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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FTA
  • 2007.02.13
  • 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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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의약품 양보 제의에도 불구, 미측 무역구제 핵심내용 의제화 자체를 거부

부동산 투기대책 한미FTA와 상관없다던 정부, 간접수용부속서에 부동산 가격 정책 제외시키려 진땀, 미측은 거부로 일관



한미 FTA 7차 협상에 앞서 공식브리핑에서 김종훈 수석대표는 “이번 협상은 미국의 무역촉진권한(TPA) 만료 이전에 협상이 타결될 수 있을 지를 가늠 하는 시금석이 되는 중요한 협상”이라고 의미를 규정했다. 그러나 7차 협상에서 그가 가져간 협상안이나 미측이 들고 온 ‘보따리’를 볼 때, 그가 강조해온 ‘창조적 절충안’이 도출될 가능성은 없다. 정부가 절충안에 연연한다면 그 결과는 창조적이기보다는 굴욕적일 수밖에 없다. 협상단이 현 상황에서 창조적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협상을 중단하고 돌아오는 일이다.

7차 협상 개시 이전부터 정부는 공공연히 미측의 무역구제 핵심쟁점과 한국측의 자동자 세제, 의약품 특허기간 등을 맞바꾸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왔었다. 문제는 정부가 말하는 무역구제 핵심 쟁점이란 것이 정부 스스로 반덤핑 피해의 86%를 차지한다고 보고해 온 ‘제로잉’, 그리고 ‘일몰재심’ 등 진정한 핵심 쟁점을 제외한 쟁점을 지칭한다는 데 있다. 한마디로 미국에 제시한 한국측 요구안 자체가 이미 ‘차 떼고 포 뗀’ 요구안인 셈이다. 그나마 정부가 미측에 제시했다던 6개의 부수적 요구사항 중 상대적으로 중요한 쟁점인 비합산과 다자간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 대해서조차 미측의 반응은 싸늘하다. 미측은 다자간 세이프가드에 대해서는 양자가 서로를 제외하기로 합의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반면, 정부가 강조해오던 비합산조치에 대해서는 아예 의제로 상정하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다. 한국측 협상단이 자동차 배기량 관련 세제를 5단계에서 3단계로 간소화하기로 하고, 해당부처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의약품 분야의 특허 기간이나 약가 적정화 방안 중 일부에 대한 양보를 시사하고 있지만 돌아오는 것은 미국의 고자세 압박뿐이다. 실제로 7차 협상에서 미국은 자동차 배기량 기준 세제 자체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덤핑 관련 자국의 법은 손도 대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 한국의 조세정책에 대해서는 개정압박을 노골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공격적 태도와 “미측이 법률개정을 거부하면 할 수 없다”는 한국 정부의 체념적 태도와 선명히 대비되고 있다. 결국 정부가 한미FTA타결에 연연하는 한, 무역구제 관련 협상은 “달라는 것 다 주고 받을 것은 못받는 선택”으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비합산을 제외한 나머지 5가지 부수적 쟁점을 양보받는 대신, 자동차와 의약품 등 미국의 핵심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식으로 어처구니 없는 ‘떨이 장사’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 쯤 되면 왜 정부가 한미FTA에 '올인'하려는 지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편, “부동산 정책이 투자자국가소송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정부는 7차 협상 전 발표한 외교통상부 기고문이나 국정브리핑을 통해 이를 부인하고 심지어 “있지도 않은 사실을 유포하는 방종행위”라고 독설적 비판을 퍼부었다. 외교통상부는 “부동산가격 안정화 정책뿐만 아니라 용도 제한이나 지구 지정과 같은 정책이 미국 기업 및 투자자에게만 차별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면, 즉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경우는 간접수용으로 간주되지 않는 것이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7차 협상과정에서 정부의 우격다짐식 반론은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거짓말이었음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이나 투기제한 목적의 지구지정이 미국 투자자에게 차별적으로 적용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간접수용부속서에 부동산 정책과 조세정책을 예외로 명시해 달라고 미국에게 요구하고 있고 미국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문제도 되지 않는 사항을 문서로 명시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왜 그토록 강력히 요구하고 미국은 왜 한사코 거부하고 있단 말인가? 시민사회단체가 정확하게 지적했던 대로 설사 비차별적 규제라 하더라도 미국측 간접수용부속서 표준안에 명시된 ‘공공 보건’, ‘환경’, ‘안전’ 분야 이외에는 투가자국가소송 대상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한미간 7차 협상 자체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정부야말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나아가 ‘방종’, ‘무분별한 행동’이라는 자극적인 용어를 동원해 모독한 데 대해 관련단체와 전문가들에게 사과하고 국민 앞에 진실을 밝혀야 한다. 허위사실을 반론이란 이름으로 책임없이 배포한 관련 외교통상부 담당자에 대한 적절한 문책도 필수적이다. 문제는 미국이 부동산 정책, 조세정책 등 다른 공공정책을 간접수용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버틸 경우의 대책이다. 지난 8월-10월의 정부 TF 검토 과정에서 일부 부처가 주장한 대로 수용과 간접수용의 배제, 나아가 투자가국가소송제 자체의 배제를 분명히 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허다한 국가정책과 제도가 투자자들의 송사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한미FTA 타결을 위해 위헌적 제도를 수용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7차 협상에서도 재차 확인되듯이 정부의 독단과 독선은 위임의 범위를 한참이나 벗어나고 있다. 더 이상 국민을 바보취급해서는 안된다. 정부가 한미FTA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로 주장해왔던 무역구제 분야에서 어떻게 단계적으로 주장을 후퇴해왔는지 우리는 똑똑히 알고 있다. 투자자국가소송제에 대해서 정부가 단언해왔던 것들이 어떻게 정부 내외의 문제제기에 의해 정정되어져 왔는지도 알고 있다. 쌀 개방에 대해서 미국 대표로부터 공식적으로 요구받은 바 없다던 정부 수석대표가 7차 협상에서는 미측에 “더 이상 쌀 개방에 대한 요구는 듣고 싶지 않다”고 반발하는 식의 넌센스는 정부의 허다한 허위브리핑 중 사소한 일화에 불과하다. 일국의 위생검역제도 자체의 변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요구에 밀려 광우병 우려 쇠고기의 수입을 막으려는 일선부서에게 ‘한미FTA를 망칠 셈이냐’고 압박하는 외교통상부의 태도에서는 서글픔마저 느껴진다.

이런 조건에서 고위급 협의를 통해 ‘타결’의 일정을 서둘러서는 안된다. 정부는 한미FTA협상의 최종 목표나 타결의 최소기준에 대해 한번도 제대로 밝힌 바 없다. 미국이 법률개정 등 후퇴할 수 없는 위에 대해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말하자면 마지노선도 없이 미국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상에 ‘올인’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보고받는 수준으로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정부가 말한 정보공개란 사실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선동구호의 배포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이렇게 최종목표가 불투명하고 최종 타결 기준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하는 조건에서 고위급 협의는 곧 타결을 위한 타결, 합의 없는 일방적 양보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가장 강력한 협상력은 협상의 중단에서 나온다.

PDe2007021300.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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