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476] 세상을 바꾼 촛불, 전환의 불씨가 되다: 2018 한국사회포럼에서 발견한 것

세상을 바꾼 촛불, 전환의 불씨가 되다

2018 한국사회포럼에서 발견한 것

 

현광훈 공공운수노조 연대실장

 

많은 어려움 속에서 2018 한국사회포럼이 7년 만에 열렸다. 촛불광장을 형상화하여 이틀간 야외와 실내행사로 진행되었고 500여명의 일반시민과 단체회원들이 참여하여 잔잔한 감동이 있는 공론장을 만들어 냈다. 

 

촛불항쟁 이후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온 이슈를 모두 담지는 못했지만 민주주의, 여성, 청년, 노동, 공공개혁, 교육, 통일 등 18개 주제로 구성된 행사는 한국사회 변화의 다양성을 담아보려 했다. 특히 개막식 발표자로 나온 18세 청소년 활동가는 청소년운동도 사회운동 주체로 인정받고 열심히 연대할 것이라는 대목에서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왜 한물 간 한국사회포럼을 복원하는가?

 

2018 한국사회포럼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었다. 촛불항쟁 6개월 동안 많은 활동가들의 헌신과 노력도 있었지만, ‘정권 퇴진’은 어느 누가 주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광장에서 이구동성으로 터져 나왔고 끝내 현실이 되었다. 촛불 이후 한국사회의 개혁도 역시 각계각층의 민중들이 참여하는 공론장을 통해서 그려질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했다. 

 

한국사회 전환의 키워드로 제시한 “성찰, 교차, 전환”은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의 한계를 제기하고 촛불대중 스스로가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전환기 한국사회의 개혁과제는 결코 대리정치나 유력한 사회단체의 활동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틀에 묶인 정치적 전략이나 정책이 아닌 일상에서 다양하게 형성된 자발적 실천이 모여 새로운 실천담론을 만들고 개혁의 힘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점에서 2018 한국사회포럼은 학술적 논쟁이 주류였던 옛것의 복원이 아니라 ‘사회공론장’으로서 시대적 재구성이라고 질문에 답할 수 있다.

 

 

한국사회포럼

 2018년 10월 12-13일간 경의선 공유지, 서강대에서 진행된 한국사회포럼 <사진=참여사회연구소>

 

 

2018 한국사회포럼은 무엇을 남겼나

 

촛불항쟁 이후 많은 사회운동 활동가들이 어디서 어떤 실천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외롭게 각자도생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점이 이어져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면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는 공간이 되었다. 

 

연동형 비레대표 선거제도와 여성과 노동과 교육과 환경이 연결되어 있고 균열의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를 연결하는 고리를 찾아 촛불광장을 다시 형상화해 냈다. 반면에 18개 주제 중에 경제 분야가 빠진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서는 이미 너무 많은 논란이 있었기에 매력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대안담론이 부재한 사회운동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세계사적으로 경험한 국가의 실패와 시장의 실패를 어떻게 진단하고 대안을 만들어 갈 것인지 시론적 차원에서라도 토론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사회운동의 냉엄한 현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많은 활동가들이 오만가지 역할에 지치고 생활고와 준비 안 된 세대교체에 힘들어 하고 있었다. 한국사회포럼을 제안하는 모임조차도 6개월 이상의 공전과 숙고가 필요했다. 맨 손으로 시작해야 하는 이 행사를 감당할 수 있을지 따져보고 각오하고 하나하나 풀어야만 했다. 안타깝게도 활동가들은 한국사회의 미래를 지향하면서도 자신의 미래는 아무런 보장이 없는 상태에 있다. 일부 사회단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활동가들은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닌 그야말로 비정형의 노동을 하고 있었다. 

 

촛불항쟁 동안 이들은 추위에 맞서면서 광장의 무대를 쌓고 촛불을 나눠주고 손피켓을 만들고 행진을 안내하고 토론회를 열었고 농성장을 사수했다.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도 보상 없는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사회포럼 복원을 위해 다시 신발 끈을 동여매야 했다. 한국사회의 미래와 활동가들의 미래가 공존하지 못한다면 한국사회포럼은 다시 단절될 것이다.

 

한국사회운동의 새로운 생태계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은 인적청산에서 구조청산으로 나가고 있는가? 민중과 시민이 참여하는 새로운 정치, 사회체제는 제도개혁으로 시작하여 구조로 완성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 구조는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 

 

한국사회포럼 평가와 공론화를 통해서 찾아야 할 대안일 것이다. 개인적 생각을 제시해 본다면, 첫째 촛불항쟁에서 선언한 사회개혁 100대 과제를 구체화하고, 둘째 각 분야의 활동을 일상적으로 연결하고, 셋째 활동가를 확대조직하고, 넷째 2018 한국사회포럼처럼 크고 작은 민주적 공론장을 지속하는 것이다. 

 

네 가지 과제를 온전하게 수행하려면 사회운동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어줄 수 있는 사회연대 플랫폼이 필요하다. 개별단체와 활동가의 역량에 의존하는 고립적 조건에서 촛불의 개혁과제는 공허할 뿐이다. 국가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제도, 담당자(부서), 예산이 제대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회운동의 새로운 대안도 이와 유사할 수 있다. 사회운동의 시스템과 활동력 그리고 재원을 어느 정도는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빵과 장미의 행진”으로 알려져 있는 캐나다 퀘백의 사회연대운동 사례는 한국사회운동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8 한국사회포럼을 계기로 노동조합과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교류와 연대를 토대로 하여 사회연대를 구체적으로 기획할 때가 되었다. 내년 한국사회포럼은 또 어떤 모양이 될지 모르지만 사회운동의 생태계를 통해 지속가능한 실천계획이 나오기를 바란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클릭)

*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연재합니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