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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FTA
  • 2007.03.14
  • 453
  • 첨부 1

고위급 회담 논의대상 ‘100개 이상의 국내법제 개폐’ 누구 동의 얻었나?

미측 법개정 대상협상은 의회가 통제, 한국협상단은 마지노선 없이 위헌적 재량권 행사

정부는 고위급 담판 전에 개정 대상 법률, 개정 불가 법률 목록을 공개하라



한미FTA 마지막 공식협상이 12일 막을 내리고, 19일부터 워싱턴DC에서 막판 타결을 위한 수석대표간의 고위급 협의가 진행된다. 한미FTA 협상을 ‘고위급 회담’을 통해 행정부 독단으로 타결하려는 시도는 명백한 행정부의 월권행위임을 밝히며, 즉각 고위급 회담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협상단은 고위급 회담장으로 출발하기 전에 한미FTA 협상의 마지노선과, 타결과정에서 개폐가 우려되는 법률과 제도의 목록을 국회에 제출하고 이에 대한 협상을 해도 좋은지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 일괄타결을 위한 고위급회담장으로 떠나는 것은 행정 관료들의 월권행위이며, 위헌적 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8차 협상 종료 일 주일 만인 19일부터 고위급 회담을 통해 이런 굵직굵직한 쟁점들을 일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9개월 간 이견조정이 되지 않은 사안들을 일주일안에 타결짓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어떤 것이 마지노선인지 말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이건 안된다’는 최종목표를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고위급 회담 전에 국회 보고가 두 차례(14일 통외통위, 16일 한미FTA특위) 있긴 하다. 그러나 알려진 대로 지금까지의 대국회 보고는 형식에 불과한 것이었고 협상의 마지노선을 제시하라는 요구에 대해 정부가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은 바 없었다. 그저 ‘네 잘 알겠습니다’라고 형식적으로 답변하는 것에 그쳐왔고 이번에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미 의회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월 한미FTA협상의제와 연관된 국내 법률이 169개라고 밝힌 바 있다. 8차례 협상을 통해 전자상거래, 정부조달, 금융 분야 등에서 일부 법제와 상충되는 협상쟁점이 제외되었으나 여전히 100개 이상의 제도의 개정과 관련된 쟁점이 고위급회담에서 다루어지게 된다. 한국 정부는 대규모의 국내법과 제도 변경을 초래하는 한미FTA에 대해 국민에게는 물론 국회에도 제대로 공개한 적 없다. 오히려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시민사회단체의 조사결과를 폄훼하는데 열을 올렸을 뿐이다. 지난 8월 시민사회단체와 국회의원이 수차례 요구한 끝에 2차 협상까지의 결과를 반영한 상충법률 36개를 조사하고는 지금까지 국회에는 업데이트 된 보고 한 번 하지 않았다. 충돌법률 추가 조사에 대한 요구에 대해 정부는 ‘협상 중이라서 곤란하다’라는 답변이 전부다. 협상이 끝나고 ‘통보하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미국은 협상내용이 단 한 개라도 자국법령의 개폐와 관련될 경우, 반드시 협상을 중단하고 의회의 의견을 물어 처리해왔다. 무역구제 비합산 조치의 경우, ‘법개정 사항이어서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해 관철시켰고, 전문직 비자쿼터 확보 요구에 대해서도 ‘이민법 관련한 사항’이라며 난색을 표하였고 아직 합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항만수수료도 마찬가지다. 미 협상단은 건건히 법 개정 사항에 대해 의회의 요구를 앞세워 ‘협상 불가’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협상단은 미 의회의 강경 입장에 대해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한국 의회에는 형식적인 ‘보고’만 있을 뿐, 국민의 대표인 의회의 요구를 반영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어느 나라 협상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까지의 한미 협상결과는 협상재량권이 제한된 채 의회의 확실한 통제를 받는 미국 협상단이 초헌법적인 재량권을 가진 한국 협상단의 ‘고무줄’식 협상기준을 압박하여 대폭 양보를 관철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회의 철저한 통제가 협상경쟁력의 출발임을 지금까지의 협상결과가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고위급 회담 주요 의제를 보면 어느 것 하나 국민의 의사를 묻지 않고 행정부 독단으로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은 없다. 우선,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한국 자동차 관련 세제 개편 문제는 미국과의 양자협상으로 이뤄질 문제가 아니라 국내 전체 세수 규모와 그 필요성을 고려하여 국회를 통해 국민의 의견수렴 및 합의과정을 통해 결정되어야 할 국가적 사안이다. 그러나 정부가 배기량 5단계의 세제 기준을 3단계로 개편해 미측에 제시할 때까지 국민, 국회와의 합의과정은 없었다. 기가 막히게도 해당 장관이 언론사와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알려졌을 뿐이다. 더욱 큰 문제는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수용했을 경우 매년 2조원의 추가 부담이 생기는 의약품 분야와 자동차 세제개편 사안을 ‘비합산 조치’가 빠진 무역구제 요구사항과 ‘딜’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 사실도 국회에 추후 보고 되었을 뿐 사전 협의란 것은 없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쌀 등 농산품 민감 품목 관세 철폐 문제도 미국의 ‘거센’ 요구에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국내 농업현실과 이후의 영향을 고려하여 대책을 수립하고 조정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협상단은 개방범위에 대해 ‘비공개’ 사안이라며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고, 결과적으로 역대 최대의 농산물 시장 개방을 미측에 선물로 안기려고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외에도 고위급 회담에는 투자자국가소송제 간접수용 배제 범위, 금융분과 일시세이프가드 도입, 방송시장 개방, 개성공단 등이 모두 논의 및 결정 대상이다.

책임은 국회에도 있다. 한미FTA특위가 구성되었지만 제대로 된 검증은 찾아볼 수 없고, 형식적인 질의응답만이 난무한다. 정부가 정해놓은 협상 타결 시한이 다가올수록 당연히 국회의 책임있는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7,8차 협상을 전후해 30명의 특위 의원 중 5~10명의 의원만이 질의할 뿐이다. 협상에 대한 비공개 사항을 심의하는 비공개회의라는 것은 없어진지 오래고, 정부의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하는 의원은 없다. 이대로 가다간 ‘국민의 대표’가 아닌 ‘협상단의 거수기’로 전락할 판이다. 입법기관은 국회다. 적어도 국회는 한미FTA로 인한 법과 제도 충돌 현황(자발적 조치 포함)에 대한 보고 및 심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고위급 회담을 이런 과정 없이 행정부 독단적 결정으로 추진하도록 내버려둔다면 차라리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는 ‘직’을 포기하는 것이 옳다.

행정부 독단으로, 그것도 미국과의 협상만을 이유로 정부의 제도, 법, 정책을 바꾸려는 시도에 제동을 걸 곳은 바로 ‘국민의 대표’인 국회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협상단도 졸속 협상의 최종판이라 할 수 있는 ‘고위급 회담’을 통한 타결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미측 입장만 대변하는 협상단과 국민 전체의 삶의 문제에 수수방관하는 국회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4천 7백만 국민이 져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PDe2007031400.hwp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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