은 국경을 걸어잠궜다. 이런 식의 봉쇄전략은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엄청난 내핍을 강요하고 고립을 자초하는 길이다. 최소한의 정치사회적 운영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공공의료인프라가 작동되어야 완화전략도 작동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대안을 마련하면 된다는 이야기는 대유행(팬데믹)시기에 한가한 주장이다.

 

우선 대구동산병원과 같이 민간의료기관이지만, 공공에서 감염병 대응에 사용하는 병원을 즉각 공공화하자. 비워있는 부산침례병원, 청도대남병원도 국유화하자. 그리고 수도권이나 다른 지역도 유럽의 경우를 교훈삼아 인구대비로 지역별로 공공적으로 사용가능한 병상을 확보하고 부족하다면 공공병원화 하자.

 

다음으로 밀집시설의 탈시설화를 시작하자. 요양원, 요양병원의 사회적 입원과 사회적 감금을 중단하자. 이를 위해서는 일차보건의료체계와 지역복지체계가 필요하다. 돌봄과 의료를 연계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방안이 즉각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주치의제를 위시한 일차보건의료제도로 방문진료와 환자등록제를 기반해 지역사회 진료체계를 마련하자. 그래야 정신질환자, 기저질환자, 노인들에 대한 의료서비스 결핍으로 시설과 사회적입원을 하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사실 일차의료체계가 잘되어 있는 유럽국가들은 자신감을 가지고 코로나19 감염병에 대응하려다 지금 큰 고생을 하고 있고, 한국은 일차의료체계가 없다 보니 방역과 진단에 집중한 측면이 있다. 지금 한국이 잘하고 있다고, 감염질환이 더 확산된 다음에도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지금 당장 일차보건의료체계와 공공의료 강화를 시작하지 않는다면, 코로나19 감염병의 다음 피크나 다른 감염병질환의 창궐 때 우리도 속수무책일 수 있다. 큰 실수는 굵은 밧줄처럼 여러 겹의 섬유로 만들어진다. 지금은 만족할 때가 아니고, 수많은 실수들을 수정해야 할 시기이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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