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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정치시평
  • 2018.09.05
  • 382

국민연금 '기금고갈론'은 오해다

보험료 인상만이 답이 아니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교수

 

 

4차 재정계산, 예외없이 기금고갈론에 매몰

 

재정계산제도는 5년에 한번 씩 장기 재정추계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제도 운영, 기금 운용 등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여 공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올해까지 4차에 걸친 재정계산의 결과는 예외 없이 현재의 보험료율 수준으로는 결국 '기금고갈'이 발생할 것이므로 기금을 고갈시키지 않게 하기 위해 '보험료 인상 혹은 급여 축소'가 필요하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올해 4차 재정계산의 전망은 과거보다 더욱 어두웠다. 기금소진 시점이 2013년 제3차 재정계산 때 예상했던 것보다 3년 빨라지고 수지적자 시점도 2년 빨라질 것으로 추계되었다.

 

기금이 고갈된다는 전망에 일부 국민들은 보험료를 내기만하고 나중에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게 되었고 이를 틈타 "믿을 건 개인연금뿐…국민연금 포비아에 줄줄이 개인연금 가입 러시"라는 헤드라인으로 기사를 뽑아낸 언론도 있었다. 그러나 높은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사적연금은 국민연급보다 가입자에게 더욱 낮은 혜택을 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후소득보장 제도가 존재해야 하는 한, 국민연금 제도보다 나은 것은 없다. 다른 선진국들이 모두 공적 노후연금제도를 가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금고갈은 부과식으로 전환하는 과정 중의 당연한 현상

 

사실 현재의 제도 하에서 납부해야 하는 보험료가 향후의 급여수입에 비해 작기 때문에 보험료율을 소폭 올리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대부분의 가입자에 있어 사적연금보다 국민연금이 같은 돈을 내고도 더욱 많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며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소폭 올리더라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지만 소득대체율은 그대로 둔 채 기금을 고갈시키지 않게 하기 위해 보험료율을 올리자는 재정추계의 결론은 현재와 미래의 국민, 현재와 미래의 국가경제에 대해 바람직한 개선 방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결론은 국민연금 기금을 고갈시키면 보험료를 못 받게 되니 고갈시켜서는 안 된다라는 '기금고갈론'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적연금이 기금을 고갈시키지 않는 것과 동일하게 국민연금도 일종의 기금이므로 고갈시켜서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은 뿌리 깊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생산 활동을 하는 현 세대의 보험료로 은퇴한 세대의 노후를 보장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기금을 쌓는 적립식으로 운영할 필요가 없다. 즉 현재 기금이 존재하는 것은 거대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존재로 인해 인구구조가 안정화되지 못한 과도기적인 현상이 불과하며 국민연금을 완전부과식으로 전환한다면 기금이 고갈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저출산, 고령화의 심화, 국민연금에 대한 재정투입 정당화

 

물론 당장 보험료율을 올려서 기금고갈을 막게 된다면, 기금이 고갈된 후에 미래 가입자들이 갑자기 높은 보험료율을 부담해야 하는 일을 막을 수는 있다. 즉 기금고갈을 피해야 하는 이유로 막연히 기금고갈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이 존재할 뿐 아니라 기금고갈 후의 '후세대로의 부담전가'와 급격한 부담인상으로 인한 '경제성장 잠재력 훼손'의 발생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이러한 주장은 국민연금을 둘러싸고 세대 간 부담과 혜택 차이를 강조하고 큰 혜택을 보는 현재 세대가 후 세대를 착취하지 않기 위해서 보험료 인상밖에는 선택이 없다는, 어찌 보면 상당히 정의로운 해결책을 제시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국민연금의 재원을 반드시 국민연금 가입자에게만 지우게 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도출된 것에 불과하다. 미래에는 일하는 사람이 고령층에 비해 매우 적어지게 되기 때문에 그 부담을 일하는 사람의 임금소득에만 지우게 된다면 당연히 부담이 갑자기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태로 진행된다면 국민연금 보험료만으로 노후소득보장을 감당하는 것은 어렵게 될 것이기 때문에 국가가 부족한 부분을 지원하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실 우리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다른 선진국들의 노후소득보장제도도 많은 경우 보험료뿐 아니라 재정을 동원하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재정이 투입되게 된다면 현재는 임금소득만이 지는 노후소득보장 부담을 향후에는 자본소득, 재산소득 등 다른 소득원들도 함께 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후소득보장제도가 안정화되면 그 혜택은 모든 국민과 국가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므로 임금소득 뿐 아니라 다른 소득원들도 부담을 나눠지는 것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보험료 인상만이 아닌 다각도의 해결책 모색되어야

 

현재 계산대로라면 보험료 수입 외에 국가재정으로 감당해야 할 지출이 2045년 GDP 1%에서 서서히 증가해서 2088년 6.6%에 이르게 된다. 국민의 절반에 해당하는 고령계층의 노후를 이 정도의 비용을 들여 부담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생각된다. 일단 그 때가 되면 전 국민의 절반 정도만 일을 하게 되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 1인당 소득은 지금보다 훨씬 많아지게 된다. 개인의 부담 능력이 늘어나는 것이다. 또한 자본소득 및 재산소득에도 부담을 지우게 된다면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을 고령층이 나누어서 부담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미래 세대의 부담을 완화할 방안이 있는데도 가입자에게만 부담하게 하면서 막대한 기금을 축적하는 것이 오히려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저출산과 저고용을 해소할 대책이 추가된다면 기금 고갈 후의 미래 생산인구와 은퇴인구의 부담이 더욱 완화될 수 있다. 4차 재정추계는 현재의 저출산, 저고용의 추세를 그대로 70년 후까지 연장하여 추계한 것인데 현재의 저출산이 미래에도 지속된다면 국가의 존립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제도의 지속성을 추구하는 재정계산 자체가 의미가 없게 된다. 따라서 출산율을 반등시키기 위한 대대적인 노력이 투입되어야 하고 이 외에도 저고용된 청년 및 여성 노동자들을 노동시장에 참여하게 하는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결국 국민연금의 제도 개선은 보험료 인상 하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적정한 노후소득보장을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틀을 벗어난 다각도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연금국가지급보장을 명문화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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