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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정치시평
  • 2021.04.30
  • 455

경쟁력 없다며 지역대학 퇴출, 당연한 걸까?

지역 대학 살리기와 대학 무상교육

 

정태석 전북대 교수

 

 

 

대학입시 경쟁체제와 학령인구 감소

 

한국 사회에서는 그동안 자식 키우는 부모들의 관심이 자녀의 공부와 성적으로 점점 쏠려가면서, 대학입시가 국가적 과업이자 학생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일이 되었다. 대학 서열 체제가 강고하게 자리 잡으면서 학생들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교에 다니는 동안 학생은 물론이고 그 부모들도 늘 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려왔다. 대학 학벌이 신분이 되어 평생을 따라다니게 되면서, 사람들을 비교하는 기준이 된 학벌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열등감을 심어주었다. 또 학벌이 직업과 소득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성적과 학벌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졌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상위권 대학에 보내려는 부모의 마음은 사교육 투자 경쟁으로 나타났고,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킬 형편이 못 되는 부모들은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처럼 자식을 키우는 일은 돈이 많이 드는 일이었고, 교육 경쟁 속에서 부모들은 이런저런 스트레스와 마음의 상처도 감당해야 했다. 이런 부모의 삶을 알기에, 그리고 스스로 입시경쟁으로 힘들게 살아왔기에, 지금 청년들은 결혼 후에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을 주저하고 있다. 자식을 키우기도 힘들고, 자식이 잘살기를 기대하기도 힘든 나라에서,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많이 낳아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이러한 현실이 출산율 감소의 중요한 한 원인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대학입시 스트레스, 사교육비 등 커지는 자녀교육 부담이 결국 저출산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대학의 존립 위기로 돌아온 것이다. 

 

최근 한국사회의 출산율 감소는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2000년에 1.48을 기록했던 합계출산율이 2020년에는 0.84까지 떨어졌다. 그 사이 출생아 수는 64만여 명에서 27만2000여 명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2021년은 출산율 감소로 대학이 학령인구감소라는 구조적 위기를 실감하는 해가 되었다.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들이 속출했고, 책임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2018년 기준으로 대학 입학 정원은 49만 7,218명이었는데, 학령인구는 2019년 59만4278명에서 2020년 51만1707명으로, 그리고 2021년 47만6259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런 추세는 지속되어 2024년에는 학령인구가 43만 385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학령인구 전체가 대학진학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학 정원을 모두 채우는 것은 이제 더더욱 불가능한 현실이 되었다. 장기적인 추계 수치를 보면, 2025년 이후 입학 가능 자원은 약 40만 명 내외이다. 10만 명 이상의 정원을 줄이지 않으면, 대학이 정원을 채우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단순하게 산술적으로만 보면, 앞으로 이러한 상황은 더 심화할 것이며,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많은 대학이 계속 사라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위기 영향의 지역 간 차이와 위기 대응의 실패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감소가 구조적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현실은 그동안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순으로 실감해왔다. 그런데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오래전부터 대학의 구조적 위기를 예견하고 또 경고해왔지만, 그동안 국공립대학들이나 수도권 사립대학들은 닥쳐올 위기를 당장의 자기 문제로 여기지 않으면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고, 정부(교육부)도 적극적인 정책적 개입을 하기보다는, 경쟁 논리에 기댄 획일적인 대학평가를 통해 힘없는 비수도권 사립대학들의 고사를 유도하는 정책을 지속해왔다. 이런 가운데 급기야 올해에 학령인구가 대학입학 정원보다 2만 명 넘게 모자라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몇몇 비수도권 지역사립대학들에서 큰 폭의 정원미달을 겪게 된 것이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교육부의 사실상의 방임정책을 비판하며 대학 재정지원을 촉구하는 한국사립대학교수연합회의 성명서가 발표되었고, 대학무상교육과 지역대학 살리기를 촉구한 전국교수노조의 기자회견도 이루어졌다. 신문과 방송 등에서도 대학 존립 위기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계속 나오고 있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들도 줄을 잇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대학의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는 목소리에서 수도권 대학들과 비수도권 지역사립대학들 사이에 온도 차가 크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 구조적 위기가 지역에 따라 차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수도권 중심의 대학 서열 체제가 고착된 현실에서, 학령인구 감소는 서울 및 수도권 대학, 4년제 대학으로의 입학생 쏠림 현상을 심화하여, 자연스럽게 비수도권 지역대학들, 전문대학들부터 고사 위기에 빠뜨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이런 지역대학의 위기가 어렵지 않게 예견되는 동안에도, 많은 사학법인들은 장기적인 구조개혁을 모색하기보다는, 국회의원이나 교육부 관료들에게 로비를 하면서 개별적으로 대학평가 등급을 관리하는 데 정성을 쏟으며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는 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왔다는 점이다. 게다가 학과통폐합 등 일방적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 대응의 부담을 일부 교수들에게 전가하고, 대학의 개혁과 혁신을 요구하는 교수들의 목소리를 억누르려는 태도를 보이면서 교수들과의 분쟁도 끊이지 않았다. 이것은 교수들이 구조개혁에 자발적으로 동참할 동기를 억누르는 결과를 낳았기도 했다. 

 

대학교육이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여 대학을 살리려면 먼저 열악한 대학들을 위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는 방안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대학살리기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생각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은 한국 사회에는 대학들이 너무 많아서 좀 줄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역대학들을 퇴출시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생각들이 타당한 것일까? 

 

지금 대학의 구조적 위기는 대학의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난 현상과도 연관이 있는데, 여기에는 김영삼 정권에서 대학 설립 허가를 쉽게 한 정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대학졸업장을 가지기를 원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대학들은 설립 허가를 내주고 나서는 위기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정부의 태도가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에 상응하는 합리적인 정원 감축 정책을 추진하지 못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어차피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이에 따라 몇몇 대학들이 폐교되어야 할 상황이라면, 정부를 탓한다고 해서 해결책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 대학들, 비수도권 사립대학들의 폐교를 담담하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일까? 지역대학들이 사라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이 대목에서 우리는 엘리트 교육을 추구해온 그동안의 역사와 그 결과에 대해 성찰해보아야 한다. 대학교육은 양적으로 점차 확대되어왔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머리에는 대학이 소수 엘리트를 양성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강하게 남아있다. 하지만 이제 엘리트에게 모든 것을 맡겨두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물론 엘리트 교육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며, 이들의 역할은 여전히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키워진 엘리트들은 특권을 누리고 전문가의 이름으로 권력을 휘두르며 사적인 기득권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처럼 엘리트가 지식을 권력화해온 사적인 이해관계자들이었음이 드러난 현실에서, 이들이 공공선과 공공성에 부합하는 역할을 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게다가 대학 서열 체제는 지식-권력의 불평등, 그리고 이를 통한 부의 불평등을 강화하는 장치가 되어버렸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그래서 이제는 시민 대중들이 스스로 지식을 학습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주체가 되고 또 그렇게 키워져야 한다. 

 

특히 디지털 기술과 정보의 소통이 대중화된 지식기반사회 또는 지식정보사회, 인공지능을 비롯한 소위 4차 산업(공업)혁명의 영향이 일상 세계에 퍼져있는 시대에서는, 엘리트 중심 교육의 대중 중심 교육으로의 전환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디지털-네트워크 기술이 발달하며 지식-정보가 사회를 급속히 변화시키고 있는 시대에, 시민 대중들은 스스로 새로운 과학기술적 지식과 정보화의 사회적 영향을 이해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주체가 되어야 하며, 이에 따라 시민들의 지식 및 교양 수준을 높이는 것은 당연한 시대적 요구가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대수명이 길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청년들이 젊은 시절에 대학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개인들의 지적 수준과 시민의식을 고양할 뿐만 아니라 사회공동체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한국 사회의 청년들은 청소년기에 경쟁교육에 시달리면서 자신의 삶을 성찰하며 다양한 경험을 해볼 기회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은 우리 사회가 모든 청년에게 삶의 여유를 가지고 다양한 사회적 교류를 통해 삶을 경험하며 또 미래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때다. 물론 이런 기능을 전적으로 대학만이 담당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대학이 최적의 기관임은 틀림없다.

 

비수도권 지역대학 살리기와 대학 무상교육 

 

시대변화에 걸맞게 대학교육이 다양하게 확대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공감한다면, 이제 경쟁력을 앞세워 비수도권 지역대학들을 퇴출시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생각도 바꿔야 한다. 이들의 쇠락을 방치해도 좋다는 주장은, 수도권이 비대해지는 것을 당연시하면서 지역사회의 쇠락을 방치해도 좋다는 주장과 마찬가지로 부당하고 부적절하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지역을 살려야 하듯이, 지역 균형 교육을 위해 지역대학을 살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역 살리기는 '산업-일자리-교육-문화'를 총체적으로 살리려는 노력을 통해 가능하며, 이때 교육은 지역 살리기의 중요한 한 축이 된다. 비수도권 지역의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으로 한 번 유출되면, 지역으로 되돌아오기 힘들 뿐만 아니라 그만큼 지역에서의 인재 양성도 어려워진다. 이렇게 지역교육이 쇠락하고 지역의 교육 기반이 무너져버리면, 지역이 살아나기는 힘들어진다. 대학은 다양한 지역연계 활동들과 지역 인재의 활용을 통해 지역의 산업을 살리고 또 지역 생활공간을 살려 지역사회와 지역문화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중추이다. 그래서 지역사회를 살리려면 지역교육을 살려야 하며, 지역대학을 지역사회의 교육과 문화의 중심공간으로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이처럼 대학교육을 확대하고 지역대학을 살리는 것이 국가적 과제가 되어야 한다면, 이제 학령인구 감소의 구조적 위기 상황에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실 지금 한국의 사립대학들은 재정의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여 운영해 오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한동안 등록금 인상을 제한해온 상황에서 이제 신입생 충원율까지 하락했으니, 사립대학들은 등록금 수입의 대폭 감소로 대학 유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따라서 지역대학을 살리려면, 어떤 형태로든 정부가 정원미달에 따른 등록금 손실에 해당하는 재정지원을 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때 대학 무상교육의 확대는 등록금 지원의 방식으로 대학을 지원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대학 무상교육의 확대는 사회가 청년들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방안이기도 하고, 또 지역 인재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평등한 교육을 받고 자신의 잠재력을 키워 공평한 취업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학 무상교육의 확대는 기대와 달리, 수도권 대학으로의 학생 쏠림을 심화시켜 비수도권 지역대학의 생존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난점이 있다. 그래서 수도권 대학으로의 학생 쏠림을 막으려면, 우선 학령인구 감소 비율에 비례하는 균일한 대학별 정원 감축을 시행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비수도권 지역에 머물게 된 청년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지역대학을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할 때 비로소 대학 무상교육이 지역대학을 살리고 지역사회를 살리는 방안이 되고, 또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대학들의 공존과 공생을 가져올 방안이 될 것이다.

 

지역대학 살리기와 대학체계 개혁의 과제 

 

한편 대학 무상교육 확대를 통한 지역대학의 재정지원만으로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분명하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학생 수가 크게 줄어든 만큼 무상교육을 통한 재정지원만으로 위기에 대응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이 적정 규모의 학생 수를 유지할 수 있으려면, 통폐합을 통해 대학의 수를 줄이거나 새로운 교육수요를 창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개별대학 수준을 넘어서는 대학체계 전반의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역대학 살리기는 다음과 같은 과제들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첫째는 지역대학 존속을 위해 사회의 새로운 교육수요를 창출해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 과학기술 발전과 정보화의 영향으로 사회가 급변하는 시대에, 새로운 지식과 가치들을 습득하고 성찰하는 것은 시민들에게 일상적으로 필요한 일이 되었다. 다양한 지식과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 의미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또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민주시민이자 직업-기능인으로서 재교육, 평생교육, 시민-교양교육 등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지만, 이러한 잠재적 교육수요를 현실화하려는 정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임으로써 시민 대중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재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공공기관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사람들은 사회현실의 변화에 따른 재교육의 필요성이 크므로, 제도적으로 재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 종사자들에게 체계적인 재교육을 하여,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적절한 공공서비스의 개선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교사나 중간관리직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등에게 체계적, 주기적으로 재교육을 받을 기회와 시간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연수를 포함한 재교육의 제도화는, 한편으로는 인적자원과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유휴인력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여기서 지역대학은 이러한 다양한 재교육 수요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탈바꿈함으로써, 고교졸업생 진학수요 감소로 인해 입을 손실을 어느 정도 상쇄하는 동시에 지역사회를 위해 역할을 하는 공공 교육기관으로 존속해나갈 수 있다. 이것은 지역대학에 대한 공적 재정지원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근거가 된다.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시대적 변화에 맞춰 지식과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동시에 사회 전반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안이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교육수요는 공공기관에 한정된 것이 아니며, 기업은 물론이고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 그리고 구직자나 실직자를 포함한 일반시민들에게도 해당한다. 사회가 급변하고 또 산업과 일자리 전환의 주기가 빨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그리고 여가 시간이 늘어나면서 문화와 교양에 대한 시민들의 학습-교육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사회전환 교육'으로서 다양한 시민-교양교육, 사회교육, 평생교육, 직업(재)교육, 정보-기술교육 등은 이제 필수가 되었으며, 이러한 다양한 교육수요에 대해 정부가 공적으로 지원하고 지역대학들이 그 교육역할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은, 지금 이 시대의 시급하고 중요한 사회적 과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는 지역대학이 새롭고 다양한 교육수요에 맞춰 전환교육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하려면, 대학교육체계의 근본적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제 지역대학은 고졸 신입생들만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남아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대학은 전통적으로 연구와 교육의 역할을 담당해왔는데, 지금 교육은 전문성 교육에서 대중교육으로, 그리고 다양한 직업교육, 시민-교양교육 등으로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그래서 이에 따라 대학들을 몇 개 군으로 나누어 각각의 역할을 부여하는 대학체계 재편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연구, 전문지식 교육, 직업/취업 교육, 직업재교육, 직업(전환)교육, 시민-교양교육, 평생교육 등의 역할을 지역의 거점국립대, 4년제 국립대와 사립대, 기술대, 전문대 등이 적절히 분담하도록 한다면, 대학들이 서로 공존하면서 지역의 청년들이나 시민들의 다양한 교육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실 이러한 혁신방안들에 대한 제안은 대학서열체제 개혁과 맞물려 이미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 다양하게 제시된 바 있다. 그동안 중등교육이 입시중심 교육에 편중되면서, 중고등학교도 대학교도 제대로 된 교육적 역할을 담당하지 못했다. 지금 고등학교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는 입시중심 교육이 지배하고 있는 한 어떤 좋은 제도를 들여와도 그 취지가 변질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그래서 교육이 제 역할을 하려면 왜곡된 경쟁교육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이를 위해 대학서열체제 개혁 방안으로 '국공립대 네트워크' 정책이 제안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좋은 정책에 대해 교육부의 인식 전환과 적극적 실천 의지가 보이지 않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런데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 곳곳의 대학 네트워크가 시민들과 연계되어 다양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할 상황이다. 사실 이것은 이미 선진국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정책인데, 그들의 경험을 배워 한국 현실에 맞게 실행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셋째, 새롭고 다양한 교육수요들을 담당할 수 있도록 재편된 대학들이 정부의 공적 지원을 받으려면, 대학들도 새로운 역할과 기능에 맞게 개혁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학 무상교육 확대 등 정부의 재정지원이 무조건적 대학 살리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구조적 위기를 근본적 대학혁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물론 사립대학을 기득권 유지에 이용해온 교육부 관료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하며, 교육행정체계 전반의 혁신도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사립대학을 교육의 공공성을 실천하는 공적 기관으로 혁신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사립대학 법인들이 교육을 이용한 돈벌이에 급급하고, 위기의 책임과 부담을 대학구성원들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 운영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국공립대 비율이 낮은 한국사회 현실에서 교육의 공적 기능을 강화하려면, 사립대학들이 공공성을 지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은 사립대학 운영의 공공성 확보를 전제로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미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공영형 사립대학 정책을 개선하고 확대해나가야 한다.

 

물론 이런 다양한 노력들이 함께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줄어드는 교육수요를 무시하고 모든 지역대학을 살리려고 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타당하지도 않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다양한 대학 주체들은 행정적인 비효율과 재정 낭비를 줄이기 위해 대학 통폐합을 비롯한 다방면의 대학구조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물론이고, 국공립대, 사학법인, 교수, 직원 등 당사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협력과 상생의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 한국사회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대학들의 구조적 위기 상황에 직면해있다.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 지역대학의 쇠락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지역대학이 살아나 지역의 학생들, 청년들, 시민들이 지역에 머무르며 살아갈 수 있는 교육적, 지적, 기술적, 문화적 기반을 제공해야 지역사회도 살아날 수 있다. 그래서 대학체계의 혁신과 지역대학의 구조개혁은 지역대학의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과제이자, 동시에 지역사회를 살리기 위한 사회적 과제이다. 이를 위해 지역대학은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대적 교육 과업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렇게 해야 대학 무상교육을 비롯한 공적인 재정지원이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대학체계 개편과 대학구조개혁을 통한 지역대학 살리기 정책은 지역사회에 다양한 교육 여건을 제공하여 지역의 산업, 일자리, 문화가 함께 활력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을 제공해줄 것이며, 지역 균형 발전의 기틀이 될 것이다. 이제 대학 운영의 다양한 주체들, 구성원들이 시대 전환에 발맞춘 자기혁신과 자기희생의 자세를 가지고 구조적 위기 극복에 동참해야 할 때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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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565] '공정'이라는 허상, 그 틈을 파고든 '능력 독재'   2021.03.08
[시평 564] 능력주의, 제2의 트럼프 탄생시킬 수 있다   2021.03.04
[시평 563] 가덕 신공항, '선거용' 되지 않으려면 서울 중심주의를 깨야 한다   2021.03.02
[시평 562] 보편적 복지 봉인한 마법의 언어 '포퓰리즘'   2021.02.15
[시평 561] '추윤 갈등'보다 돋보인 라이더유니온의 합법노조 인정   2021.01.14
[시민과세계 37호] 발간(2020년 하반기호)   2021.01.04
[시평 560] "순조 21년, 괴질로 하루 사망자가 무려"...조선 시대 전염병의 ...   2021.01.04
[시평 559] 차별은 소수자를 '침묵'하게 만든다   2020.12.21
[시평 558] 법치주의는 어쩌다가 이런 신세가 되었나?   2020.12.15
[참여] 2020 논문공모전 수상자 발표회(연기)   202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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