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174] “6월 국회 벌써 절반, 여당은 뭐하고 있나요?”

 


[시민정치시평 174] 

 

“6월 국회 벌써 절반, 여당은 뭐하고 있나요?”

: ‘창조경제’보다 더 시급한 ‘경제민주화’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6월 임시국회가 벌써 절반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세월이 그렇듯이 국회의 시간은 너무나 빠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학수고대, 간절하게 경제민주화와 ‘을’살리기 입법과 정책을 기다리는 국민들의 마음은 초조하기만 합니다. 또 적극적으로 경제민주화와 민생 살리기를 약속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참으로 야속하기만 합니다.

 

대다수 국민들이 비정규직으로, 중소상공인으로, 주택세입자로, 임차상인으로, 실업자로, 사회경제적 약자로 직업이 무엇이든 간에, 전국 곳곳에서 ‘을’의 위치에서 온갖 수난과 고통을 겪고 있기에, 바로 지금 경제민주화와 ‘을’살리기를 위한 특단의 대책과 입법이 매우 절실한 상황임에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속도조절론이니,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니 하면서 경제민주화를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사실 듣도 보도 못한 ‘창조경제’를 전면화할 때부터 경제민주화를 포기한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의문입니다. 심지어 말을 꺼낸 박근혜 대통령 자신도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새 정부가 좋은 취지로 창조경제를 제시했다고 믿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창조경제에서 새롭게 창조하는 것은 경제민주화와 ‘을’살리기를 통한 한국 경제의 새로운 활력의 ‘창조’여야 하고, 역시 ‘을’ 살리기와 경제민주화를 통한 한국형 지속가능한 경제체제의 ‘창조’여야 할 것입니다. 그럴 때만이 창조경제가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이는 국민들에게 경제민주화를 적극적으로 공약한 박근혜 정권의 최소한의 도리이기도 할 것이고요.

 

19대 국회가 개원한 지 1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통과된 경제민주화 법안이 거의 없기 때문에 6월 국회에 대한 기대가 더욱 큰 것입니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처리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도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납품단가 조정 협의권 부여와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는 하도급법 개정안과, 연봉 5억 원 이상의 상장기업 등기이사의 보수를 공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뿐입니다. 그 중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경제민주화 법안이라기보다는 상식 수준의 조치라 할 것입니다.

 

즉, 국민의 열망과는 달리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매우 지체되어 있기에, 6월 국회에서 처리해야할 법안이 무척이나 많아진 것입니다. 최근 민주당이 ‘을지키기 경제민주화추진위원회’가 발표한 법안 16개를 포함해 총 46개의 중점법안을 발표했고, 진보정의당 중소상공인위원회가 발표한 법안이 10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만든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가 발표한 법안이 20개인 것만 봐도 지금 최소한 수십여 개의 법안 처리가 시급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태도가 경제민주화의 향방을 가를 것입니다. 지난 총·대선 당시 행보와는 달리 현재 새누리당 지도부와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위한 법안 처리에 지나치게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입니다. 재벌·대기업들의 엄살에 휘둘린 것인지 아주 최소한의 것만 하겠다는 자세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경제민주화도, 민생 살리기도 전혀 실현할 수 없습니다. 재벌·대기업들의 무한 탐욕과 불법·불공정 행위를 적극 규제하고 중소기업·중소상공인들을 위한 적극적인 경제민주화 정책과 입법을 실현했을 때만이 지속가능한 경제체제와 경제 활력 제고도 가능할 것입니다. 또 지금 전국의 ‘을’들이 사방팔방에 죽어가고 있는 데 최소한의 입법이 어떻게 대책이 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이 엉뚱한 자세를 보이니, 재벌·대기업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한발 더 나아가, 전경련을 내세워 “경영환경의 악화로 생산기지 해외이전이라는 한국 경제의 엑소더스가 우려된다”며 특유의 협박과 공갈을 일삼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정권 초기에 아예 경제민주화를 철저히 무산시키겠다는 속셈입니다. 대다수 국민이 죽건 말건, 자신들의 특권적·독점적 탐욕만 보장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한 재벌·대기업들의 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정치가 필요합니다. 사회를 질식시키는 경제 권력의 무한 탐욕을 적절히 제어하고 규제하고 국민들의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정치’는 존재합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 반년도 안 돼 재벌대기업체제 개혁과 경제민주화를 포기하다면 이는 정부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나, 정치를 경제의 노예로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박근혜 정권은 절대로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6월 2일 국회가 열리는 첫날, 경제민주화국민본부가 발표한 20개 법안(각종 노동보호법안, 가맹사업법개정안, 대리점보호법제정안, 주택·상가임대차보호법개정안, 공정거래법개정안, 중소기업적합업종특별법제정안, 유통산업발전법·상생법개정안, 이자제한법·대부업법개정안 등)을 보고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이런 법안 처리가 필요하지 않거나 시급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혹은 이런 법안들을 반대하고 있는 재벌·대기업의 편을 들어준다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그들은 정부를 운영할, 정치를 말할 자격조차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대선 때의 선택과는 달리 그들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계속되는 중소상공인·자영업인들의 죽음과 고통을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또 전국 곳곳에서 쫓겨나고 있는 상가건물 세입자들의 고통과 생존의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는 동네 중소상공인들의 문제를 바로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각종 경제민주화와 ‘을’살리기 법안의 처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가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5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들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http://www.pressian.com/ ‘시민정치시평’ 검색  

* 본 내용은 참여연대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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