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반론] 자유를 목조르는 국가? 인권을 수호하는 국가!

민주공화국선 인권-공화주의 ‘쌍두마차’
정치적 실천 위해 국가토대 인정 불가피
 
 
‘민주적 애국주의’를 다룬 내 글에 대한 권혁범 교수의(<한겨레> 7월30일자 18면) 반론을 잘 읽었다. 덕분에 내 이야기를 더 넓은 공론장에서 토론에 부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핵심적인 논점 몇 가지만 명확히 해 두려 한다. 우선 문제를 ‘세계시민주의 대 애국주의’라는 구도에서 이해해선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나는 규범적 이상으로서의 세계시민주의에 반대하지 않으며, 무턱대고 ‘진보도 이제 애국주의의 깃발을 올리자’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권 교수와 나는 기본적으로 동일한 규범적 지향을 갖고 있다. 나 또한 누구보다 보편적 인권의 가치를 옹호하고, 국가주의나 전체주의를 혐오하며, 종족주의적 애국주의의 위험성을 경계한다. 다만 권 교수는 선험적이고 본질주의적 방식으로 국가와 애국주의의 문제를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그에게 국가는 그 자체로 ‘언제나’ 괴물이고, 애국주의는 ‘반드시’ 정치적으로 부패할 수밖에 없는 이념인 모양이다.


나는 권 교수처럼 문제를 ‘형이상학적’이거나 ‘도덕주의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이해한다. 우리는 국가를 그 자체로 어떤 형이상학적 실체로 파악해서 그것을 신성화하거나 역으로 악마화해서는 안 된다. 권 교수는 내가 나라를 미워하고 부정하거나 부끄러워하는 것을 ‘나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왜 그러면 안 되냐고 반문하지만, 나는 도덕적 선악 규정의 차원에서 그런 평가를 내린 적이 없다.


나는 ‘정치’를 사회 성원들이 집합적인 의견과 의지의 형성을 통해 사회적 삶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공동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으로 이해한다. 여기서 국민국가와 그 안에서 형성되는 연대 의식은 오늘의 조건과 한국적 맥락에서는 그런 정치적 실천을 위한 우회 불가능한 지반이다. 이런 이해는 국가의 절대화나 전체주의와는 무관하다. 핵심은 집합적 실천의 문제해결적 합리성과 그 구체적이고 역사적인 토대를 확인하자는 것이지, 국가를 무시하고 부정할 권리를 부인하거나 다문화주의적 상황을 외면하자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런 정치적 실천의 양식이 규범적으로 올바른 모습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역사 속의 애국주의는 대체로 전체주의적이고 종족주의적인 모습으로 발현된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권 교수는 내가 “정치적으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보는 듯한데, 나는 한갓된 애국주의가 아니라 공화주의적인 ‘헌법 애국주의’를 이야기한다.


애국주의는 자칫 위험한 나락으로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회피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더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국가를 무시하면서 정치 자체를 부정하거나 실천적으로는 공허할 수도 있는 세계시민주의 같은 이념에 매달릴 게 아니라, 정당한 애국주의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 ‘민주공화국 대한민국’과 민주적 헌정주의는 우리의 그런 정치적 실천의 올바른 양식을 충분히 담보해 줄 수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기획과 그에 대한 헌신은 ‘모든 사람의 평등한 자유’의 실현이라는, 오늘날 규범적으로 유일하게 정당한 정치적 지향에서 성립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인권과 공화주의를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파악하는 것은 매우 낡고 잘못된 이해다. 인권과 민주주의적 실천은 서로가 서로의 전제이자 귀결이기 때문이다. 그 점은 민주공화국의 참된 이상이, 다수의 힘을 앞세우며 보편적 인권을 무시하는 뉴라이트식 대한민국주의나 이명박식 법치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적 정체성과 근본적으로 모순된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내 줄 수 있다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에서, 장석준 진보신당 정책실장의 우려(<한겨레> 7월23일치)와 달리, 내 논의의 초점이 대한민국의 모든 면모에 대한 무조건적인 긍정에 있지 않다는 것도 확인될 수 있을 것이다.


장은주/영산대 교수·철학

 한겨레 기사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36975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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