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298] 부동산 정책 담당자 가족이 임대사업 한다면?: ‘공직자윤리법’과 ‘김영란법’이 남겨놓은 공직자 이해충돌

 

[시민정치시평 298]

 

부동산 정책 담당자 가족이 임대사업 한다면?

: ‘공직자윤리법’과 ‘김영란법’이 남겨놓은 공직자 이해충돌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김영란법’으로 부르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통과되는 과정은 혼란스러웠다. 언론들은 입법논의 초기에는 마냥 찬성하더니, 정작 법이 통과되자 문제 많은 법이라고 몰아붙였다. 민간분야의 언론기관이 적용대상에 추가된 것을 제외하면, 위헌성이 있다는 의견을 부각시켜 보도한 언론사들이나 위헌소송 대리인으로 나선 대한변호사협회도 올해 2월 이전까지는 쌍수를 들고 환영했던 내용들이다. 언론기관 적용도 민간영역의 자율영역으로 둘지 말지에 관한 논쟁의 대상이기는 하다. 하지만 금융기관이나 시민단체 같은 민간영역은 규제하지 않는데 언론기관 종사자만 규제하느냐며, 이것이 차별적 대우에 따른 평등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옹색해 보인다. 

 

여하튼 우여곡절 끝에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 제정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공직윤리와 부패 관련 주요 법률은 다음 세 가지다. 1981년에 만든 ‘공직자윤리법’이 맏형이다. 2001년에 제정되고 2008년에 새로운 법으로 정비된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법)’이 둘째다. 이번에 만든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은 막내에 해당한다. 

 

부패방지법은 공직부패 신고 절차와 신고자 보호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신고접수 및 신고자 보호기능을 하는 국민권익위원회도 이 법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애초 이 법은 공직부패에 관한 강력한 조사 또는 수사권을 가진 부패방지 전문기구를 만들자는 목적에서 제안되었다. 하지만 검찰 등 기존 사정기관의 저항에 밀려 권한이 미약한 부패방지위원회(노무현 정부 때 국가청렴위원회로 바뀌었다가 이명박 정부 때 행정심판위원회, 국민고충처리위원회와 합쳐지면서 국민권익위원회로 변경)를 공직부패 신고기관으로 설치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공익제보자 또는 내부고발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한 데 의의가 있었다.

 

이번에 제정된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은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부정한 청탁대로 행동하는 것을 처벌하고, 금품향응 제공을 처벌하는 법이다. 공직자윤리법을 물론이고 형법으로도 규제하지 못하던 부정청탁과 대가성 없는 금품수수 문제도 규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장 먼저 만들어졌던 공직자윤리법은 법의 제1조에서 밝히듯이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을 방지하여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가져야 할 공직자의 윤리를 확립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과연 공직자윤리법은 그 목적을 달성하고 있을까? 

 

개인의 이익이 눈 앞을 가려, 공직자로서의 직무의 공정성이 뒷전으로 밀리거나 위협받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주택임대사업을 하는 가족을 둔 공직자가 있는데, 그가 맡은 일이 부동산 규제정책에 관련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가 세우는 규제정책은 그의 가족의 주택임대사업 수익에 영향을 끼친다. 가족을 포함해 개인의 이익을 위해 권한을 행사할 가능성이 발생하고, 그의 직무에 대한 공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부동산 규제업무에서 그 공직자를 일시적으로 또는 지속적으로 배제하고, 다른 업무에 배치해야 한다. 만약 본인 명의로 된 부동산이 있다면 해당 부동산을 처분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런데 공직자윤리법은 재산 중에서 주식의 경우만 이해충돌 발생 가능성이 있는지 심사할 뿐 다른 종류의 재산은 등록과 공개만 하고 그친다. 주택이나 토지, 여러 종류의 금융상품은 직무 연관성이 있는지 심사하지 않고 있다. 직무 연관성을 심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매각하거나 금융기관 등에 백지신탁해서 처분토록 해야 하는 재산의 범위를 확대하도록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해충돌은 보유 중인 재산에서 끝나지 않는다. 공직자의 가족이 공직자의 직무와 업무상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공직자가 처리하는 규제업무의 대상에 공직자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다. 직무연관성 있는 재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해당 업무에서 일시 또는 지속적으로 배제되도록 해야 한다.

 

이런 경우를 감안해 ‘공무원행동강령’에는 ‘이해관계 직무의 회피’ 조항(제5조)이 있다. 하지만 직근 상급자와 상담하여 처리할 수 있다. 직무 연관성에 대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심사제도가 아니다.

 

따라서 직무연관성이 있는지를 심사하는 독립적 기구가 필요하다. 재산등록제도처럼 가족 또는 직계혈족이 근무하는 직장 등을 공직윤리기관에 등록해 정기적으로 직무 연관성을 심사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제정은 공직윤리와 부패분야의 큰 빈틈을 막았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주식을 제외한 보유 재산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해충돌 문제와 직무상 이해관계가 있는 친인척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해충돌 문제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을 처리하면서 이해충돌 직무회피 법을 따로 심의하겠다고 했고 4월 임시국회 때부터 다루겠다고 했다. 약속을 지켜야 한다. 다만 이해충돌 문제를 공직자윤리법에서 다루고 있는데, 따로 법을 만드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는 따져보면서 진행하기를 바란다. 같은 목적의 제도가 이 법 저 법에 흩어져 있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5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http://www.pressian.com/ ‘시민정치시평’ 검색  


* 본 내용은 참여연대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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