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숭례문, 한국사회에 말을 걸다



불타고 무너진 것은 숭례문만이 아니다
한국사회 성찰의 소중한 기회로 살려야



[토론회] 숭례문, 한국사회에 말을 걸다



600년간 꿋꿋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숭례문이 화재로 인해 채 하룻밤이 못 되어 소실되었다. 소실 직후에는 누가, 왜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가에 대한 분개와 의문만이 넘쳐났고, 범인 확인 후에는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에 대한 공방,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에 대한 주장만이 넘쳐나고 있다. 이렇게 분개와 의문, 공방과 주장만이 넘쳐나는 일련의 과정에서 조용히 사그러진 숭례문은 우리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어하였을까?





지난 28일 문화우리와 참여사회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토론회 ‘숭례문, 한국사회에 말을 걸다’가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개최되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참여사회연구소 이병천 소장은 토론회의 제목대로 ‘말을 건다’는 것에 의미를 이야기하며 토론회를 시작하였다. ‘말을 건다는 것’의 의미는 “너는 누구냐?”, “우리는 누구냐?”라는 정체성에 관한 질문이며, 이는 동시에 우리에게 선진화, 선진일류국가, 잘 산다는 것, 발전, 그리고 무너진 것과 살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묻는 것이라며 이번 토론회가 속도를 줄이고 생각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국보1호도 사라지게 한 이 나라가 과연 나를 보호할 수 있겠는가?”


발제자로 나선 양윤식 한얼문화유산연구원장은 숭례문 화재를 두고 “상식이 무너졌다. 이 사회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시민들의 반응을 이야기하였다. 이번 사건은 고 김선일 씨 피랍살해사건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동원가능한 모든 시설이 출동하여 최선을 다했고, 그것이 생중계까지 되었지만 결국 소실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아마 ’국보1호도 사라지게 한 행정당국이 과연 나를 보호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양원장은 숭례문 소실 이후 포크레인이 들어가 화재의 흔적을 치우고, 가림막을 설치하면서 시민들의 비난이 거세졌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행정당국이 숭례문을 그저 가리고 숨기는 데만 급급하지 말고 숭례문 복원의 과정도 민간과 충분히 협력하고 다양한 소통의 통로를 통해 공유된 영역으로 개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숭례문의 역사적·예술적·학술적·경관적 가치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복원의 방향도 함께 고민하는 방향으로의 인식전환을 주장하였다.



또한 매우 조심스럽게 소실된 숭례문의 흔적을 사적(史蹟)으로 남긴다는 전제 조건 하에서,숭례문을 다른 곳으로 옮겨 그대로 둠으로써 우리 사회가 문화재를 대하는 태도를 반성하는 역사적 기회가 될 수도 있음을 이야기하였다. 복원이 결과로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이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함을 강조하였다.






홍성태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숭례문의 소실은 안전문제를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는 위험사회 한국의 처참한 실상을 다시금 확인해 준 역사적 사건이다”라고 강조했다.



질책게임과 상품화를 넘어,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사회적 합의로


토론자로 참석한 송도영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숭례문 화재사건을 숭례문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몰랐던 무지의 소산. 불감증적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질책의 대상이 소방재청에서 문화재청으로, 정치공방으로 옮겨”가는 질책게임을 통해 유효타를 날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 자기 땅에서 문화재가 나오는 것을 싫어하는 한국사회에서 문화유산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3년 안에 200억을 들여 숭례문을 복원한들 제2, 제3의 숭례문이 불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조민재 동아시아문화기획 대표는 토론을 통해 “우리가 상식으로 믿고, 기대고 있던 국보1호의 근원은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보아야 한다”며 문화재의 서열화와 문화재에 대한 관심마저도 서열화된 현실에 대해 지적했다. 숭례문 복원을 이야기하지만, 숭례문을 연결하던 서울 성곽이나 다른 문화재에 대한 언급은 빠져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는 것. 또한 “우리 사회는 1,2년 안에 문화재를 복원하면 박수치는 사회이다. 우리에게 복원이라는 것이 왜 중요한가?”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마지막 토론자인 홍기빈 참여사회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의 문제의식은 문화유산마저도 상품화하고 단순히 볼거리로 만드는 사회였다. “숭례문 할머니 또는 할아버지는 자신을 볼거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회에서 스스로 떠나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문화관광부 홈페이지에 가면 ‘상인의 후각으로 미래를 연다’라는 말이 있는데,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돈냄새 킁킁거린다는 것인데, 문화관광부의 접근은 볼거리로서의 가치만을 강조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토론회 자료집.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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