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시민과 세계 9호 지역 민주주의 집중분석 (2006.7.22)

“정권 바뀌어도 토호는 영원하다”

친일·반공세력 변신 거듭 기득권 유지
지역 정치인, 국회의원 시민보다 보수적
올바른 자치 복원이 사회민주화 나침반

안수찬 기자

‘시민과 세계’ 여름호 지역 민주주의 집중분석
5·31 지방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정치권은 다시 2007년 대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분명히 들고 탔는데 뭔가 빼먹고 내린 느낌은 없는가.

반연간지 〈시민과 세계〉는 올 봄과 여름, 한국 사회가 깜빡 빠뜨린 물건 하나를 여름호에 담아 시민들 앞에 내놓았다. 지방자치, 지역정치, 지역 민주주의다. 지방자치 20년째를 맞는 이번 선거에서도 ‘지역 토호’는 맹위를 떨쳤다. 민주개혁세력의 고민을 대표하는 〈시민과 세계〉는 다시 한번 지역 민주주의 문제에 천착하자고 제안한다. “민주주의의 한 순환이 종말을 고하고 새로운 6월의 출발점에 선” 오늘의 당면과제이기도 하다.

지역 토호에 대해 이병천(강원대)·홍윤기(동국대) 교수는 “냉전반공세력, 친일보수기득권세력으로서 지역에 깊이 뿌리박은 ‘이웃 어르신’들”이라고 정의내린다. 워낙 뿌리가 깊어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다뤄지는 존재”(홍성태 상지대 교수)이기도 하다. 홍 교수는 이들이 “지역의 권력·행정·경제·언론·지식을 장악해 민주주의를 왜곡하며 부를 챙기고 있다”며 “지방자치는 사실상 토호자치”가 됐다고 짚었다.

장수찬 목원대 교수는 ‘토호자치’의 양상을 지방정치 엘리트들의 이념성향을 통해 드러냈다. 장 교수는 몇가지 조사결과를 거론하며 “지방정치인들이 국회의원들에 비해 보수적이고 일반 시민들에 비해서도 보수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더군다나 이들은 “소속 정당별로도 이데올로기적 차별성이 없다.” 어느 정당의 공천을 받았는지와 무관하게 ‘보수’의 이념으로 균질화된 인물들이 지방정치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시민사회부장, 허미옥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원기준 광산지역사회연구소장 등이 다시 그 연원을 살폈다. “정권은 바뀌어도 토호는 영원하다”고 짚은 김주완 부장은 친일파가 한국전쟁을 거치며 토호세력으로 정착한 뒤, 정치적 격변 속에서도 변신을 거듭하며 기득권을 지켜온 생생한 사례를 마산 지역을 중심으로 적었다. 지역의 언론사주, 자유총연맹 지회장, 새마을운동 지회장, 바르게살기운동 지회장 등이 모두 건설회사 사주라는 점에 이르면 지역토호의 폐해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특히 김 부장은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 역시 이런 지역토호를 활용하려는 자세를 갖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허미옥 사무국장은 대구 지역의 한 ‘대표 일간지’가 지역의 토건사업과 어떻게 유착해 지역 경제 및 여론을 왜곡했는지를 짚었다. 지역의 유력 일간지의 언론인들이 도시계획위원회에 참여해 도시개발을 심의하고, 또다른 한편에선 불법·탈법의 경계를 넘어 대규모 개발사업을 주도하면서, 이에 대한 지역의 비판여론을 모르쇠하는 메커니즘을 적나라하게 짚었다.

토호정치의 폐해에 대한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2006년 여름, 참여사회연구소가 펴내는 〈시민과세계〉가 지역 민주주의에 주목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홍성태 교수는 “지역은 우리의 삶이 이뤄지는 공간이고, 지역의 가치를 되살리는 것은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 기반을 다지는 것”이라고 짚었다. 정치·사회·경제의 민주화가 지역의 문제에 모두 녹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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