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한미FTA 2007-01-12   954

학계ㆍ종교계ㆍ시민사회 원로, 한미FTA 졸속 협상 중단 촉구

대내협상, 대외협상 모두 미흡, 사회적 합의 부재, 한미간 이익 불균형, 미측 일정에 쫓긴 빅딜 졸속 우려, 협상 전반에 대한 재검토 촉구-학계, 종교계, 시민사회 원로 조찬 모임 및 기자회견 개최-

학계, 종교계, 시민사회 원로 10인(명단 별첨)은 1월 12일 (금) 오전 7시 30분 조찬모임에 이어 9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 FTA 협상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며 졸속 협상의 중단을 촉구하였다.

원로들은 “한미 FTA 협상은 진행과정에서 적지 않은 절차적 문제점과 결함이 확인되고 있고, 현재까지의 협상결과도 정부가 공언해온 바와는 달리 한국에게 매우 불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하고 “특히 정부가 미국측 일정에 따라 2월 이내에 협상을 마무리할 목적으로 이른바 빅딜을 강행하려는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원로들은 또 “현재의 상황은 여러 면에서 성과를 장담하기 힘든 조건이며, 최종타결을 밀어붙일 경우 심각한 사회적 갈등과 국가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히고 “졸속적인 타결보다 한미FTA 협상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사회적 합의기반에 대한 점검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원로들은 “한미FTA 협상을 반드시 타결해야 한다는 강박증을 갖는 것은 위험하다. 어떤 경우에든 사회적 합의 없는 일정 강행이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조찬모임에는 김성훈 경실련 공동대표, 상지대 총장/ 박상증 목사, 참여연대 공동대표/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오충일 목사, 과거사진실규명위원회 위원장/ 이종훈 덕성학원 이사장, 전 중앙대 총장/ 임재경 언론인, 전 한겨레신문 부사장/ 주종환 한국사회경제학회 명예회장/ 청화 스님, 조계종 교육원장/ 함세웅 신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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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한미 FTA 졸속 협상 중단해야 한다

– 한미FTA 협상에 대한 우리의 입장 –

오늘 조찬모임에서 우리는 한미 두나라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협상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한미FTA는 정부 스스로도 밝히고 있듯이 ‘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FTA’으로서 단순한 무역의 자유화를 넘어 경제와 사회문화, 기업제도와 공공정책 일반의 미국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실상의 경제통합협상이다. 우리는 이 협상이 우리 국민의 현재와 미래의 삶에도 매우 깊고 폭넓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왔다.

세계 최고의 산업경쟁력과 협상력을 가진 미국과의 FTA에는 기회와 동시에 위기도 내재되어 있다. 사실 산업경쟁력은 물론 협상경험 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열세인 한국의 입장에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까다로운 협상이다. 따라서 한미FTA 협상은 철저한 사전 준비와 충분한 사회적 합의, 그리고 한국 실정에 맞춤한 조율된 협상 목표, 피해계층에 대한 확실한 대책이 없이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미국으로부터 반드시 얻어내야 할 양보, 절대로 개방해선 안될 것에 대한 협상 전후의 의사소통도 필수적이다. 개방과 통상의 중요성에 대한 원칙적 강조만으로 구체적인 사회경제 효과에 대한 꼼꼼한 검토를 생략할 수 없는 일이며, 미국과의 관계 증진이 곧 국익이라는 일방적인 논리로 민주적 절차와 사회적 합의를 외면해서도 곤란하다.

이러한 전제 위에서 협상과정과 결과를 평가할 때, 유감스럽게도 한미 FTA 협상은 진행과정에서 적지 않은 절차적 문제점과 결함이 확인되고 있고, 현재까지의 협상결과도 정부가 공언해온 바와는 달리 한국에게 매우 불리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우리는 이 상태에서 정부가 미국측 일정에 따라 2월 이내에 협상을 마무리할 목적으로 이른바 빅딜을 강행하려는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상황은 여러 면에서 성과를 장담하기 힘든 조건이며, 최종타결을 밀어붙일 때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해주고 있다. 졸속적인 타결보다 한미FTA 협상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시급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협상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가 존중되지 않았고, 협상 내용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국민 공감대와 합의 기반이 여전히 취약하다.

한미FTA 협상은 아무런 사전의견수렴이나 예고 없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1년 미만의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대내협상의 부재와 사전 준비 부족을 만회할만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물론 정부가 열정적으로 한미FTA 협상의 필요성을 홍보하고는 있지만, 협상 내용과 결과를 제 때 정확히 공개하고, 관계 부처와 이해관계자, 각계각층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 특히 한미FTA 같은 국가중대사에 대해 대의기관인 국회가 협상정보를 장악하고 그 과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심지어 국민들이 요구해온 통상절차법 제정마저 외면하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할만한 일로서, 사실상 대의민주제의 실종을 야기하고 있다.

둘째, 정부 각 부처간, 산업간, 각계각층간의 이견이 적절히 조율ㆍ통합되지 못하고, 사후 대책 역시 마련되지 않은 채 협상일정이 무리하게 강행되고 있다.

미국은 10여년간의 FTA운영 경험과 정부ㆍ의회ㆍ각계층간 치밀하게 조율된 표준 협상안을 바탕으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협상대표단은 정부 부처간 충분한 조율 없이, 이견그룹들의 적절한 참여가 보장되지 않은 채로,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쟁점들을 다루고 있다. 협상에 따른 피해를 미리 예고하고 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협상 개시 이래 폭넓게 제기되었지만, 상당수의 중소기업, 자영업, 농수산업에 미칠 피해, 그리고 일자리의 축소 등은 제대로 예고되지 않았고 대책 또한 제시되지 않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아직까지 협상으로 개폐가 예상되는 최소 수십여 개의 법률 및 제도의 목록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단 한개의 법률도 바꿀 수 없다고 못박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셋째, 지난 8개월 여 총 5차의 실무협상에서 한국 정부의 주도력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협상결과도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

미측의 양보는 거의 없이 한국 측에 대한 개방압박이 전면화되는 형국이다. 정부가 FTA협상의 최대목표인양 주장해온 반덤핑분야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지 못했고, 투자자정부제소제도 같은 심각한 우려사항은 미측 요구대로 수용하려 하고 있다. 개성공단 한국산 인정은 거절당했고, 자동차ㆍ섬유ㆍ의약품ㆍ농산품 등 어느 분야에서도 확실한 성과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고 지적재산권ㆍ전자상거래ㆍ방송ㆍ문화 등 서비스분야는 방어에 급급한 상황이다. 핵심 쟁점 상당수를 미리 양보해 문제가 되었던 이른바 ‘4대선결과제’ 합의는 결국 협상력의 상실을 가져왔다. 심지어 미국은 스스로 합의한 광우병 검역기준조차도 추가적으로 양보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게다가 미 연방 정부와의 합의가 완료되어도 미국의 각 주는 주법에 상충되는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협상결과이행의 불균형을 예견케 하고 있다.

넷째, 미국의 일정에 따른 무리한 ‘빅딜’ 등 합의 없는 타결을 강행할 경우 심각한 사회적 갈등과 국가경제의 손실이 예상된다.

정부는 협상일정에 쫓기지 않겠다고 여러차례 천명해왔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협상일정에 맞추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협상대표단은 2월 중에 이른바 빅딜을 통해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 아래 동의하지 않는 관계부처들에게 무리한 양보안을 압박하고 있다. 그 내용조차 국회와 국민에게 전혀 공유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타결 자체를 전제로 한 무리한 빅딜은 미국 측의 요구사항에 대한 대대적인 수용과 양보를 수반하게 마련이다. 일부 분야 제조업체에게는 여전히 다소간의 실익을 가져다 주겠지만, 대다수 공동체 구성원과 취약계층에게는 심각한 경제적 후퇴를 강요하는 등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우리사회의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다.

이에 우리는 한미FTA 졸속 협상을 중단하고 협상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내부 합의 도출을 위한 시간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

현 상황에서 일정에 쫒긴 만족스럽지 않은 타결을 서두르기보다는 차라리 협상을 일시 중단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한미FTA 협상을 반드시 타결해야 한다는 강박증을 갖는 것은 위험하다. 어떤 경우에든 사회적 합의 없는 일정 강행이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곤란하다. 민주국가 정책결정의 기본은 투명성, 신뢰성, 책임성이다. 정부와 국회가 모든 것을 외면한 채, 위임의 범위를 벗어난 책임질 수 없는 결정을 밀어붙여서는 안된다.

올해는 IMF 외환 위기 10년이 되는 해이다. 당시 우리는 외부에서 짜맞추어진 프로그램에 따라 원치않는 속도와 방식으로 개방과 구조조정을 강요받았다. 그 충격으로 인한 부작용은 아직도 우리사회 곳곳에 깊은 주름살을 남기고 있다. IMF 이후의 10년은 우리에게 개방은 불가피한 것이지만 맹신할만한 것이 아니며, 내부 개혁 프로그램과 부작용을 예방할 사회적 대책을 마련한 기반 위에서 선택적이고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함을 알려주고 있다. 시행착오는 한 번이면 족하다. 더욱이 한미 FTA는 수세대의 삶을 좌우할 중대한 문제라는 점에서 맹목과 졸속이 용납될 수 없다.

오늘 우리의 제안이 부디 정부와 국회의 대표자들에게 한미 FTA 추진과정의 한계와 문제점을 되돌아보고,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고통과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2007. 1. 12

김성훈 경실련 공동대표, 상지대 총장/ 박상증 목사, 참여연대 공동대표/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오충일 목사, 과거사진실규명위원회 위원장/ 이종훈 덕성학원 이사장, 전 중앙대 총장/ 임재경 언론인, 전 한겨레신문 부사장/ 주종환 한국사회경제학회 명예회장/ 청화 스님, 조계종 교육원장/ 함세웅 신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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