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포럼] ‘진보운동의 소통과 연대’ 토론회 열려… “정답은 소통과 연대뿐”

“촛불시민에게 ‘집회’만 알려준 진보, 다시 소통하자”


[한국사회포럼] ‘진보운동의 소통과 연대’ 토론회 열려… “정답은 소통과 연대뿐”



▲ 27일부터 28일까지 서강대학교에서는 진보의 새로운 구성을 위한 ‘한국사회포럼 2009’가 열렸다.  ⓒ 박상규  한국사회포럼
 
2008년 촛불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상상력을 심어줬다. 어떤 이는 세상이 금방 바뀔 것이란 기대를 품었고, 또 어떤 이는 40년 전 유럽을 휩쓴 68혁명과 같은 ’08혁명’이 이 땅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의 일방주의의 수명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성급한’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그렇게 촛불은 주변만이 아닌, 이 땅의 미래까지 훤히 밝혀줄 횃불처럼 인식됐다. 시간은 흘렀다. 촛불이 바꿔 놓은 현실과 새롭게 심어준 가치관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촛불 이후 진행된 민주주의의 후퇴와 표현의 자유 축소 등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미네르바 구속, <PD수첩> 수사, 정연주 KBS 사장 해임, 교수·교사·기자 해직, 닫힌 광장, 미디어법 강행처리 그리고 3개월 동안 벌어진 두 전직 대통령의 죽음.


장기집권 위해 진지 구축하는 정권, 진보 시민사회단체의 대응은?


촛불 이후 정권 차원에서 벌어진 퇴행적 사건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야 할까. 정말로 새로운 세상은 가능할까? 새로운 상상과 도전이 필요한 시점, 진보진영의 고민은 깊어간다.


 7일부터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사회포럼 2009’는 진보의 새로운 상상과 고민을 모으는 자리다. 이중 28일 진행된 토론 <진보운동의 소통과 연대>는 제목 그대로 진보의 재구성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신진욱 중앙대 교수가 발표한 ‘시민운동의 소통과 연대’는 시민운동의 위기 상황 진단과 돌파구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우선 신 교수는 “기득권층에 대한 봉사와 신자유주의 제도 개혁의 차원을 넘어, 한국 사회의 권력지형을 바꿔 지속적인 권력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후방진지를 하나씩 구축하고 있다”며 시민운동이 직면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성격부터 규정했다.


즉 신 교수에 따르면 “현 정권은 권력정치 영역에서는 공격성과 단호함을 보여주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정의 대 불의’의 대비”가 뚜렷하지 않게 진지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이를 “회색지대 정치”라고 규정하며 과거 군부 정권과 다른 몇 가지 특징을 제시했다.


“군, 정보기관의 정치 개입이 차츰 드러나고 있지만, 주된 통치수단은 경찰, 검찰 등 제도화된 내무기관이다. 그리고 반대세력의 지도적 인물이 아닌 평범한 시민들을 처벌과 위협의 표적으로 삼는다. 고문과 사형과 같은 반인륜적 수단으로 소수에게 극단적 고통을 주는 게 아니라 다수에게 고통을 분배한다.”


한 마디로, “거대한 경악이 아닌 편재된 두려움을 낳는 통치양식”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보진영의 시민단체는 이런 정권에 맞서 어떻게 대응을 해왔을까.


 “이명박 정부, 지도자 아닌 평범한 시민 공격해 고통 분배”


신 교수는 “진보진영 단체들은 비전을 제시하고 의제를 선점하지 못했고, 정부가 터뜨리는 ‘사고’에 대응하기에 급급했다”며 “각 사안을 세력 확장의 계기로 삼지 못했고 대안 정치세력으로서의 리더십 축적에 실패했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시민들은 촛불집회 참가를 계기로 시민운동과 민중운동에 공감대를 갖게 됐다. 하지만 그런 운동과 시민들의 만남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용산참사, 방송장악, 미디어법, 쌍용자동차 사태 등의 이슈에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동참하려고 했지만 운동단체는 ‘집회’라는 단 하나의 방법밖에 알려주지 않았다.”


또한 신 교수는 자칫 잘못하면 “수준 낮은 정권과 마주 대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운동 역시 민주화 20년의 결실을 버리고 80년대로 퇴행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돌파구는 과연 무엇일까? 신 교수는 지금까지 좋은 성과를 남긴 운동을 다시 한 번 살펴보면서 시민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제안한다.


신 교수에 따르면 이명박 정권 출범이후 공론화와 쟁점화에 성공한 운동은 ▲ 정권의 방송장악을 폭로하고 문제점을 지적한 언론운동 ▲ 서울과 경기도 교육감 선거를 거친 교육운동 ▲ 절반의 성공으로 그친 제주 주민소환 운동 등이다.


신 교수는 이들 운동의 공통점으로 “촛불 시민층과 소통을 통해 다앙한 주체들의 연대를 이룬 것”을 꼽았다.


 “시민운동에 눈뜬 시민에게 ‘집회’만 알려준 진보진영… 다시 소통해야”


신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공안통치에서 진보 시민운동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운동의제나 생활상의 공동관심사로 이뤄진 시민주도형 운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민주도형 운동의 폭발력을 입증한 촛불집회는 원자적 개인들의 작품이 아니었다”며 “지역생협, 주민모임, 종교공동체 등 수많은 소규모 소모임들, 그리고 인터넷 커뮤니티 등이 모자이크를 이뤄 작은 공동체들이 거대한 공동체를 형성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시민주도형 운동이 회복회면 이미 ‘과거’가 돼버린 촛불운동이 다시 시작될 수 있을까.신 교수 역시 이런 질문에는 아직 회의적이다. 그의 지적대로 “가시적인 활동과 규모만 위축된 게 아니라 시민들의 무력감, 좌절 환멸이 깊어지고 현실비판과 직접행동의 문화적 상상력이 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은 ‘소통과 연대’다. 식상한 처방책일 수 있으나, 진보진영의 꿈을 현실로 바꿀 수 있는 지름길은 그것밖에 없어 보인다.


“불통 정권에게 소통을 요구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과의 소통을 확대해서 시민운동 단체의 기초를 넓히고 다지는 일이다. 둘이 같은 곳을 본다고 그 둘이 서로 사랑하게 되는 건 아니다. MB만 쳐다보지 말고 시민과 시민의, 시민과 시민단체가 마주보고 서로에게서 힘을 얻어야 한다.”


 이어 신 교수는 이런 연대를 주문했다.  “시민, 민중운동의 상층부 연합보다 중요한 것은 구체적 이슈에서의 조직적 연대며, 조직적 연대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과의 풀뿌리 연대를 강화하는 일이다. 개별 운동단체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한 명의 시민의 지지와 참여를 소중히 여길 때 비로소 큰 연대의 기반이 생겨난다.”


기사원문보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205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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