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촛불 프리즘: 정치가 마주한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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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회] 촛불 프리즘: 정치가 마주한 질문들

[취지]

우리는 촛불광장 2년, 문재인 정부 2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좀 더 나아질 것이라 ‘확신’했지만, 생각만큼 달라진 것이 없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정치의 복잡성 앞에 모든 것이 짙은 안개 속에 놓여있는 것도 같습니다.

 

프리즘은 빛을 굴절시키거나 분산시키는 광학도구입니다.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는 2년 전 촛불이 담고 있던 여러 가치들이 프리즘이라는 광학도구를 투과하여 현실에 어떻게 드러나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지난 2년간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당연시되었던 것들이 질문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옹호하던 가치들은 굴절되어 왜곡되기도 하고, 역설에 처하거나 양가적인 모습으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예컨대, 공정이라는 가치가 어떤 맥락에 놓이느냐에 따라 차별을 옹호하거나 타인의 배제를 용인하는 담론이 되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촛불이 품고 있던 많은 기대는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런 답답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돌파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럼에도 ‘김용균 법’처럼 당사자와 시민사회운동, 노동운동이 아래로부터 법을 통과시킨 사례도 있습니다. 이제 광장은 ‘탄핵’을 요구하는 하나의 장소가 아니라 다양한 가치가 분출하는 여러 개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그 가치들은 서로 연대하기도, 부딪히기도 합니다. ‘정치’를 자임한 제도정치가 부재한 자리에 시민정치가 들어선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주체들인 시민은 동일한 이들이라기보다 이질적이고 양가적인 존재이기도 합니다.  

 

이에 참여사회연구소는 시민과 시민정치, 제도정치를 둘러싸고 한국 정치가 맞닥뜨린 곤란한 질문들을 마주 보고자 합니다. 촛불과 문재인 정부 2년 동안 우리 사회를 휘감고 있는 복잡성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후기]

포럼에서 첫 발제자로 나선 이기중 의원은 촛불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질문함으로써 발표를 시작했다. 이 의원은 촛불의 의미를 단순히 ‘반새누리당’으로 설명할 수 없다면서 ‘정상국가’, ‘공정사회’라는 열망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특히 소위 ’20대 현상’이라고 불리는 최근 논란들에 주목했다. 근 몇 년 사이 가장 큰 사회적 쟁점이 된 ‘페미니즘’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20대 남성’이라는 현상을 지적했다. 또한, ‘반공vs반독재’라는 전선이 ‘진보vs보수’로 재편되기 전에 불어닥친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서 정치에 대한 불신, 공통의 가치관/인식기반의 미비함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으며, 그런 의미에서 촛불광장의 성격은 ‘비정상의 정상화’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고 일갈했다. 이어, 촛불 이후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정상국가’로의 회귀를 일면 보여주었으나, 실제 개혁의 목표를 이루는데 다소 자의/타의로 소극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는 소득주도성장의 전체적 비전과 로드맵의 구체성이 결여되었다는 의견, 인사문제에서의 시민과의 인식 괴리를 지적했다. 덧붙여 거대담론이 아닌 다양한 가치와 담론이 부딪힐 수 있는 민주주의, 즉 노동, 여성, 청년, 소수자의 목소리를 담아낼 정치를 주문했다.

 

이어 손희정 평론가는 촛불 이후 등장한, ‘20대 남성’이라는 현상을 톺아봤다. IMF가 형상한 ‘아버지의 위기’로부터 ‘위기의 남성성’이라는 판타지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희정은 IMF 이후의 한국 남자는 “외롭고 억울하고 쓸쓸한 존재”가 되었다. 반면 여자는 그런 남자들을 밟고 올라서서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성공한 커리어 우먼으로 상상되었고, 이런 상상력은 2019년 ‘안티 페미니즘’을 말하는 20대 남성의 목소리와 정확하게 겹쳐진다고 말한다. 20대 남성들은 남녀 공히 힘든 사회에서 남성들은 “내가 더 힘들다” 혹은 “나만 힘들다”라고 말하고 “공정하자”고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위기의 남성성은 이후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아버지가 이룩한 이 나라에서 내 손 위에 올려주기로 했던 그 밥그릇을 빼앗아 가는 무임승차자”들에 대한 분노와 혐오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계보하에서 현 사태를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손희정은 페미니즘 운동이 과정으로서의 민주주의와 그 과정 자체에 개입하는 ‘습의 전환’을 만들어가는 운동으로서 페미니즘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복경 교수는 촛불 이후, 시민과 제도정치를 중심으로 발표했다. 시민들이 광장에서 공유했던 것과 이루었던 것을 다시 질문하면서 발표를 시작했다. 촛불 이후의 변화에 대해서 특히, “이해당사자 중심, 권리 기반 민주주의 요구”의 분출을 들었다. ‘미투’운동, ‘스쿨미투’운동, ‘혜화역 시위’, ‘유치원 3법’, ‘김용균법’을 둘러싼 집단행동들을 주목하며 이러한 운동을 이해당사자들의 권리 인식에 기반한 정치사회적 요구의 집단적 분출과 제도적 반영을 둘러싼 갈등으로 해석했다. 과거에도 이해당사자가 중심이 된 집단행동이 있었고, 간헐적인 시민적 연대 행위도 존재했지만, 최근의 흐름은 의제의 진화 속도가 빠르고 시민적 연대의 범위가 전국화되며 과거보다는 좀 더 잦은 빈도로 제도적 의제로 전환되는 특징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세월호’, ‘촛불’을 거치면서 ‘권리 기반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흐름이 역전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민사회의 역동적 변화와 다른 정치사회의 정체를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정치사회가 시민사회의 역동성에 대해 100% 반응하게 하기는 어렵다고 말하면서 제도정치는 시민사회의 역동성을 정치사회로 잇는 통로를 열고 확대해야 하며, 시민들이 대의정치의 한계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이를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서복경은 문재인 정부-집권당에 대해서는 한계와 오류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도 현재 집권당의 태도 등은 위태롭다고 밝혔다. 이 원인으로 변화하는 시민들의 인식과 시민사회 지형을 읽지 못한 것을 들며 시민들의 실망이 정치철수로 이어지지 않고 변화를 향한 냉정한 인내로 만들 방법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한울 연구위원은 여론조사 전문가답게 촛불 이후 벌어지는 정치균열에 관해 설명했다. 여론을 보면 기존의 유권자 지형 또는 시민인식 지형이 정당정치인, 전문가의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권자들의 태도는 기본적으로 양가적이라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경제에서는 진보인데, 안보에서는 보수인 사람은 무식하거나 개념없다고 지칭되었다”며 그런 태도의 비일관성이 이제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유권자의 모습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최근의 보수의 약진에 대해 여당이나 청와대가 위기감을 가지고 비상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태호 정책위원장은 촛불 이후에 대해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선거제도개혁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소선거구제라는 게 지배세력 또는 ‘독재’세력이 강요한 제도가 아니라 오히려 민주화운동세력 즉, 야당세력의 선거혁명의 전략적 도구로서 집착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권불십년이라는 말처럼 이러한 구도하에서 정치가 작동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지점을 이해하지 않고 선거제도개혁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제도의 차원만이 아니라 사회적 대화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현재의 사회적 대화 구도 즉, 정부가 당사자를 ‘동원’하여 의제에 대한 책임까지 전가하는 방식을 비판하면서도 시민사회가 마냥 무용론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판을 짜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끝.

 

일시

2019.4.24.수 오후 2시-4시

 

장소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

 

주최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

 

좌장

김윤철 참여사회연구소 부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패널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

손희정 문화평론가

이기중 정의당 관악구의원

이태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

 

문의

ips@pspd.org 02-6712-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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