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연구소 칼럼(ip) 2009-10-21   7523

[칼럼] 시민정치와 새로운 진보

얼마 전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 인사들이 ‘시민주권’ 모임을 발족시켰다. 이 모임은 2010년을 민주주의와 시민주권의 해로 만들기 위해 ‘2010 민주주의 올來’ 범국민운동을 제안하고, 민주·민생·평화를 위한 모든 세력과의 소통과 연대활동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현실정치에서나 담론장에서나 시민정치, 시민주권, 시민민주주의 같은 말들이 힘을 받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새로운 진보의 열쇠말 중의 하나로 떠오른 시민정치가 정확히 뭘 말하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공교롭게도 시민주권 모임 발족식과 같은 날 있었던 참여사회연구소 시민정치센터 발족 심포지엄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무엇보다 이 심포지엄의 문제 의식에 주목했으면 좋겠다. 첫째, 민주진보가 종래와 같은 민족담론, 통일담론, 민중담론으로 보수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았다. 이 담론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수의 ‘공동체 자유주의’ 및 선진화 전략 같은 것에 상응하는 진보담론의 진보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의 헌정 원리인 민주공화주의를 발전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둘째, ‘건국’ 논의라든가, 1987년 체제, 97년 체제를 둘러싼 논의 등과 관련하여 빠진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즉 그간의 민주민족 운동, 그리고 촛불항쟁 과정에서 성장, 발전한 새로운 시민적 정체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민주공화국으로서의 대한민국에 대해 주권자로서 소속감과 자의식을 가지면서 정치권력, 경제권력의 횡포를 비판하는 새 시민적 기반에 주목해야 하며, 이것이 시민정치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다.


셋째, 이명박 정부가 ‘어떤 정부인지’하는 문제에 대한 복합적인 생각이다. 이 정부는 한편으로는 신자유주의 정권이라는 말조차도 너무 ‘우아’할 정도로 극단적인 천민적 보수주의로서 그 정당성이 매우 불안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최근 친서민 중도실용 전략에서 보듯이 보수의 장기집권을 위해 멀리 내다보는 ‘진지전’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응하는 민주진보의 진지전이 요구된다.


심포지엄에서는 유익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시민정치라는 말이 막연하다, 구체적 요구에 더 주목하고 구체적인 기획이 있어야 한다라든가, 심지어 한국에는 아직 시민이 없다 하는 이야기도 있었다. 민주진보 내부 견해차의 큰 부분이 한국형 ‘비동시성의 동시성’을 어떻게 보는가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은 큰 소득이다. 또 한국형 시민 ‘생활정치’ 창조라는 화두와 관련하여 한국은 일본과 다른 ‘비동시성의 동시성’ 조건에 놓여 있다는 것, 수도권 집중이 극심하고 지역이 삶의 거소(居所)가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잘 고려해야 한다는 귀중한 지적이 있었음을 전한다.


<이병천 |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 / ‘시민과 세계’ 공동편집인>

* 이 글은 경향신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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